[국뷔] 늦게 피는 꽃 13. (完)
[국뷔] 늦게 피는 꽃 13. (完)
w.몽블랑
*
“태자전하! 전하…!”
누군가 대전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대전 앞을 지키는 환관이었다. 저 사람이 그리 서두르는 것을 본 적이 없던 터라 태자는 희한하다 생각하며 무슨 일이냐, 하고 물었다.
“만화전에 수상한 자가 들었다 하옵니다!”
“수상한 자라니.”
“그게… 저….”
환관의 답답하기 그지없는 머뭇거림에 태자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 하고 낮은 목소리로 인상을 쓰며 되물었다. 그러자 환관은 더듬더듬 제가 할 말을 꺼내놓았다.
“만화전 마마를 겁탈, 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
“만화전 마마를, 겁ㅌ….”
태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관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앞도 뒤도 묻지 않는 태자의 눈빛이 형형해서 환관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앞서라. 지금 당장 가겠다.”
*
“태자전하 납시오—”
환관의 말이 끝나자마자 만화전의 문이 벌컥 열렸다. 태자는 문으로 들어서고 얼마 안 있어 눈에 들어온 광경에 말을 잃었다. 흐트러진 태형의 옷과 그 위에 태형과 겹쳐져 있던 정국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태자와 눈을 마주친 정국의 동그란 눈에서 도르륵, 눈물이 굴러 떨어졌다.
태자는 거친 발걸음으로 침상으로 다가와 태형의 다리 사이에 앉은 정국의 가슴팍을 세게 밀쳐냈다. 균형을 잃은 정국이 침상 아래로 굴러 떨어지고, 태자는 태형의 모습을 살폈다.
태형에게서 아무런 움직임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코에 손가락을 대어보니 숨은 쉬는 것이 죽은 것은 아니었고, 정신을 잃은 것 같아 어깨를 잡고 거세게 흔들어 깨워보아도, 태형은 전혀 깨지 못하고 태자의 손 안에서 의식을 놓은 채 축 늘어졌다. 그리고 우연히 시선 끝에 걸린 약병이 침상 위를 뒹구는 것이 보였다.
감히 천하디 천한 사당패 녀석이, 원하지도 않는 아이에게 약까지 먹여 실신시켜 놓고 일을 벌인 게 틀림없었다.
태자복을 휘날리며 밖으로 걸어 나간 태자는 제 호위 중 하나의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들고는 순식간에 그것을 정국의 목에 겨눴다.
“네 어찌하여 죽을 길을 재촉하려 드느냐.”
“…….”
“네놈이 만화전을 드나드는 것을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대답이 없는 정국의 목에 태자가 칼끝을 들이 밀어도, 정국에게선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채 정국의 눈에서는 눈물만 뚝뚝 떨어졌다. 그런 정국이 태자에겐 참으로 가증스럽고도 하찮기 짝이 없었다.
“내 만화전을 찾아오지 말라 네게 경고한 바 있거늘, 네 어리석어 알아먹지 못하고 일을 이 지경을 만드는구나.”
정국은 태자가 태형을 안던 날을 떠올렸다. 태자는 다 알고 있었구나. 허탈했다. 그게 태자의 경고였음을, 태형도 정국도 알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을, 정국은 그제야 깨달았다.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 하지만, 참으로 어리석었다. 어리석어서 가여웠다. 참으로, 가여웠다.
“…….”
정국은 침상 위 쓰러져 있는 태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 때문에 침상 위에 쓰러져 있는 게 마음이 아파서, 정말 아파서 가슴이 조각조각날 것 같아서, 정국은 제 가슴께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렸다.
자신이 이렇게 사라지고 나면, 태형은 괜찮을까. 곁에 있고 싶었는데. 정국은 이렇게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다. 죽음이 두려웠고 제가 지켜주지 못할 태형의 미래가 두려웠다.
그러나, 이제 방법은 없었다. 모든 게 끝이 났으니까.
그런 정국을 바라보고 있는 태자는 분노로 눈이 거꾸로 뒤집힐 것 같았다. 제 말은 들은 척도 안 하고 태형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저 치의 행동이 태자의 화를 부추겼다. 저 시선 안에 태형이 들어있는 것조차 참을 수가 없었다.
태형은 자신의 후궁이었다. 자신의 것이었다. 함부로 남이 눈에 넣을 사람이 아니었다. 저런 것 따위가 함부로 품에 안고 함부로 입을 맞춰도 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태형은 심지어 저 치에게 마음을 주고 있었다. 자신만이 갖고 싶었던, 독점하고 싶었던 태형의 마음 한 켠에 자신보다 먼저 들어와 있었다. 태자는 누군가에게 자신이 뒤지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심지어 저 천한 사당패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감히 너 따위가 누구를 바라보느냐!”
태자가 칼을 휘둘렀다. 휙, 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 한 번에 정국이 날카로운 검에 베인 제 배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도 태형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분해서 태자는 칼을 더 휘둘렀다. 정국의 어깨에서 피가 튀었다. 휘두르고, 휘두르고, 또 휘둘렀다. 종래엔, 태형을 바라보던 정국의 눈에서 빛이 사라질 때까지. 태자의 광기어린 검무는 멈추지 않았다.
“태자전하! 태자전…!”
“…….”
“하…….”
조금 늦게 이야기를 들은 남준이 만화전으로 들어왔을 땐 이미 상황은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침상 위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태형과, 태자의 손에 들린 피가 낭자한 검과, 온 몸을 칼에 베여 피를 흘리며 숨이 끊긴 채 바닥으로 무너진 정국까지. 남준은 그 잔혹한 광경과 피비린내에 말을 잃고 숨조차 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우뚝 섰다.
남준이 상상했던 것 중 최악의 파국이었다.
*
태형이 눈을 뜬 건 다음 날이었다. 평소처럼 고요한 만화전에 딱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었다. 태형이 눈을 뜨고 일어나자마자 보였던, 저를 기다리던 태자였다.
“전하….”
태자를 보자 태형은 이곳에 정국이 있었고 그가 제게 약을 먹여 재운 것을 생각해 냈다. 어찌하여 정국은 없고 태자만이 이곳에 남아 있을까. 정국은 어디에 있을까. 태자는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 태형은 저도 모르게 불안함에 잠식되어가는 자신을 막을 수가 없었다.
“정신이 들었느냐.”
태자의 목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며 놀라는 태형은 어렵사리 …네, 하는 대답을 내었다. 태형은 차마 물을 수 없었다. 태자에게 정국이 어찌 되었는지, 어디 있는지를 물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제 불길한 예감은 멈추지를 않아서, 태형은 제 입술을 뜯으며 제가 덮고 있던 이불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런 태형을 바라보던 태자의 얼굴에 서늘한 웃음이 떠올랐다.
“그 사당패 놈을 찾는 건가.”
“…….”
“그놈이라면, 만화전 마당에 있을 거다.”
태형은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왜 정국이… 만화전 마당에…? 불안했다. 태자의 미소와 말투와 행동이 태형을 미치도록 불안하게 만들었다. 태형은 침상에서 굴러 떨어지듯 내려와 만화전의 입구를 향해 뛰어갔다. 신발도 신지 않은 채 버선발로 달려 나가던 태형의 뒤로, 태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가지 마라!”
“…….”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면, 너는 다시 그 녀석을 볼 수 없다.”
“…….”
“그래도 상관없느냐.”
태자가 태형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태형은 만화전의 입구에서 멈춰서 있었다. 불안한 표정으로 태자를 바라보는 태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면서도, 태형은 차마 밖으로 나가는 문을 열지 못했다. 태자는 그것이 우스웠다. 천천히 태형에게 다가가 그의 턱을 손가락으로 들고 눈앞에서 물었다.
“문을 열지 않는 건… 다시 그 녀석을 보겠다는 말인가.”
“…….”
“만화전, 지금 감히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건가?”
태형은 몸을 떨고 있었다. 약하디 약한 얼굴을 하고도, 굳은 표정으로 대답은 없었다. 태자는 다시 비식 웃으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나가봐도 좋다.”
태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태형은 만화전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겨울의 차가운 햇살이 든 만화전의 마당엔, 거적때기에 덮인 정국이 가지런히 눕혀져 태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국….”
태형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었다. 빨리 가보고 싶은 마음과 달리 무거운 물속을 걷는 듯 제 걸음이 원하는 만큼 가지지 않았다. 굳은 몸이 제 말을 듣지 않았다. 무슨 예감을 미리 했는지도 몰랐다. 저기 핏기를 잃고 하얗게 질린 얼굴이 정국이 맞는 걸까. 태형은 느릿느릿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그에게로 다가갔다. 눈을 감은 것이 정국이 자고 있을 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정국아…?”
“…….”
“왜 여기서 자고 있어….”
태형은 조심스레 제 손을 정국의 상처 많은 볼에 얹었다. 상처는 여전히 많았어도 어제까지는 정말 따뜻했는데 오늘은 너무나 차디차게 식어있었다. 이래서야 바깥 날씨와 다르지 않았다. 밖에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 있었나 보다. 이러다 감기라도 들리면 큰일이었다. 당장 얼마 후가 남사당패의 마지막 연회인데.
“여기 추워, 정국아…. 안으로 들어가자. 응?”
그러나 정국은 눈을 감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일어나지 않지? 아, 지쳤나보다. 많은 것들에 지쳐 이제 정국은 꿈쩍도 하기 싫은가 보다. 그러나 이대로 추운 날씨에 정국을 내어놓기 안타까운 태형은 제 손으로나마 정국의 볼을 덮여주려 그의 귀와 볼에 양손을 갖다 대었다. 지금쯤이면 눈을 뜨고 ‘따뜻하다, 태형아’ 하고 웃어줄 것 같은데, 정국에게선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정국아, 안 따뜻해…?”
태형은 제 손을 제 볼에 얹어보았다. 찬바람에 많이 식었지만, 방금 이불에서 나온 손이라 아직 따뜻했다. 그런데 왜 정국에게선 말이 없을까. 왜 눈을 뜨고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을까. 왜, 왜….
“정국아… 눈 좀 떠봐….”
“…….”
“뭐라고, 말 좀 해봐… 응?”
“…….”
“왜 말이 없어….”
태형은 정국의 어깨를 조심스레 흔들었다. 정국이 태형이 흔드는 대로 흔들렸다. 태형은 그래도 정국이 일어나지 않아 무서웠다. 떠나간 것 같아 두려웠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래서 또 정국에게 말을 걸었다. 그를 깨우려 흔들었다.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그리고 태자는 정국의 시신의 곁에 앉은 태형의 조그마한 등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몇 시간 째 그렇게 태형이 정국의 곁에 앉아 있었을 때, 태자가 조용히 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와 정국의 시신을 수레에 얹어 싣고 나갔다. 태형은 울었다. 몸을 던져 소리치고 오열하며 정국을 싣고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장정들이 결국 정국과 함께 나가고 만화전의 문이 닫혔을 때, 그 자리에 한참을 멍하니 서 있던 태형은 일순간 지는 꽃잎처럼 스르륵 바닥으로 쓰러져 내렸다. 그리고 태자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다 쓰러진 태형을 안아 만화전의 침실로 데려와 눕혔다.
참으로 긴 하루였다.
그리고, 그 후
“경하 드립니다, 마마. 회임하셨습니다.”
한 달 후, 태형의 몸에 아기가 들어섰다는 경사스러운 소식이 알려졌다. 그리고 태형은 처음으로 독을 삼켜 자살을 시도했다.
태형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빠르게 발견한 남준이 태형의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집어삼킨 독을 토해내게 했고 결국엔 아이도, 태형도 무사히 살아났다. 그 이야기를 들은 태자는 태형의 주위로 남준 외에도 여러 명의 사람을 심어 태형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도록 명했다. 그리고 태형의 주위에서 태형이 죽음으로 시도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치워버렸다.
*
아이의 생명력은 끈질겼다. 태형의 안에 있는 몇 달 동안 많은 고비를 넘기면서도 살아남았다. 채 열 달을 다 못 채우고 마른 태형의 몸에서 부풀다 그의 배를 찢고 태어난 아이는 태자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태자는 그것이 왠지 저를 닮은 것 같지가 않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똘망똘망하고 까만 눈이 제 자신과 너무나 닮았는데도, 태자에겐 그것이 다른 이의 것인 것 마냥 느껴졌다.
*
“…이름은.”
“…….”
“이름을 뭘로 지었으면 좋겠소.”
이렇게라도 하면, 아이의 이름이라도 붙이면, 아이 때문이라도 태형이 생에 대한 미련을 조금이나마 가질까 하는 마음이었다. 태자의 질문에 태형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허옇게 터서 까실하고 마른 입술이 열리고, 태형은 꺼질 것 같은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정국.”
태자는 말을 잃었다.
“바를 정, 나라 국. 정국이라 하십시오.”
태형은 그 말만 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더 눈을 뜰 의지도 여력도 없어 보였다. 태자는 태형의 이부자리를 정리해주고는 그의 침상에서 일어섰다. 자리를 뜨는 태자의 표정이 침통했다.
아이를 낳고 태형은 미음조차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먹는 게 없어 찢어진 밑은 아물 줄을 모르고 매일 덧나기만 했고, 태형은 계속해서 고열에 시달렸다. 용하다는 의원 여럿이 다녀가도 고개를 저었다. 그 많은 사람이 무소용이었다. 사람이 살 의지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 했다.
태자는 태형이 원망스러웠다. 살고자 하지 않는 그 무심함이 원망스러웠다. 어찌 하여 자신을 보아주지 않는지, 제 자신의 아이조차 봐주지 않는지, 어찌 그리 차가운지. 알 수가 없었다.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제 자신을 동정해주던 따뜻한 태형은, 어쩌면 죽은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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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돌이 되기도 전, 태형은 세상을 떠났다. 간다는 말도 없이 어느 날 아침 들어갔던 궁녀들이 이미 숨이 진 태형을 발견하고, 그것이 다였다. 한 가지 바람이 왔다 간 것처럼 살다간 태형의 그 끝이 허무하고 허망해서 태자는 눈물조차 나지 않았다.
*
태자는 감히 태황태후를 벌하지 못했다. 그래도 태형을 이어준 사람이었고, 결국 자신도 똑같은 짓을 저지른 것과 마찬가지였다. 태형을 죽인 공범과도 같은 사람들이었다.
대신 태자는 황제에 올랐을 때 태황태후를 서궁에 가두고 그녀의 수발을 드는 이들의 숫자를 10분의 1로 줄이고 궁에서 그녀에 대해 절대로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수족처럼 부리던 그녀의 곁에 눈 먼 국무는 극형에 처했다.
태황태후는 폐궁 같은 곳에서 자신의 천수를 누리다 세상을 떴다. 그녀는 태자의 세상까지도 제 것이길 꿈꿨으나 그리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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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태형을 황후에 봉하고 더 이상 후궁을 들이지 않았다. 태자에게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새벽부터 다시 그 다음 날 새벽까지 정무에 매달렸다. 나라는 안정되어 갔지만 황제의 수명이 깎여나가는 게 주위 사람들에게도 보일 정도였다. 환관과 관리들은 그가 이렇듯 정무에 매달리는 것에 대해 걱정하며 만류하였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나갈 수가 없다, 라는 게 그의 말이었다.
*
정국은 부모의 도움 없이도 궁인들의 손에 키워지며 잘 자랐다. 밝고 성정이 바른 아이였다. 활달하고 몸을 잘 쓰는데다 영리하여 문무를 갖춘 황제가 될 거라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런 정국이 나이가 차고 태자에 봉해지면서 전국에 황후 감을 찾는 방이 나붙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모아 올린 황후 후보들이 여러 가지 심사를 거쳐 궁의 한 곳 마당에 모여 서 있었을 때, 태자는 몰래 그곳을 찾아들었다.
무엇을 찾는 듯 한참을 담장 너머를 유심히 바라보던 태자는, 문득 담장 바로 밑에 시선을 떨어뜨렸다. 아이가 한 명 쭈그려 앉아 있었다. 잔디 위의 피어난 여린 꽃을 바라보는 아이가. 태자는 아이를 향해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
“…태형아.”
그러자 아이가 태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아이는 태자의 얼굴을 보고 방긋 웃었다. 그 미소를 본 태자도 아이를 향해 마주 웃었다. 두 아이의 붉은 실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
+)
'늦게 피는 꽃' 완결입니다. 길어서 두 편으로 나눌까 하다가 그냥 한 번에 올렸어요. 스크롤이 조금 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ㅁ^;;;
새드엔딩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하지만... 애초에 정해둔 완결이 그러해서 그대로 밀고 나갔어요. 덕분에 마지막편 쓰는 동안 우울해 죽는 줄 알았네요 ㅠㅠ 우울하기도 겁나 잘 우울해 하면서 왜 앵슷성애자인지 모를 일(..)
지난 번 편에 하뜌 눌러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신 체리쉬님, 밀회님 감사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해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수정 1차. 아 진짜 망충...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