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슙민장편 (21)
외딴 섬 같은 나도
(253kb) 2015. 10. 14 - 2015. 11. 21. 조직물 / 형사물. 처음엔 일드 도쿄dogs를 보다가 저거 재밌겠다, 해서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아마 비슷한 부분도 비슷하지 않은 부분도 있을 거예요. 드라마는 보다 말아서 어떻게 결말이 났는지 모르겠네요. 드라마 너무 쫓아갈까봐 3화까지 보고 안 봤나 그렇거든요ㅠㅠ 이제 다시 볼 수 있을 듯ㅋㅋㅋ 이거 쓰면서 하도 여러 가지에 다시 발려서 (예를 들어 화양연화 pt.1 컨셉포토라든지, 컨셉포토라거나, 컨셉포토 같은 것들..) 좋았습니다ㅠㅠㅠ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20. (完) 1층으로 숨어든 경찰들은 빌딩이 텅 비어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한 탓에 거꾸로 누군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던 경찰들을 허무하게 만들 정도였다. 윤기는 그런 그들에게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라고 말했다. 윤기의 말을 듣던 김 형사가 ‘걔네가 어디에 있을 줄 알고 꼭대기 층부터 가래?’ 하고 물었다. “걔네 꼭대기 층에 있을 겁니다. 나 믿으세요.”“아니 도대체…. 참 나.” 김 형사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엘리베이터 층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에 서서 윤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김태형이 한 그 말은 거짓말 아닐 겁니다. 절대로.” 꼭대기 층은 정국의 사무실만이 있었다...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9. 날이 흐렸다. 깜깜한 아침은 눈을 뜨기가 힘들다. 정국은 억지로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온몸이 근육통이 찾아온 것처럼 찌뿌드드했다. 이유 없이 머리도 아파오기 시작해 인상을 찌푸린 채 몇 초 간 정지한 채 앉아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이라기엔 어불성설이었지만 ‘이대로 하루가 끝났으면.’ 하고 생각했다. “…일어나야지.” 중얼거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기분이 더 별로였다. 오히려 일어서자 들어간 것 없는 뱃속까지 울렁거려왔다. 머리가 아프니 속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부엌으로 나와 냉장고를 열어도 안은 텅 비어있었다. 두통약이라도 있을까 했지만 약은커녕 물조차 한 통도 없었다. 어차피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니 당연했지만 오늘은 뭐라도 있었으면 싶은 마음..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8. 태형은 늦은 밤,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정국이 자신을 멀리함으로써 모든 일들을 정국 모르게 뒤에서 보아야 하니 일이 끝나는 시간이 더 늦어졌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복도를 걷던 태형의 앞으로 익숙한 사람이 들어와 서 태형은 걸음을 멈췄다. “형님.” 앞에 서 있는 건 승철이었다. 항상 말이 없고 묵묵히 행동하는, 어쩌면 저와 닮은 모습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끼는 부하였다. 그런 것을 알고 있던지 평소 말이 없을 뿐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을 어려워하지는 않았던 승철이었는데, 오늘은 제 앞에서 머뭇대는 것이 여간 이상하지 않다. “무슨 일이야.”“…….”“박승철.”“잠깐 시간 있으십니까.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7. 상태가 안정됨에 따라 일반 병실로 옮겨진 지민은 도통 깨어날 줄 몰랐다. 깨어나서 잘 먹고 잘 쉬어야 상처도 하루빨리 아문다고 했는데, 매일매일 잠만 자는 지민은 그저 말라만 갔다. 그걸 매일매일 와서 오늘은 깨어날 거라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다 돌아가는 정국도 점점 수척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푸석해진 얼굴로 밤늦게 돌아가려는 정국을 붙든 건 석진이었다. “이봐요, 전정국 씨.”“…뭡니까.” 피곤에 찌든 정국의 얼굴이 석진을 바라본다. 석진이 붙든 게 꽤나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석진은 그런 정국의 표정을 무시한 채 제 할 말을 이어나간다. “요즘 잠은 좀 자요?”“네, 잡니다.”“근데 얼굴이 왜 그래요. 밥은 먹어요?”“…….”“일도 안 하고 이렇게 병원에만 있..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6. 몸이 어느 정도 낫자 태형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아직 몸이 욱신거리는 건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맞아본 것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몸을 추스르고 언제나처럼 이사실로 올라가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는데, 갑자기 비서가 다가와 자신을 황급히 말린다. 태형은 영문을 몰라 곤란한 얼굴로 제 행동을 막는 비서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일입니까.”“그게…, 저기….”“…말씀하세요.”“이사님께서 말씀이 있으셔서요….”“네.” 태형은 비서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렸던 비서에게서 들려온 말은 태형의 심장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사님께서 실장님은… 앞으로 사무실에 들이실 일 없을 거라고….” 태형에게 미안한 듯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5. 윤기는 빠르게 자세를 낮췄다. 또 총알이 날아올지도 몰랐다. 낮은 포복 자세로 지민에게 기어가 지민의 목에 손을 대고 맥을 살폈다. 아직은 뛰고 있지만 환부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어마어마했다. 다인에게 손으로 눈을 가리게 하고는 절대로 떼지 말라 으름장을 놓고 윤기는 제 손으로 지민의 가슴에 손을 얹어 지혈을 시도한다.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조차도 안 할 수가 없었다. “형ㅅ… 형사님….” 색색대며 긁히는 지민의 목소리에 놀란 윤기가 ‘어어. 나 여깄어.’ 하며 고개를 든다. 하얗게 핏기가 가신 입술과 얼굴에 아이러니하게도 빨간 피가 튀어있었다. “손… 손 잡아주세요….” 윤기는 망설임 없이 지민의 손을 잡았다. 숨을 쉬기가 힘든 듯 색색댈 때마다 지민이 ..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4. 평소처럼 서에 출근한 윤기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책상에서 울리는 전화에 별 생각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민윤기 씨, 지금 당장 전화 끊고 밖으로 나오세요. 핸드폰 놓고 오십시오. 주위 분들에게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녹음 버튼 누르지 마세요. 감시 중에 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전화 간 거 보면 아시겠죠.“너 뭔데 아침부터 전화질…”- 따님 되찾아 가실 때가 된 것 같아 연락 드렸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윤기가 제 행동을 멈춘다. 다인의 얘기에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붙들고 어렵게 냉정을 찾는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듯 낯이 익었다. “…너 김태형이지.”- 서 앞으로 나와 보시면 차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번호는 ..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3. 윤기를 만나러 가는 날이 정해졌다. 날짜는 내일이었다. 그 사실을 통보받은 지민은 어떻게 다인을 윤기에게 인계하면 될지에 대해 정국에게 설명을 듣기 위해 방에 앉아있었다. 아직 정국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지민 혼자였다. 내일이면, 윤기를 다시 볼 수 있다. 그 생각으로 진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렸다. 윤기에게 다인을 데려다주고 나면 죄책감도 조금 덜게 될 것 같았다. 내일 윤기를 보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조금은 더 확실해지지 않을까. 지민은 기대와 설렘을 품고 침대에 앉아 발을 앞뒤로 살랑거렸다. “기분 좋아 보이네.” 기척도 없이 들린 정국의 목소리에 지민이 흠칫 놀라며 소리가 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정국이 문을 열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가 들어오..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2. 지민이 다시 눈을 떴을 땐 방 안은 캄캄했다. 어두운 방안에서 눈을 떴다 감았다, 가 다시 떴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눈을 뜨는 게 의미가 있는 일인가. 제 상체에서 스르르 떨어지는 이불을 한 쪽으로 힘겹게 밀어낸 지민이 침대에서 일어나려다 주르륵 바닥으로 주저앉는다. 허벅지부터 아래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다시 침대를 붙들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 지민은 온몸의 근육들이 아우성치는 걸 느꼈다. 인상을 찡그릴 힘도 없이 비틀대며 욕실로 들어간다. 샤워기를 틀고 물을 맞으며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던 지민은, 이게 언젠가 봤던 장면임이 떠오른다. 그래, 윤기와 함께 있을 때 꿈에서 봤던 장면이다. 그 꿈이 또 현실이 되리라고는 그땐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지금 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