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랩진 (5)
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7.w.몽블랑 * “형.”“…윤기야.” 집에 돌아오던 윤기가 나가던 석진과 마주친 것은 우연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말을 섞은 지가 오래였다. 정국과 있는 시간이 늘어난 윤기가 석진과 만나기도 어려웠지만, 사실 얼마 전부터 석진은 의도적으로 윤기를 피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윤기가 남준을 언급한 그 후부터. “흐음….” 해가 이미 산 너머로 넘어간 시간에 석진은 깔끔한 외출복 차림으로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 모습을 윤기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눈으로 훑는다. 석진은 괜히 불안해 하는 제 자신을 억지로 다독이며 윤기에게 물었다. “지금 들어오는 거니.”“형은 어디 가나 보네.”“…응.”“김남준?”“…….” 알기 쉬운 석진의 표정에 정답을 맞춘 윤기가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렸..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5.w.몽블랑 * 집으로 가는 동안 남준은 평소 같은 것을 물었다. 오늘은 별 일 없으셨습니까. 저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혹시 제가 없는 동안 누가 괴롭히진 않으셨습니까. 마지막 질문에 석진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비사 정랑께서 매일 퇴근길을 기다리던 저를, 괴롭힐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그럼, 그간… 제가 보고 싶지는 않으셨습니까.” 웃고 있던 석진의 웃음이 저도 모르게 사라지며 발걸음이 멈췄다. 그를 따라 남준의 발걸음도 멈췄다. 남준도 웃고 있지 않았다. 주먹을 쥐었던 남준이 제 손의 힘을 풀며 억지로 웃어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제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아무 말도 없는 석진이 답답했다. 남준은 다시 석진에게 물었다. “저를 좋아한다고 하셨..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3.w. 몽블랑 * 남준은 평소처럼 예조로 향하려던 제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퇴청하는 문밖으로 석진의 옷자락이 보인 것 같아서였다. 남준은 제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했다. 꿈인가, 저 앞에 보이는 이 아름다운 이의 얼굴은. 꿈인가. 대문 앞에서 남준을 기다리고 있던 석진의 눈이 남준을 향했다. 그 꽃 같은 자태에, 저를 바라보는 맑고 둥근 눈망울에, 남준은 커다란 보폭으로 뛸 듯이 걸어가 석진의 앞에 섰다. “예까지 어찌 오셨습니까.” 남준의 얼굴이 기분 좋은 설렘으로 싱긋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석진으로 하여금 한 마리의 커다란 개를 떠오르게 했다. 상냥한 얼굴로 웃어주는 커다란 강아지. 석진은 그런 남준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답..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8.w.몽블랑 * 제 신분을 밝힌 남준의 말에 석진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무비사 정랑께서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 특별 경연 행사에 저희 병사들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행사 진행 일정과 일시가 궁금하여 찾아왔습니다. 예조 관할이라 들었는데 정확히 어디 여쭈어야 하는지 몰라 이렇게….”“그 일이라면,” 석진도 얼마 전 들은 이야기였다. 실무 담당이 어디 좌랑이었던 것 같은데, 누구셨더라…. 잠시 후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석진은 아, 그분이시라면,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런 석진의 말을 남준은 꽤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자르며 들어왔다. “데려다 주시면 안 될까요?”“예?”“예조는 처음이라서요.” 석진이 눈을 깜빡인다. 눈동자가 따뜻한 갈색이었다...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7.w.몽블랑 ※ 국민 수위 조금 있습니다. * 주상전하께서 납셨습니다, 하는 궁녀의 말에 대군을 안고 있던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국이 교태전 안으로 걸어들어 오는 게 보여, 지민은 놀란 얼굴로 궁녀에게 아이를 넘겨주고는 정국을 향해 예를 올렸다. “전하께서 오실 줄 모르고….” 지민은 제 머리며 차림을 급하게 매만졌다. 오늘 아무것도 꾸민 것이 없었다. 오늘 아침도 몸을 꾸며주는 궁녀들이 지민에게 이런 것 저런 것을 대보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정갈하게만 묶인 머리와 단정하기만 한 옷이었다. 입술연지 하나 묻히지 않았다. 지민은 제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했다. 오랜만에 저를 찾은 지아비에게, 조금이라도 예뻐 보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