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짐] 비오는 날
[X짐] 비오는 날
w.몽블랑
‘지민아.’
그날은 비가 오는 평범한 날이었다.
‘형 방으로 잠깐 와볼래.’
부모님은 일을 나가시고 조부모님도 외출로 집을 비우신 집엔 형과 나, 단 둘뿐이었다. 어렸던 나는 형의 말에 가지고 있던 장난감을 내려놓고 형의 뒤를 쫓아나갔다.
형의 방에 도착하자 형은 나를 들여보내곤 방문을 잠갔다. 형아, 왜? 하고 묻는 내 얼굴에 형이 웃었다. 그냥, 형이랑 재밌는 거 하자고. 그러나 형의 웃는 얼굴이 조금 이상했다. 형의 이마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땀도 이상했다. 조금 긴장한 듯 붕 뜬 변성기의 목소리도 이상했다. 나의 이해는 거기까지였다.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형이 나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바닥에는 이불이 펴져 있었다. 언제나 형이 일어나면 곱게 개켜놓는 어머니였는데 그건 조금 이상했다. 이불 위로 눕혀지면서 나는 형아, 오늘은 어머니가 이불 안 개켜줬어? 하고 묻고 싶었는데 형의 얼굴에 떠도는 의미모를 긴장감에 그저 침만 꿀꺽 삼켰다.
무서운 얼굴을 한 형이 무서워서 형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형의 손목을 잡았다. 형을 멈추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무서워서 형에게 기대려고 한 것이었다. 나는 형이 무서워서 형에게 매달렸다. 내게 원래 형은 그런 존재였다. 그러나 형은 내가 형을 잡은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민아, 입 좀 벌려볼래.’
나는 형이 시키는 대로 했다. 입을 벌리자 형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형이 조심스럽게 내 입술을 핥았다. 꼼꼼히 입술을 핥던 형이 내게서 잠시 입술을 떼었다. 형은 몽롱한 얼굴로 내 볼부터 목까지 쓸어내렸다. 너무 부드러워. 지민아, 형 미칠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엔 조심스러웠던 움직임이 어느 새부턴가 나를 잡아먹을 듯 핥고 빨기 시작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꾹 다물었는데 형이 손목이 아플 정도로 꽉 붙들었다. 그 아픔에 아, 하고 입을 벌렸는데 형의 뱀 같은 혀는 그 사이로 파고들어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숨막히게 입안을 헤집는 형의 혀가 너무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싶었다. 그러나 공기를 떠도는 긴장감에 목을 꾹 눌러 소리를 참는 것이었다. 울음을 터뜨리면 이 모든 일이 끝이 날까. 형은 다시 착한 형으로 돌아와 나를 안아줄까. 그러다 결국 흐으, 하는 조그마한 울음소리가 터졌을 때 형이 커다란 손으로 내 입을 꽉 틀어막았다.
‘지민아, 소리 내면 안 돼. 알았지.’
나는 겁을 먹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형이 금방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래서 나를 빨리 놓아주도록,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울음을 터뜨려도 끝나는 일이 아니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눈동자에 차있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하아. 슬며시 놓아주는 형의 손이 떨어지자 나는 간신히 모자란 숨을 몰아쉬었다. 형의 무섭고 상냥한 손이 할딱이던 내 볼에 흐르던 눈물을 슥, 지워버렸다.
형은 한 번에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내 옷은 너무 작고 하잘 것 없어서 형이 쑥 내린 손과 함께 내 몸에서 벗겨져 나갔다. 한 쪽 다리만 벗겨냈던 형이 내 두 다리를 들어 올렸다가 불편한지 이내 다른 쪽 다리에 걸쳐져 있던 옷도 벗겨내 버렸다. 나는 형의 가슴팍에 다리를 얹고 무엇이 올지 몰라 울음을 꼭 참은 채 형의 얼굴만 바라봤다.
형은 손을 뻗어 책상 위의 베이비 로션을 가져왔다. 어머니가 나를 샤워시키고 발라주는 익숙한 화장품이었다. 그것을 형이 한 손에 쭉 짜내자 코로 익숙한 향기가 들어왔다. 부드러운 손길로 그것을 발라주던 엄마가 생각나서 나는 또 다시 울음이 났다. 엄마, 하고 조그맣게 불렀지만 울음에 발음이 잔뜩 뭉그러져 형도 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한껏 부은 로션 통을 닫은 형이 긴장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조금 아플지도 몰라, 지민아. 조금만 참아. 형이 기분 좋게 해줄게.’
형이 입을 꾹 다물었다. 형의 행동엔 망설임이 없었다. 손에 짜낸 로션을 듬뿍 묻힌 손을 뒤로 넣기 시작했다. 나는 그게 무슨 행동인지 몰랐다. 뒤로 들어온 것이 무엇인지 너무 아파서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끅끅거렸다. 내가 숨을 쉬지 못하자 형은 덜컥 겁이 났는지 나를 살폈다. 형의 움직임이 멎자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나를 보곤 형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형은 금방 손가락을 빼버렸다. 그리고 제 것에 손을 대어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너무 무서워서 밑을 볼 수가 없었다. 천장을 보며 이 모든 것이 빨리 끝나기를 바랐다. 나도 모르게 쉴새없이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마, 흐끅, 엄ㅁ…. 숨소리 같이 나오던 그것은 어느 샌가 소리가 되어 엄마, 하고 나왔다. 그러자 그 말에 퍼뜩 놀란 형이 벗겨 놨던 내 속옷을 뭉쳐 내 입에 집어넣었다. 나는 그것을 넣는 형의 표정이 마치 범죄자 같다고 생각했다. 나쁜 짓을 하는, 숨죽인 범인의 얼굴 같다고.
모든 것이 준비가 된 듯, 형은 우악스럽게 내 뒤로 자신의 것을 맞춰 넣기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고통이 너무 커서 정신이 없었다. 허우적거리는 내 팔과 몸을 잡고 형은 저도 낑낑거리며 들어가지 않는 뒤를 억지로 열어젖혔다. 중간에 안 되겠는지 로션을 더 짜내어 문지르더니 결국 끝까지 내 몸에 저를 꽂아 넣고 말았던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정신을 잃은 것과 같았다. 형의 밑에서 형이 흔드는 대로 움직이다가 얼마 안 있어 까무러쳤다. 그리고 다시 금방 깨어 또 고통에 신음했다. 눈물조차 말라버렸다. 더 이상은 엄마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딱 죽을 것만 같았다. 형은 한참을 흔들다 축 늘어진 나를 안아들어 제 품에 넣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를 안아 들었다 놓았다 하는 것에 형의 것이 더 깊게 들어와 나는 입이 틀어 막힌 채 비명을 질렀다. 귓가로는 형의 거친 숨소리와 흥분에 들떠 불러대는 내 이름이 들렸다.
‘하아, 하아, 지민아, 지민아. 우리 지민이, 너무 예쁘다. 하아, 지민아.’
어느 샌가부터 내가 비명조차도 잃자 형은 내 입 안에 있던 옷을 빼버렸다. 그리고는 혀를 뽑아버릴 것 같은 기세로 혀를 빨기 시작했다. 내가 숨을 쉴 줄을 몰라 숨넘어갈 것 같은 소리를 내면 형은 그제야 잠시 놓아주었다. 가슴까지 오르락내리락하며 숨을 들이키는 내가 안정되었다 싶으면 형은 다시 입안을 파고들었다. 나는 형의 품에서 아무런 반항도 못하고 형이 하는 대로 흔들릴 뿐이었다.
*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욕실이었다. 형이 조심스러운 손길로 나를 씻기고 있었다. 형의 얼굴은 조금 붉었지만 표정은 예전의 형으로 돌아와 있었다. 예의 그 상냥했던 형으로.
‘지민아, 정신이 좀 들어?’
형의 따뜻한 목소리에 나는 울음이 터졌다. 형은 그런 나를 안고 토닥였다. 나는 크게 울지도 못하고 형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눈물만 펑펑 흘렸다. 형이 다시 돌아온 것 같아 안도감에 헐떡대며 울었다. 그런 나를 안아주며 형이 말했다.
‘지민이 많이 놀랐구나. 그런데 지민아, 이건 형이랑 지민이랑 둘이 비밀이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는 거야. 알았지?’
‘…….’
‘다른 사람 누구라도 들으면 경찰 아저씨가 형아 잡아갈 거야. 그래서 엄마도 울고, 아빠도 울고, 할머니 할아버지 다 울 거야. 경찰 아저씨들이 형아 흠씬 패서 형아 죽을 지도 몰라. 지민이 그래도 좋아? 형아 죽으면 좋겠어?’
나는 세차게 도리질을 쳤다. 나로 인해 형이 죽는 것을 절대로 원하지 않았다. 형은 이 집안의 장남으로 어릴 때부터 나와는 위치가 달랐다. 좋은 것은 모두 형의 차지였고, 내가 형을 조금이라도 때리거나 하면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를 향해 서릿발 같이 화를 내셨다. 그럴 땐 부모님도 말리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단정하고 어른들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던 형은 이 집안의 대들보였다. 그렇기 때문에 형을 내가 죽게 만든다는 건, 내겐 커다란 공포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험악한 얼굴이 떠올라 버리는 것이었다.
조부모님께서 내게 엄했던 것과 달리 형은 내게 상냥했다. 지극히도 상냥했다. 그런 형은 가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볼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그게 무서워 형에게 안겨들면 형은 내 등이나 허리, 다리를 문지르며 나를 달래주곤 했다.
나를 씻긴 후 형은 내게 아프지 않는 약이라며 약을 물에 개어 내게 주었다. 약이 써서 으우, 하고 인상을 찌푸리자 형은 약이 쓰지? 형이 사탕 줄게. 하고 말했는데 나는 형이 입에 넣어준 사탕을 먹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사탕을 다 먹은 기억 같은 건 없었다.
*
‘지민아, 정민아. 엄마 왔다.’
‘오셨어요.’
‘응. 저녁 먹었니? 지민이는 왜 안 나오지, 맨날 쪼르르 달려 나오던 애가.’
‘아직이요. 지민이는 아파서 자요.’
‘지민이 아파? 언제부터?’
‘아까 점심 지나서… 쯤부터요.’
‘애기 많이 아프니? 어떻게 아파?’
‘아, 엄마 들어가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아까 약 먹여서 재웠어요. 지금 막 잠들어서 어차피 안 깰 거예요.’
*
그 후로 형은 그날처럼 집이 비던 날이면 나를 안았다. 들키지 않은 환락은 형에게는 끊을 수 없이 달콤했다. 처음엔 부모님이 일을 나가시고 조부모님이 멀리 가실 때만 나를 안던 형은, 이젠 조부모님의 잠깐의 외출에도 나를 방으로 불렀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조부모님께서 외출에서 돌아오셔도, 워낙 연세가 드신 조부모님의 귀엔 내가 형의 방에서 끙끙대거나 할딱대는 소리 같은 건 잘 들리지 않았다. 형이 제 거친 숨소리를 죽이며 대충 옷을 걸치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다녀오셨어요, 하고 인사하면 그것으로 조부모님이 우리를 찾는 일은 없었다. 다시 문을 잠그고 나면 모든 것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일이 끝나고 나면 형은 제 이부자리에 나를 조용히 재웠다. 그러면 모든 일이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상은 조용했다. 처음 얼마간은 누군가 나의 고통을 알아주지 않을까 하던 나의 기대는, 그 무변화에 조금씩 무너지며 병들어 갔다.
*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었다.
그날도 조부모님의 외출에 나를 방으로 끌어들인 형은 이부자리에 나를 눕혀놓고 제 자신은 내 위를 가득 덮은 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제가 있었다면 그날 너무 행위에 집중한 탓에 형이 현관문 열리는 소리를 못 들은 데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문을 연 것이 조부모님이 아니라 우리 엄마라는 데에도 있었다. 나를 꽉 안고 정신없이 움직이던 형은 방문이 열리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뚝, 멈춰버렸다.
‘지민아, 정민, …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형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바지만 끌어내리고 나를 품듯이 안던 자세 그대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형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던 내 귓가에 더 이상 형의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조금씩 고개를 옆으로 돌려 열린 문 사이로 형처럼 멈춰버린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 마…….’
엄마의 얼굴을 보자 눈물이 터졌다. 그러나 엄마는 나를 달래주러 다가오지 못했다. 황망한 얼굴로 그 자리에 붙은 듯 서 있었다. 그 공간에서 소리를 낼 수 있었던 건, 자그맣게나마 발버둥을 칠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나뿐이었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정민이에게 뭐가 씌지 않고서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고개를 숙였다. 할아버지는 줄담배를 피웠다. 할머니는 소리를 높이지 않았지만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혹시나 누가 들을까 소리를 죽여 쉭쉭대는 소리를 내며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역정을 냈다. 물론 할머니의 화살은 줄곧 나를 향해 있었다. 할머니는 절대로 형에게 잘못을 돌리지 않았다. 조금도.
‘어디 남자애가 저리 생겨서는 형을 계간질을 하게 만들어.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저 요망한 것. 눈이며 입술 좀 봐라. 저것이 정민이를 꾀인 것이지. 저렇게 꾀니 한창 때인 정민이가 견딜 수 있었겠니? 저걸 그냥 태어나자마자 엎어놨어야 했는데.’
‘…….’
‘어디 나를 똑바로 쳐다 봐, 요 더러운 것!’
나는 벌벌 떨었다. 무거운 분위기와 나를 향해 날아오는 할머니의 역정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번엔 형도 나를 안아주지 않았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무거운 얼굴로 무릎을 꿇고 땅바닥만 쳐다볼 뿐이었다.
다, 다 내 잘못이었구나. 형은 이제 경찰서에 가게 되나. 그럼 나는 어떻게 되지? 형을 경찰서에 가게 만든 게 나였다. 내가 모든 잘못을 저질렀다. 이 모든 게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럼 나는 어떻게, 나는….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져 버렸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자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나는 철퍽, 하고 바닥으로 쏟아져 내렸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렸다.
*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외가로 돌아왔다. 외가에서도 나갔다 돌아온 바깥사람인 우리를 천덕꾸러기 취급했다. 우리는 죽은 듯이 살아가기 시작했다. 바깥출입도 잘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가 가끔 외출이라도 하고 오면 내게 ‘오늘은 누가 쳐다보지 않더나. 네가 남자가 꼬이게 생기긴 했나보다. 그걸로 돈이라도 벌어오렴. 너 때문에 나는 내가 왜 사는지도 모르겠어.’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 일로부터 십 수 년 후, 어머니는 알콜 중독에 빠져 돌아가시고 말았다. 초라한 장례식에 그쪽 식구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외가에서 소식을 주지 않은 탓이었다. 소식을 줬어도 누가 왔을지 모를 일이다.
어머니의 뼛가루가 든 단지를 들고 올려다 본 하늘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 다음 차례는 나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죄인이라서, 내가 죽을 수도 없었고 살아갈 수도 없었다. 그저 다만 내가 마주할 마지막 그 순간이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내게 가능한 한 빨리 오기를 나는 간절히 바랐다.
*
테마 : 비뚤어진 욕망, 죄악, 잘못된 용서, 트라우마.
작년 3월에 썼던 글 아주 조금(..) 수정해서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