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슙 : DADDY (完)

[국슙] DADDY 21.

몽블랑11 2016. 11. 25. 21:20

[국슙] DADDY 21.

w.몽블랑



※ 본 편은 다소 수위가 있고 다소 폭력적임을 알려드립니다.



*



호텔 카페에 앉은 윤기는 멍하니 제 앞의 커피잔을 내려다 보았다. 정국이 집을 떠나고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잔 지가 벌써 2주가 넘었다. 그 2주 사이에 아버지는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리고 윤기에게도 본인과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정국이 성인이 되면, 윤기 자신도 2년 내로 결혼을 할 것. 절대 정국이 윤기의 인생을 낭비하게 하지 말 것.



어쩌면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버지와의 계약은. 그러나 아버지는 마치 그날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일을 착착 이행시켜 나갔다. 이 자리까지 나와 있는 제 자신이 허수아비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역 대리 민윤기입니다.”



자신의 앞의 고운 아가씨도 고개를 숙이며 제 소개를 한다. 그녀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지만 기업의 이름은 귀에 익었다. 그녀와 윤기는 서로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마 저쪽도 부모님들끼리 이야기만 되어서 이런 자리에 끌려나왔을지도 몰랐다. 서로야 어떤 사정이 있든 두 사람은 이곳에서 해야 할 스케줄이 있었고, 윤기는 식사와 산책이 끝난 후 애프터 약속을 잡고 자리를 마무리했다.



윤기는 모두 포기상태에 가까웠다. 마치 남의 삶을 살아주는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



그런 윤기가 밤중에 눈을 뜨는 건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일이었다. 잠을 설치지 않고 편히 자는 것은 이제 매우 드물었고, 그 때문에 체력이 떨어져가고 있다는 게 몸으로 느껴졌다.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킨 윤기가 제 창가를 봤을 때, 그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인영이 우뚝 서 있었다. 그 인영이 점점 다가와 윤기의 침대에 앉는다.



“놀랐어요?”



정국의 목소리였다. 윤기는 식은땀이 등에서 배어나온 게 느껴져 제 흐트러진 숨을 골랐다. 한밤중에 정국이 어째서 제 집에 있는지, 그것도 제 방에 있는지 모르겠다. 침을 삼킨 윤기가 아무렇지 않은 척 덤덤한 목소리로 정국에게 물었다.



“이 시간에 왜 여기에 있어.”

“이제 이 시간에 여기 있으면 안 되나 봐요?”



정국은 비웃음이 명확한 목소리로 윤기에게 대꾸했다.



“왜 대디가 밤중에 깨는지 이제 알 것 같아요.”

“…뭐?”

“자다가 헛소리를 다 하네요, 대디.”



정국이 윤기의 두 팔을 붙들고 완력으로 침대에 눕힌다. 윤기는 정국의 목소리와 표정과 말이 공포스러워서 뻣뻣하게 굳은 채 정국의 눈동자만 응시할 뿐이었다. 그런 윤기를 향해 한쪽 입꼬리를 올린 정국이 말했다.



“그 거래처 팀장님이랑 지낸 밤이 그렇게 좋았어요?”



윤기는 입을 벌린 채 황망한 얼굴로 정국을 바라봤다. 어떻게 알게 된 걸까. 그렇게 꽁꽁 숨겼었는데, 어떻게.



소름 끼치는 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기는 정국에게서 도망치려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이미 윤기의 허벅지에 올라타 전신을 누르고 있는 정국의 완력을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급하게 힘을 쓴 터라 턱 끝까지 차오른 숨에 학학대는 윤기를 간단하게 엎은 정국이 그의 하체를 무릎 꿇게 하고는 상체를 꾹 눌러 제압한다. 버둥거리며 벗어나려는 윤기의 귓가에 다가온 정국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도망가면 나 대디 정말 죽일지도 몰라요. 가만히 있어요.”



공포였다. 뒤에서 정국은 가볍게 제 것을 세우더니 이내 끝을 윤기의 뒤에 맞췄다. 그리고 뻑뻑한 안으로 조금씩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윤기는 느껴본 적 없는 고통에 악 소리를 냈다. 정국이 붙들고 있는 허리를 제외하고는 온몸이 침대 위로 무너져 내렸다. 정국도 잘 들어가지 않는 듯 뒤에서 정국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악! …으흑… 윽, 으읍.”



어떻게 끝까지 밀어넣은 정국이 한 번 허리를 밀자 윤기가 눈물을 쏟았다.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윤기는 한 손으로는 새하얗게 주먹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를 득득 긁어내렸다.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데도 정국이 뒤로 빠졌다가 다시 몸을 밀어넣는 게 느껴졌다.



“아윽, 하악, 악…! …흐으…. 으읍, 정ㄱ… 우욱…. 정국, 정국아….”

“내 이름, 부르지, 마요. …더러워.”

“…윽, …으웁…, …흐…, 흐악….”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정국은 윤기의 어깨를 잡고 퍽퍽 찧어대기 시작했다. 아직 몸이 열리지 않았는데 밀어붙이는 정국에 쾌감은커녕 윤기는 고통에 휩싸여 비명과 끙끙거리는 소리만 냈다. 제 뒤에 있는 사람이 정말 정국인지 알 수가 없었다. 제가 알던 정국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아이가 아니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아 더 무서웠다. 정처 없이 흔들리는 침대시트만 바라보던 윤기는 급하게 제 허리를 붙든 정국의 손을 붙잡았다.



“얼굴 보고…. 흐, 얼굴 보여줘…. …제발, 무서워….”



그 말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던 정국이 윤기가 힘이 풀려 침대 위로 다시 쓰러지고 나서야 윤기의 몸을 돌렸다. 울음으로 엉망이 된 윤기의 눈에 어렴풋하게 정국이 보이자 윤기는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에 어금니를 짓씹은 정국이 다시 윤기의 안으로 저를 밀어넣는다. 그와 함께 윤기의 허리가 크게 휘고 윤기는 큰소리가 터질 것 같은 제 입을 손으로 막은 채 다시 정국에 의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국의 얼굴을 보면 좀 더 나을 줄 알았는데, 차갑기만한 정국의 얼굴을 보고 있는 게 더 무서웠다. 저 같지 않게 서러움에 주룩주룩 눈물만 흘렀다. 와중에 점점 달아오르는 몸이 원망스러워 윤기는 침대 시트를 꽉 쥔 채로 눈을 감았다. 한 번 오기 시작한 열락을 얼마 버티지 못하고 외마디 신음과 함께 온몸을 떨며 사정하는 윤기를 보며 정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는다.



“그렇게 좋아요? 안에 든 게 누구 것이든 이젠 상관없죠? 그게 자기가 키운 자식이라도. 그쵸.”

“…읏, 그런 말… 하지, 흐앗…! 흑, 그만, 그만해….”

“누구 마음대로. 몸이 천박해서 먼저 가 버린 걸 어떡해요.”



정국이 윤기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리치자 윤기가 자신도 모르게 밑을 꽉 조였다. 그에 정국이 다시 비웃는다. 윤기는 수치스러움에 차라리 지금 이 순간 죽어버리고 싶었다.



“이런 줄도 모르고 난, 아껴야 좋은 줄, 알았어요. 후우… 머저리 같이.”

“흐아…! 아, 그만, 이제 안 돼…. 아, 안, 돼에… 흐윽….”

“몸이 예민한 줄만, 알았는데, 몸 굴리는 솜씨가, …씨발, 그 정도일 줄은, 몰랐죠. 아무나, 덥석덥석 물어줄, 줄은.”

“…아응, 아…! 아…!! 그만, 흐아악, 그만…!!”



몸의 쾌락이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자 윤기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몸만 파드득거리며 정국의 밑에서 버둥거렸다. 막힌 신음소리가 윤기의 입안에서 나오지 못하고 사라지고, 윤기는 제 몸의 흥분을 버티지 못해 정국의 품에 안겨 몇 번이나 몸을 떨었다. 정국은 그런 윤기의 사정과는 상관없이 제 움직임에 충실했고 윤기는 쾌락에 취해 흐려져 가는 제 의식을 붙잡기 위해 애를 썼다.



“으웃….”



몸 안에 척척한 것이 퍼지고 윤기는 정국이 빠져나감과 동시에 제 밑과 허벅지를 흐르는 정국의 체액을 느끼며 침대 위로 엎어졌다. 채 잠옷도 다 벗지 못한 채로 겁간에 가까운 일을 당해 잔뜩 흐트러져 아직도 간헐적으로 몸을 떠는 윤기의 말간 등을 지긋이 바라보던 정국이 제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손은 윤기의 하얀 목에 닿았다.



“크윽, 끅… ㅈ구… 컥….”



마치 목뼈를 분질러 죽일 듯 강한 정국의 손의 압박에 윤기가 어쩔 줄을 모르고 버둥댔다. 정국의 손에 힘이 들어가 부들부들 떨리고, 윤기의 얼굴엔 새빨갛게 피가 몰렸다. 커다랗게 뜨인 눈엔 실핏줄이 터져 군데군데 빨갛게 충혈되었다. 윤기의 다리가 침대시트를 밀며 발버둥쳤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고통스러운 얼굴로 응시하던 정국이 어느 순간 손을 확 놓는다. 영겁의 시간에 가까운 찰나였다.



“…, 하아… 하아….”

“컥, 흐ㅇ… 쿨럭…! 읍, 흐아…! 흣, …쿨럭, 쿨럭!”



윤기는 숨을 쉬기가 힘든 듯, 고통스러운 숨소리를 내뱉으며 거세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목구멍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기침을 너무나 세게 한 나머지 피 냄새가 났다. 정국은 제 떨리는 두 손을 바라보다 결국 고갤 떨궜다. 눈을 감으면 이 모든 것이 다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눈을 뜨면 고통스러워하는 윤기와 그를 그렇게 만든 자신이 있었다.



“진짜 죽었으면 좋겠어요… 대디와 나 둘 중 누구든.”



아니 그냥 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왜 나를 배신했어요. 아무것도 나는 몰랐잖아요. 대디가 끝을 생각하고 나를 만났다는 것도, 나 말고도 대디가 누군가와 밤을 보냈다는 것도, 여전히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게 내 아버지란 것도. 나는…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왜….



정국의 한숨 같은 말은, 그 끝의 지친 웃음은, 윤기의 거센 기침 소리에 묻혀 그에겐 닿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