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슙 : DADDY (完)

[국슙] Behind DADDY 03. (2)

몽블랑11 2017. 2. 18. 16:20




Behind DADDY 03.

: 랩홉 번외 - 남준과 호석이 제주도에 살게 된 이유

w.몽블랑




*



그해의 여름은 지독히도 길었다. 어딜 가도 피할 수 없는 태양과 더위에 학생들이 축축 늘어졌다. 그건 호석과 남준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등굣길에도 하굣길에도 이야기했다. 도대체 이놈의 보충학습은 언제 끝나는 걸까. 진정한 방학은 언제 오는가.



드디어 학교의 반강제적 보충학습이 끝나고 본격적인 방학이 시작되던 날, 교복을 벗어던지고 시원한 샤워를 끝낸 남준이 아이스바를 들고 티비를 켜며 거실 소파에 누웠던 그 순간이었다. 핸드폰이 울렸다. 남준은 액정에 뜨는 호석의 이름에 아이스크림을 문 채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았다.



- 김남준.

“어.”

- 오늘 우리 집 빈다.

“…어?”

- 못 알아들으면 병신으로 알게. 30분 내로 오지 않으면 우리 그만 헤어지자. 그럼 끊는다.

“…어?! …야, 야 정호석. 야!”



말이 없는 전화는 이미 끊겨있었다. 남준은 액정이 까맣게 꺼질 때까지 멍하니 소파에 누워 있다가 아이스크림이 손으로 질질 흘러내리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벌떡 일어났다.



“뭐야, 지금 나 오라는 건가?”



두근두근. 뭘 직감한 건지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뛰는 수준이 아니라 튀어 오르는 수준이었다.



“…가야지, 누가 부르시는 건데!”



후다닥 제 방으로 뛰어 들어가서 잠옷과 세면도구를 챙긴 남준은 급하게 집을 나가다가 현관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매만졌다. 오늘 좀 괜찮은 것 같아 거울을 향해 힛, 하고 웃어 보이다 급 생각난 엄마에게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었다.



“어, 엄마? 난데, 나 오늘 호석이네서 잔다고. …어? 아아, 내일부터 방학이라 학교 안 가도 되니까 호석이가 하루 자고 가래. …아냐, 깨끗이 놀다 올 거야. …아, 엄마 걱정하지 않아도 돼. 어차피 요 옆인데 뭐. …어엉, 엉, 낼 봐. 내일 또 연락할게.”



마무리 작업도 끝났다.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탄 남준은 팔랑팔랑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호석의 집으로 날아가려다 길거리에 우뚝 멈춰섰다.



…사가야 되는데. 그래야 거사를…!



남준은 그때부터 온 동네의 편의점을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걸 들고 계산대로 가져가면 번번이 민증을 요구했다. 왜? 어째서…? 남준이 한없이 억울한 표정을 지어도 다들 고개를 내저으며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게 돌다돌다 5번째 편의점에서까지 안 된다고 말했을 때, 남준은 정말 울고 싶었다. 한껏 애처로운 표정을 지어 봐도, 점장처럼 보이는 아저씨는 완고하게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갖다 놓으세요, 손님. …네. 하는 대화가 반복되고, 편의점을 나오며 했던 안녕히 계세요, 하는 목소리는 제가 듣기에도 시무룩했다. 어쩔 수 없이 편의점을 나와 터덜터덜 걸었다.



저 앞이 벌써 호석의 집이었다. 원래 걸어서 10분이면 가는 곳을, 편의점을 들르느라 이미 20분이 넘게 지나있었다. 온몸이 땀에 젖었고 원하는 건 손에 넣지 못했다. 남준은 포기할 수 없었다. 한 군데만 더… 딱 한 군데만…! 편의점을 눈을 밝히고 찾던 남준의 눈에 한 군데 허름한 편의점이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엔 더워서 맥을 못 추는, 한눈에 보기에도 굉장히 알바를 귀찮아하고 있는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여기다. 여기야…!



남준은 아무렇지 않은 척 들어가 찾는 것을 집어 계산대에 올려놓았다. 작은 상자들이 몇 개 계산대에 놓이자 따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알바생이 힐끔 보더니 남준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는 느릿하게 일어서서 물건을 포스기에 찍으며 물었다.



“…몇 살이에요?”

“예?”

“몇 살이냐고.”

“스, 스무살이요.”

“아, 나랑 동갑이네?”



알바생이 바코드스캐너를 든 채 다시 남준의 얼굴을 응시했다. 남준은 아… 그래요? 하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 어색한 웃음을 보던 알바생이 또 피식 웃었다. 분명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었지만 남준은 참았다. 이런 것 때문에 오늘을,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낼 순 없었다.



“만오천원이요.”



드디어 가격을 들었다. 잽싸게 지갑에서 돈을 꺼낸 남준이 계산대에 있던 것들을 쓸어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는 안녕히 계세요! 하고 바람 같이 사라졌다. 돈을 넣고 포스기를 닫았을 때 이미 사라진 남준의 뒷모습에 알바생은 다시 피식 웃었다. 그리고 남준이 들어오기 전처럼 다시 계산대에 엎어져 늘어졌다. 아, 덥다…. 참으로 뜨겁고 더운 날이었다.



*



아직 해도 지지 않은 오후, 두 사람은 넓지 않은 호석의 방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잠갔다. 입을 맞추며 호석의 싱글 침대로 쓰러진 두 사람은 말하지 않아도 심장이 콩닥콩닥거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영화 같은 데 보면 다들 이런 장면은 섹시하고 진지하던데, 두 사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남준과 입을 맞춘 채 뒷걸음질로 들어와 뒤를 보고 눕지 않았던 호석이 쿵, 하고 침대 헤드에 머리를 찧어서 키스를 하다 말고 악 소리를 냈다. 놀란 남준은 괜찮아?! 하고 물었고 호석은 뭔가 부끄러워서 인상을 찡그리며 그냥 해, 하고 말했다. 소리 되게 크게 났는데…. 하는 남준의 말에 결국 호석이 남준의 등을 찰싹, 때렸다.



옷을 벗기는 남준의 손가락이 덜덜 떨려서 그걸 본 호석은 웃고 싶었는데 차오른 긴장감에 웃을 수가 없었다. 믿을 곳이 남준뿐인 호석이 불안한지 매달리듯 키스를 졸랐고 남준은 입을 맞추랴, 호석의 옷을 벗기랴, 바쁘기만 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하으… 아파아…. 읍, 으흑….”



호석도 남준도, 처음 해보는 일에 서투르기 짝이 없었다. 남준은 자신을 호석의 안에 밀어 넣으며 입 맞추고 만져주며 어르고 달랬지만, 결국 호석은 아픔에 울음을 터뜨렸다. 저도 힘들어 죽을 것 같은데 호석이 우니까 남준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마, 많이 아파?”

“어허엉… 네가 넣어봐, 새꺄! …으윽…, 흑….”

“그, 그래 그럼 다음엔 내가….”

“뭐가 또 다음엔 내가야, 이 븅시나!”



호석이 찰싹찰싹 남준의 맨등을 때렸다. 손이 꽤 매워서 남준은 저도 모르게 윽, 하고 신음을 냈다. 하이씨, 뭐 어쩌라는 거야…. 이쯤 되니 남준은 저도 호석을 따라 울고 싶었다.



*



“…응, 윽, …후읍… 응, 으응, …하아….”



엎드려 누운 채 베개에 얼굴을 묻었던 호석이 옆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다. 발갛게 열이 오른 볼과 반쯤 감긴 눈, 그리고 살짝 부어오른 붉은 입술과 땀에 젖어 반짝이는 말간 등이 남준의 시야를 온통 흔들어 놨다.



“아직도, 아파…? 후으….”

“안, 흐읏, 안 아파아… 읏, 으응….”

“그럼, 좋아…?”



남준의 질문에 호석은 대답하지 않고 등 뒤의 남준을 올려다보며 설핏 웃었다. 그리고 남준의 손을 찾아 깍지를 껴오며 하아…, 하고 낮은 신음을 흘렸다. 웃음기를 지우며 다시 행위에 집중하는 호석의 표정에 남준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얘 왜 이렇게 섹시해. 남준은 제 젖은 앞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늘어지는 호석의 목소리까지 모든 게 남준의 취향저격이었다.



“…….”



두 사람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오후의 햇빛이 드는 조용한 방안에 숨소리와 옅은 신음소리와 열기만이 가득했다. 그 열기는 여름 탓인지 두 사람이 틈 없이 겹쳐져 움직인 탓인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조심스럽고 서툴었던 두 사람의 첫 경험은 그 덥고 짭짤한 공기와 함께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들에겐 그날을 기억할 때 떠오르는 모든 것이 풋풋하고 애틋한 것들이었다.



*



두 사람은 중간에 한 번 싸우고 헤어진 적이 있었다. 분명 작은 것으로 싸움을 시작했는데 감정싸움으로 번져, 끝은 결국 우리 그만하자던 남준의 말이었다. 그건 연애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생각보다 어릴 때의 일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후반정도의.



‘이대로 끌어봐야, 우리 사이에 더 좋을 것도 없을 것 같아.’



남준은 이성적으로 내뱉었다. 호석은 어지러웠다. 하교 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호석은 방에 들어가 울음을 터뜨렸다. 남준의 덤덤한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덮치듯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엄마가 잠긴 방문을 두드리며 ‘너 무슨 일 있니?’ 하고 물었지만 호석은 대답도 않고 침대 이불을 싸매고 울었다. 몇 시간 뒤 애써 방안에서 나와 부은 눈으로 ‘아무것도 아냐.’ 하고 말하니 호석의 어머니가 답답한 얼굴로 호석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무 일 아니지?’ 하고 묻는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또 울음이 나와서 호석은 고개를 숙이며 …응, 하고 간신히 끄덕거렸다.



‘…나 이제 너한테 흔들리기 싫어.’



몇 주 후, 퀭해진 얼굴로 남준은 ‘내가 잘못했어.’ 하고 사과해 왔다. 그리고 호석은 지친 얼굴로 저렇게 말했다. 남준은 충격을 받은 얼굴이었다. 굳어버린 표정으로 입을 열지도, 닫지도 못했다.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가버린 학교 복도 한쪽 구석에 서늘한 침묵이 흘렀다.



호석은 그런 남준을 남겨두고 지나쳤다. 제가 못을 박은 이별에 똑같이 상처받은 호석은 며칠을 내리 앓았다. 학교에서도 자리에 엎드려 일어나지 못하는 호석에게로, 복도 창밖으로 지나가는 남준의 시선이 머물렀다. 저렇게 아플 거였으면서, 왜 호석은 제게 이별을 고했을까. 남준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 좋은 머리도 이럴 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제 나는… 안 돼?’



아프다는 사람 붙잡고 늘어지기 싫었는데, 남준은 비틀대며 걷는 호석의 뒤를 하굣길 내 따라오다 결국 호석네 집 아파트 앞에서 그를 앞질러 섰다. 양팔을 벌리고 선 남준을 호석은 다시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러자 남준은 다시 호석의 앞을 막았다.



‘네가 더 아픈 거 싫어. 나랑 헤어져서 아픈 거잖아.’

‘…지나친 자신감이란 생각 안 들어?’

‘어, 안 들어. 전혀.’

‘하….’



호석이 제 머리를 짚으며 비틀거렸다. 열기에 세상이 빙빙 도는데 남준은 도통 비킬 생각을 안 했다. 호석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에 인상을 썼다.



그래, 다 너 때문이다. 네가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고, 네가 떠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너는 나를 좋아하는 걸까. 아니면 내 곁에 오래 머물러 관성이 된 걸까. 나는 무얼까. 나는 널 사랑하는 걸까, 아니면 이 모든 감정이 내 연약한 시절이 만들어낸 기대고 싶어 하는 허상일까. …너는 내게 허상일까. 나는 네겐, 무얼까.



‘…야, 어! 야…! 정호석, 야…!’



호석을 끊임없이 괴롭히며 멈추지 않던 생각들이 간신히 멈춘 것은, 그가 의식을 잃고 땅으로 쓰러져 내리고 난 뒤였다.



*



호석이 병원에서 눈을 뜨고 처음 본 건 자신을 보고 눈물이 터진 남준이었다. 으흐우… 하고 울음을 누르는데 눈 사이로 눈물이 터졌다. ‘놀랐잖아!’ 하고 울먹이며 소리 지르는데 호석은 와중에 …못생겼다, 정말. 하고 생각했다. 어허엉, 어엉…. 흐흡, 끅…. 흐어엉…. 호석은 우는 남준을 보다가 그만 픽 웃어버렸다. 이제 더 떨쳐낼 기운도 없었다.



이제 가셔도 된다는 말에 호석은 우는 남준과 함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갔다. 남준은 가는 길에 울면서도 주위를 둘러보고는 아무도 없자, ‘앞으로 절대 헤어지자고 안 할게… 흐엉, 흡, 내가, 흐흡, 내가 잘못했어…. 흐어헝…. 아프지마, 정호서억….’ 하고 말하며 젖은 속눈썹을 껌뻑대다 이내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운 호석이 ‘알았어, 쪽팔리니까 그만 좀 울어!’ 하고 말했지만, 남준은 쉽게 그치지 못하고 계속해서 울며 걸었다.



다 큰 남자아이들끼리 손을 잡은 채 걸으며 심지어 한 명은 커다랗게 울고 있는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눈길 한 번씩은 던지고 갔다. 호석은 그런 남준이 부끄럽고 우습기도 했지만, 사실 조금 눈물이 날 것도 같았다. 호석을 괴롭히던 그간의 수많은 고민과 상념을 날려버린 건, 남준의 솔직한 눈물과 말들이었다. 호석은 남준과 잡은 손을 고쳐 더 꽉 잡고 걷기 시작했다.



*



‘이제 헤어지자고 하지 마.’

‘…너도.’

‘알았으니까 뽀뽀해줘.’



호석은 주위를 휘휘 둘러본 뒤 스치듯 도둑 입맞춤을 하고 남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제 손으로도 슥슥 눈물을 닦아내고 손을 흔들며 돌아서는 남준이 귀엽다 생각하는 것도 이젠 병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이런 병이 사랑이고 연애라면, 그런 것도 이젠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집으로 들어서는데 현관에 놓인 신발이 보였다. 호석이 엄마인가 싶어 그녀를 부르려던 차, 부엌에서 먼저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호석, …너 거기 서봐.”



평소 같지 않게 조금은 차갑고 어두운 목소리였다. 엄마이기에 그녀의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호석은 불안한 확신에 신발을 벗고 가방을 내렸다. 하나가 해결되었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하나가 시작이었다. 아직 고등학교 2학년인데, 삶이 참 고달팠다.



*



+)

아 사진 호비 아가 같아요 ㅠㅠ 아가 호비 ㅠㅠ♥

대디를 쓰면서... 랩홉이들 얘기를 중간중간 계속 생각했었거든요? 그냥 '원래 제주도 출신임니다' 이러고 싶지는 않아서요. 그런데 글로 쓰면 이렇게 길 줄 몰랐어요 ㅋㅋㅋㅋㅋㅋㅋ 길어서 까흠짝 놀랐네요 흐핳하^ㅁ^ 그래도 랩홉이들 번외 다음 편이면 끝날 것 같아요!

그리고 남준이가 ㅋㄷ을 샀던 편의점 알바생은 왠지 인피니트 성규 생각하면서 썼어요 ㅋㅋㅋ 피곤하다... 일하고 싶지 않아... 규기력... 의 이미지 ㅋㅋㅋㅋㅋㅋㅋ thㅓㅇ규, 너로 정해따! (포켓몬고에 아직도 빠져있는 1인)

하뜌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