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4. 본문

슙민국뷔 : 인어공주 이야기 (完)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4.

몽블랑11 2016. 11. 25. 19:09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4.





평소처럼 서에 출근한 윤기는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책상에서 울리는 전화에 별 생각 없이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 민윤기 씨, 지금 당장 전화 끊고 밖으로 나오세요. 핸드폰 놓고 오십시오. 주위 분들에게 들키지 않게 자연스럽게 나오셔야 합니다. 그리고 녹음 버튼 누르지 마세요. 감시 중에 있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전화 간 거 보면 아시겠죠.

“너 뭔데 아침부터 전화질…”

- 따님 되찾아 가실 때가 된 것 같아 연락 드렸습니다.



상대방의 말에 윤기가 제 행동을 멈춘다. 다인의 얘기에 흐트러지려는 정신을 붙들고 어렵게 냉정을 찾는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듯 낯이 익었다.



“…너 김태형이지.”

- 서 앞으로 나와 보시면 차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번호는 4915, 검은색 SUV 차량입니다.

“이게 무슨 짓들이야.”



날카로워진 윤기의 머릿속으로 다인만을 언급한 태형의 말이 재생된다. 지민에 대한 얘기가 없다.



“박지민은. 야, 박지민은 왜 말이 없어.”

- 서두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따님이 지금 이 순간 안전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차에 타시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윤기의 말도 무시한 채 얘기하던 태형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윤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멈춰섰지만 이내 경찰서 밖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혼잡한 경찰서 안. 갑자기 달려 나가는 윤기를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태형의 말대로 밖엔 SUV 차량이 대기 중이었다. 윤기가 뒷좌석으로 올라타자 차는 망설임 없이 출발한다. 그러던 중 운전자가 전화를 받아 ‘전화 받으시랍니다.’ 하며 윤기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 지금부터 가는 곳은 죄송하지만 알려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앉으신 곳 근처에 눈을 가릴 수 있는 천과 수갑을 놔두었으니 실례지만 스스로 눈을 묶고 수갑을 차시기 바랍니다.

“…….”

- 오늘 따님을 데려가실 수 있으실 지 없으실 지는 전적으로 민윤기 씨 손에 달려 있습니다. 신중히 행동하시기 바랍니다.



윤기가 욕을 씹으며 끈으로 제 눈을 질끈 묶자 부아아앙, 하고 세게 액셀을 밟는 소리가 들린다. 수갑을 차며 윤기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호랑이 굴에 잡혀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산다고 했다. 다인이 무사할까. 그게 가장 관건이었다. 이제 와서 돌려주는 이유는 뭘까. 왜 지금까지 걸린 걸까. 많은 의문점들이 떠올랐지만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다인이 무사하길, 윤기의 마음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



“욱, 우욱… 하아, 하아.”



지민은 자꾸만 생목이 올라오는 제 가슴을 친다. 아침에 눈뜨자마자부터 이 모양이었다. 어제의 잔상에, 생생하게 떠오르는 제 기억들에 헛구역질을 시작한 지민은 침대 밖으로 빠르게 고개를 돌렸지만 속에서 올라온 거라곤 시큼한 위액뿐이었다.



“웁….”



퉤, 하고 위액과 타액을 바닥에 뱉은 지민이 손등으로 제 입술을 닦아낸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째서 아침에 태형이 깨우러 오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확인한 시계엔 시간이 꽤 흘러 있었다. 



힘겹게 몸을 일으킨 지민은 온몸에 하나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에 쓴웃음을 지었다. 전정국, 하나도 빠짐없이 잘도 밟아놨네. 앞으로 한 걸음을 떼려다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진 지민은 신음을 내며 다시 제 무릎에 힘을 넣고 일어났다. 다인이를 그에게 데려다 줘야 해. 까만 머리칼 사이로 텅 빈 지민의 눈동자가 구른다.



*



차는 꽤나 달렸다. 도착하자 문을 열어주며 윤기의 눈을 풀어주자 갑자기 시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셔 인상을 찌푸리며 시간을 가늠해 본다. 차에 탈 때의 그림자와 내렸을 때의 그림자가 달라졌을 정도로 달렸다. 아무래도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까지 나온 듯했다. 자, 이제 어쩔 거지? 자신을 데리고 왔던 남자는 이미 차를 끌고 사라져 버린 후였다. 긴장 어린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던 윤기가 허허벌판에 가까운 거리를 관찰하던 그때, 공중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 시발, 무슨 영화 찍나.”



짜증스러운 얼굴로 윤기가 수화기를 집어 든다. 손목에 걸린 수갑도 짜증나는데다 아이의 목숨을 걸어놓은 듯한 뉘앙스로 말을 하고는 시간을 끌며 장난을 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보세요.”

-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지랄 말고 빨리 다인이랑 박지민 보내주라고.”

- 뒷주머니에 있는 무전기 내려놓으시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뭐 계속 이래라 저래라야. 무의식적으로 수화기를 든 채 뒷주머니의 무전기를 꺼내려던 윤기가 수갑에 가로막힌다. 결국 또 욕을 뱉으며 수화기를 내려놓고 힘겹게 뒷주머니에 있던 무전기를 꺼내 내려놓은 뒤에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민윤기 씨가 할 일은 정말 따님을 데려가시는 일입니다. 뒤돌아서 보시면 안내 표지판이 있습니다. 현재 위치 찾으시고 3시 방향으로 보시면 거기서 멀지 않은 거리에 공원이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한 시간?!”

- 그곳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차를 타셔도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말씀 드렸습니다. 한 시간입니다.



수화기를 내팽개친 윤기가 뒤에 있는 표지판을 확인한다. 그 시의 관광 안내 지도였다. 현재 위치와 공원의 거리는 약 4.5km. 뛰거나 빠르게 걸어야 1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초행길이라 헤매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거라 장담하기가 어려웠다.



“아 미치겠네.”



제 얼굴을 손으로 쓸어내린 윤기는 방향을 확인하곤 바로 뛰기 시작했다. 이들은 아무래도 제가 지칠 때까지 저를 굴릴 예정인 것 같았다. 윤기는 어금니를 질끈 깨문 채 달렸다. 놀아나도 상관없었다. 어찌가 되었든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



같은 시간, 윤기가 이런 줄은 전혀 모른 채 다인과 지민은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정국과 함께. 뒷좌석엔 다인과 지민이 타고 조수석엔 정국이 타고 있었다. 운전을 하는 기사를 포함한 네 사람 모두 가는 내내 말이 없었다. 그런 그들의 침묵을 깬 건, 출발하면서부터 도록도록 까만 눈동자를 굴리며 창밖을 바라보던 다인이었다.


 

“삼촌 우리 어디로 가?”

“응. 아빠한테로.”



지민의 품에 안긴 다인은 윤기에게 간다는 말에 ‘정말?’ 하며 지민을 돌아본다. 그런 다인의 눈이 반짝여 지민은 설프게나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응. 정말.”

“삼촌도 같이 가?”



다인의 질문에 지민은 잠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지민은 아무 말 없는 조수석의 정국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왜? 같이 가아.”



다인이 순식간에 울먹이자 지민은 다인의 머리를 깊숙이 안고 등을 토닥인다. 그러면서도 거짓말을 뱉을 수는 없었다. ‘응, 같이 갈 거야.’ 하고 거짓 약속을 듣고선 다인 혼자 남겨져 버리면, 남겨진 사람의 외로움이 어떤 건지 고아인 자신은 잘 알고 있기에 더 그랬다. 칭얼대는 다인을 달래는 동안 차는 공원으로 꺾어졌다.



“내려.”



정국의 말에 지민과 다인이 차에서 내려 바라본 공원은 처음 보는 곳이었다. 그 크기가 공원 사이로 강이 가로지를 정도로 크기가 컸다. 강 위엔 커다란 나무다리가 놓여있었다. 이곳이 정국이 정한 오늘의 약속 장소였다. 정국은 지민의 팔을 잡았다. 다리 끝으로 데려가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민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팔을 빼는 바람에 허공을 붙잡은 제 손에 정국이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보자 지민의 초점 없는 눈동자도 정국을 향했다.



“소름 끼쳐. 건드리지 마.”



이렇게 차가운 목소리도 낼 수 있었나. 정국은 자신이 의도치 않게 지민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새로운 모습은 전혀 원하지 않던 것들로, 보고 싶지도 않던 것들이란 게 문제였지만. 제게서 한 걸음 물러서서 전혀 다가서려 하지 않는 지민에 한숨을 내쉰 정국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다리 맞은편으로 민윤기가 올 거야. 형은 여기서 애만 보내. 그리고 애가 다리 중간쯤을 지날 때 형은 뒤돌아서 차에 타는 거야. 안 그러면 우리가 도주할 시간이 없으니까. 공원 입구에 지구대가 있어. 민윤기가 거기에 신고하기 전에 우린 가야 돼.”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가 싶던 정국은 다시 몸을 돌려 다인의 귀를 막고 지민에게만 들리도록 나지막이 말했다.



“만약 형이 이상한 생각을 하고 차로 돌아오지 않는 즉시 민윤기는 사살돼. 잘 기억해 둬. 그때는 체포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쏠 테니까.”



정국은 진심이었다. 지민은 그걸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지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정국은 그가 무서워 움츠러든 다인에게서 손을 떼었다. 다인은 정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자 바로 지민의 다리를 꼭 껴안은 채 얼굴을 묻었다. 그런 다인을 바라보며 정국은 ‘오늘 잘 해.’ 하고 말하고는 돌아선다. 이제, 윤기가 도착할 시간이었다.



*



표지판에서 공원의 이름을 확인한 윤기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헉헉대며 자리에서 잠시 멈췄다. 11시 23분. 저쪽에서 말했던 시간까지는 약 4분가량이 남아있었다. 너무 오래 달려 가슴 아래쪽이 아파 제 손목으로 꾹꾹 문지른 윤기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시간이 여유롭게 남은 게 아니란 생각에 다리가 저도 모르게 움직였다.



통제되지 않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입구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보던 윤기는 사람 하나 없는 을씨년스러운 공원의 주위를 둘러본다. 공원 주변으로 지대가 넓고 평평했다. 고층 건물이 꽤나 먼 곳에 떨어져 있는, 현대엔 보기 드문 평지였다.



“하아, 이제 어디로 오라는 거야….”



인상을 쓰며 땀이 난 제 머리를 헝클이던 윤기의 시선 끝에 걸린 건 커다란 다리와 그 맞은편 끝에 선, 그토록 보고 싶던 다인과 지민이었다.



얼마나 보고 싶었더라. 홀린 듯 그들에게 향하는 윤기가 다리 끝에 서자 지민은 ‘거기 멈춰요.’ 하고 말한다. 그 말에 윤기는 더 다가오려 하지 않고 얌전히 그 자리에 섰다. 지민은 아이가 혼자서 튀어나가지 않도록 아이의 어깨를 잡고 서 있었다.



“아빠아…. 아빠아아….”

“…다인아….”



윤기를 보고 터진 다인의 울음을 보는 그의 마음이, 애가 끊어질 듯 아팠다. 저를 보고 목 놓아 우는 아이의 눈물 젖은 얼굴에 모든 게 제 탓으로 돌아와 심장에 쿡쿡 박혔다. 오늘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시키는 대로 끌려왔던 건 모두 이 때문이었다.



마음이 아릿한 건 지민도 마찬가지였다. 오는 내내 잘 참아왔던 아이가 제 아빠를 보고 결국 울음을 참아내지 못하는 것이 안쓰러워 지민은 아이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러나 여기서 함부로 행동한다면 얼마나 더한 비극을 볼지 몰랐다. 입술을 깨물며 지민은 저를 가다듬는다. 아까 정국이 꼽아준 인이어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오시는 길에 미행은 없으셨죠.”

“…어.”

“찬바람 부는 데 고생 많으십니다.”

“…너 말하는 본새가 박지민이 아닌 것 같다?”



정국의 말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지민을, 윤기는 금세 알아차렸다. 그러나 그런 윤기의 말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게 지민이었다.



“그건 형사님 마음대로 믿으십시오.”

“…….”

“방법은 이렇습니다. 제가 다리 중간까지 애를 데려다 주면, 애가 형사님한테 스스로 걸어갈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절대로 미리 오시면 안 됩니다. 수갑의 열쇠 위치는 애한테 말해뒀으니 찾아서 여시면 될 겁니다.”

“너는. 너는 같이 안 갈 거야?!”

“…….”

“박지민!”

“저는…, 같이 안 갑니다.”



말을 마친 지민은 윤기가 뭐라 할 틈을 주지 않은 채 바로 ‘그럼 가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한 걸음, 두 걸음. 아이를 제 앞에 세운 채 떨리는 발걸음으로 다가갈수록 가까워지는 윤기의 얼굴. 그리웠던 그 얼굴을 지민은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머릿속에 새긴다. 한 걸음씩 가까워질수록 제 마음이 확실해지는 게 느껴지는 게 슬펐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좋아하고 있었고 그리워하고 있던 사람. 윤기도 지민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자신의 마음을 알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로 올곧은 시선이었다.



그러나 이제 언제 볼지 몰랐다.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차올랐다. 울렁이는 시야에 차가운 눈물이 시린 바람을 타고 제 손등이며 코트, 구두,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지만 지민은 멈추지 않고 걸었다.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단 하나의 일이 제게 남아있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다리의 중간에 다다르자 지민이 걸음을 멈췄다. 지민은 이제 다인을 보내줄 시간이라는 걸 알았다. 지민은 다인에게만 들릴만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을 걸었다.



“다인아, 삼촌 돌아보지 말고 들어.”

“…….”

“삼촌이 다인이랑 형사님이랑 많이많이 좋아해. 다인이도 그거 알지.”

“응.”

“지금처럼 예쁘게 자라서 나중에 멋있는 어른 되어서… 멋있는 사람 만나. 다인이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이야. 삼촌이 알아.”

“…….”

“아빠 아프게 하지 말고…, 다인이도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고 그렇게, 잘 지내. 그리고 다인아, 나…. 나…, 지민이 삼촌…. 잊어버리지 말아줘….

“삼촌…?

이제 다시 못 봐도, 삼촌 잊어버리지 마…. 잊어버리면 안 돼? 아빠한테도, 형사님께도… 나 잊어버리지 말아달라고 전해줘. 꼭… 꼭이야.”

“삼촌, 왜 그렇게 말해…?”



지민을 돌아보려는 아이의 고개를 잡아 고정시킨 지민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가. 절대 뒤돌아보지 마. 뒤돌아보면 나쁜 아저씨가 어흥, 할 거야.”



아이는 겁을 먹은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다인을 확인한 지민은 아이를 놓아주곤 이내 뒤로 돌아섰다. 이대로 끝이라면…. 그래, 윤기에겐 원래 일상을 돌려주었으니 이대로도 괜찮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최선일 것 같았다. 지민은 그렇게 자신을 도닥인다.



그러나 날카롭게 공기를 가르는 피융, 하는 소리가 지민을 돌아 세웠다.



커다란 소리와 함께 파직, 하고 나무다리 손잡이가 부서진다. 어디에선가 날아온 총알이 다인이 지나가는 곳 옆 손잡이를 정확하고도 처참히 부쉈다.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이런 말 없었잖아…!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충격을 받은 지민과, 다 터져 삐죽한 나뭇결을 드러낸 손잡이에 다인을 오버랩하고는 소름이 끼친 윤기가 동시에 다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앞뒤는 몰라도 아이가 표적이었다. 발을 뗀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살리기 위한 본능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피융-



첫 번째 실패를 무마시키려는 듯 두 번째로 날아오는 총알에 두 사람이 다인을 향해 몸을 날린다.



푹.



총알이 살을 뚫는 끔찍한 소리가 공기 중에 울린다. 다인은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었다. 아이는 순식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싶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런 아이의 고개를 꾹 누르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아이의 눈을 가린 사람은 윤기였다. 그리고 그의 놀란 눈엔 가슴에 총을 맞아 피투성이가 되어 다리 위에 쓰러진 지민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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