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랩뷔/슙민] 적도(赤道) 6-1. 슙민 외전 2: 그들의 Epilogue (썰) 본문
※ 썰 주제에 긴 글 주의.
진짜 길어요 진짜.
내가 이 구역 요약하기 고자인듯
ㅡ 윤기와 태태가 사귈 때,
그리고 태태와 헤어진 윤기가
짐니와 다시 만나기까지ㅡ
같은 학교로 짐니가 온 걸 들었던 윤기. 그래도 '공대 건물이랑 예대 건물이랑은 머니까 괜찮아', '길도 다르니까 괜찮아' 라고 생각하면서도 제발 마주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람. 태태에게서 심적으로 원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심은 커지기만 했고, 그런 태태에게서 지쳐가고 있던 윤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짐니가 보고 싶지 않았음. 짐니를 보면 흔들릴까봐. 자기가 한 일엔 적어도 책임은 지고 싶었음.
근데 개강한지 얼마 안 되어서ㅡ3주쯤 지났을 때 등굣길에 말도 안 되게 짐니를 만남. 사람들 속에 둘러싸인 짐니를. 둘이 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서 윤기는 황급히 고갤 돌리고 윤기는 가던 발걸음을 다른 쪽으로 돌려서 걸음. 짐니는 그런 윤기에게서 눈을 떼질 못함. 눈을 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게 그리워하던 사람에게서 눈이 쉽게 떨어지질 않음. 뒤까지 돌아보는 짐니한테 어깨동무를 하고 있던 동아리 선배가 지민아 왜? 아는 사람이야? 하고 물어보고 짐니는 '아니… 아니에요….' 하고 대답함.
윤기는 이 길이 예대와 아무 상관 없는데 왜 만났을까 했더니 중앙 동아리실이 모여있는 건물이 이 길 끝에 있었음. 지민이 주위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이 생각남. 고등학교 때도 그랬고 사람을 모으는 천성이 있는 것 같음. 근데 그런 지민이를 마치 제것인 듯 짐니 어깨에 팔을 턱 얹고 걷고 있던 키 큰 남자가 거슬림. 이제 짐니와 아무 사이도 아닌데 거슬린다 라는 자신의 마음이 짜증나지만 어쩔 수가 없음. 윤기는 그냥 이제 짐니를 좋아하는 게 습관이 된 건가 생각함. 그랗게 생각하니 더 우울함. 그럼 옆에 있는 태태는 뭔지 모르겠음. 이런 게 싫어서 짐니를 만나지 않길 바랐던 건데 또 결국 만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함.
태태와 생일에 그런 일이 있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음. 그때 울어버린 태태가 당황스럽고 미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참 미움.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할지 모르겠음. 자기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조차 태태는 때로 잊어버린 것처럼 보임. 기대하지 말아야 하는데 기대를 하고 그게 무너지면 너무 화가 나고 비참함. 태태와 만나면서 그런 기분들이 만성이 되어가는 것 같음. 태태가 미워질 지경.
그 길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데 한편으로는 또 짐니를 만날 수 있을까 하고 그 길을 걷게 됨. 비록 마주치면 서로 못 본 척 시선을 돌리는 두 사람이지만 짐니는 그것으로나마 윤기를 볼 수 있어 좋았고 (어차피 잊어버리기가 힘들어 짐니는 약간 포기 상태임) 윤기 또한 그랬음. 그치만 그 후 태태를 만나면 윤기는 감정적으로 혼란스러워 짐. 도대체 자기가 뭐하고 앉았는지 모르겠음.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과제를 하고 밤늦게 그 길을 또 지나가게 됐는데 빛이 없는 건물 벽 쪽에서 사람 둘이 옥신각신하는 게 어렴풋이 보임. 한 사람은 키가 크고 다른 한 쪽은 작아서 남자와 여자인가 했는데 작은 쪽의 실루엣이 윤기 눈에 너무 익숙함. 모르고 싶어도 알겠는 짐니였음. 윤기는 자기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감.
가까이에서 눈에 보이니 더 가관임. 짐니가 들고 다니던 가방이랑 핸드폰은 바닥에 내팽개쳐져 있고 아래옷을 벗기려는 남자의 손이랑 짐니 손이 막 엉켜있음. 남자는 지난 번에 짐니 어깨에 팔을 얹어놨던 그 새끼. 짐니를 쳐다보는 눈이나 하는 행동이 거슬리더라니 이 사단이 났음. 남자는 이미 짐니 다리 사이에 허벅지를 끼워넣고 옴쭉달싹 못하게 만든 후였는데 거기다 체격적으로 너무 후달려서 짐니는 힘을 거의 못 주고 하지 말라고 남자 손목을 붙들고 애원하는 상태에 가까움. 남자가 짐니 볼을 두 손으로 고정하고 억지로 입을 맞추니까 짐니는 두 손으로 어깨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전혀 밀리질 않음. 이번엔 남자가 짐니 목에 키스하니까 애가 화들짝 놀라서 으으, 하면서 울음을 터뜨림. 거기까지 보고 윤기는 야, 하고 남자를 부름. 윤기 손에 핸드폰이 들려있고 라이트를 켜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함. 윤기는 짐니 쪽에 서 있었음 절대 짐니 얼굴 안 나오게.
'너 지금 학교에서 강간치는 거냐. 이 동영상 뿌리기 전에 지금 당장 걔 놓고 꺼져.'
남자가 라이트 때문에 윤기 얼굴이 안 보이니까 너 누구야 미친 새끼야, 이러는데 윤기는 태평하게 뭐, 남자 강간치려던 새끼라고 니네 과에 알려줘? 너 체육교육과더라. 임용 시험 원서는 내 봤냐? 내가 평생 못 치게 해줄까? 하니가 남자가 식겁해서 뒷길로 도망감. 짐니는 다리가 풀려서 주르륵 주저앉고 윤기는 폰을 끄고 그런 짐니의 물건들을 주위에서 주워다 주저앉은 짐니한테 건네줌. 떨리는 숨소리로 히끅대면서 조심스레 그걸 받아드는 짐니한테 윤기가 버럭 화를 냄.
'너는 도대체 행동을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길래 저런 새끼랑…!!!'
원래 그런 말을 하면 안 되는 건데 윤기는 자기도 모르게 짐니를 탓함. 짐니는 아니라고 고개를 젓는데 윤기는 속이 터질 것 같음. 저런 새끼가 곁에 왔을 때 못 알아보고 못 쳐낸 짐니에 화가 남. 그런 새끼인 걸 알아본 자기가 말을 못해주고 결국 이런 상황까지 와서 짐니가 상처를 받고 이런 일련의 일들이 모두 윤기한테는 답답하고 화가 나는 거.
'왜 저런 새끼를 못 알아봐? 왜 저런 더러운 새끼랑 같이 다녀?! 너 그렇게 사람 보는 눈이 없어?!!'
'아니야… 아니야아…. 흐으….'
'저 새끼 옆에서 네가 시시덕거리면서 웃고 다니는 거 봤을 때 얼마나 화가 나는 줄 알아?! 넌 병신이냐? 옆에서 그렇게 쳐다보는데도 저 새끼 눈이 어떤 줄 모르게?!!! 그래 사람을 그렇게 볼 줄 모르니까 나 같은 병신이랑도 사귀고 저런 새끼한테 강간이나 당할 뻔하지, 씨바알!!!!!!'
윤기는 화가 극에 달해서 막 소리를 쳤음. 짐니는 울면서 그 얘길 다 듣고 있음. 윤기는 그런 짐니 손목을 꽉 잡아 끌어올려 일으킴. 애가 놀란 눈으로 윤기를 쳐다봄. 짐니 눈에 눈물과 두려움이 가득함. 눈앞에 그 새끼가 아니라 윤기인데도. 흐읍, 하고 숨을 들이키는 짐니에 윤기는 모든 싸울 마음이 사라짐. 짐니 손목을 탁 놓고 '…하아…. 됐다. 집에 가라.' 하고 뒤돌아서 터덜터덜 걷는 윤기. 그런데 뒤에서 조심스럽게 짐니가 옷을 잡아옴. 윤기가 멈춤.
'미… 안해요… 이런 모습 보여서…. 나 사람 볼 줄 모르는 거 맞아….'
'…….'
'근데 형은, 형은 아니야…. 나 형이랑 사귄 거 후회한 적 없어. 그렇게 말하지 마…. 나랑 보낸 시간들 그렇게 잘못된 것인 듯 말하지 마아….'
말끝이 흐려지며 울음을 터뜨리는 짐니. 윤기는 자기도 모르게 뒤돌아서 우는 짐니를 꽉 안아줌. 짐니는 그런 윤기 품에서 더더 서럽게 욺. 항상 나던 익숙한 향기에 짐니는 정신을 놓고 욺. 윤기는 항상 안기던 것보다 너무 말라버린 짐니에 마음이 쓰임. 한숨을 푹 쉬며 윤기는 짐니 등 뒤로 달만 쳐다봄.
그날 윤기는 짐니를 집에 데려다 주고 옴. 저러라고 헤어진 게 아니지만 저러지 말라고 헤어진 것도 아님. 차라리 저렇게 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면 헤어지지 않은 게 맞아서. 그리고 그 화와 답답함을 태태한테 풀게 됨. 결국 윤기는 태태에게도 상처를 주고 말았음. 윤기 마음은 너덜너덜해짐. 짐니에게서 봤던 공포를 태태에게서도 봄. 윤기는 남주니에게 전화해서 태태를 맡김. 남준이는 모텔 앞에서 기다리던 윤기를 보자마자 선방을 날림.
'너 같은 개새끼는 처음 본다. 나한테 태형이가 어떤 아이인지 알면서…. 너는… 넌 사람도 아니야 새끼야!!'
하고 땀이 날 때까지 때리고 욕함. 윤기는 그걸 다 맞고 화난 발걸음으로 남주니가 들어간 뒤로 비척비척 일어서서 집으로 감. 그날 남준이가 때리고 욕한 건 윤기에게 하나의 벌이 됨. 난 이 정도는 당해도 싼 새끼지…. 이런 거.
그리고 2주 후, 짐니에게서 형 저랑 저희 집에서 술 한 잔 할래요…? 하고 연락이 옴. 윤기는 그걸 뿌리치지 못하고 짐니를 만나러 감.
짐니는 몸관리 때문에 술을 안 했음. 그래서 잘 못하는 쪽에 가까움. 그런 짐니가 술을 하자고 한 게 이상했지만 대학에 와서 술을 마시게 되었나, 하고 생각함.
만나서 짐니네 자취방에 처음 들어가봄. 대학에 와서 혼자 살기 시작했다고 함. 여기저기 널려 있는 짐니의 것들 중 윤기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흔적을 찾다가 눈을 거둠. 가끔 어색할 정도로 짐니도 윤기도 말이 없음.
둘은 술을 마시기 시작함. 윤기는 맥주컵에 소주를 따라 한 잔을 원샷함. 그걸로 시작하는 게 윤기 술버릇. 근데 그걸 본 짐니가 윤기 잔이 똑같이 따르더니 자신이 원샷함. 윤기가 놀라서 쳐다보는데 짐니는 쓰다는 얼굴로 인상을 잔뜩 찌푸림. 이상한 맛에 헛구역질까지 해서 어이없단 얼굴로 윤기가 웃음.
'왜 그러게 술도 안 마시는 애가 그렇게 마셔.'
'형이 항상 그렇게 마셨잖아요. 다들 그렇게 마시는 줄 알았는데 대학교 와서 보니까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윤기가 한 잔을 더 가득 부었더니 짐니도 똑같이 제 앞에 따라 부어놓음. 윤기가 얼씨구? 하고 쳐다보다 한 잔을 한 번 더 원샷함. 이미 얼굴이 발그레해진 짐니는 그런 윤기를 보고 망설이더니 잔을 들어 자신도 입에 털어넣기 시작함. 잔이 반쯤 들어갔을 때 윤기가 짐니 손목을 잡아서 억지로 잔을 내림. 짐니는 술이 잘못 들어갔는지 켈록대기 바쁨.
짐니가 입술에 술이 젖어 제 손으로 닦아내는데 눈이 풀려가는 게 보임. 술도 별로 안 하는 사람이 소주 한 병 가까이를 한꺼번에 들이켰으니 당연함. 짐니는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몸이 붕붕 뜨는 기분임. 윤기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서 눈을 비빔.
'나아… 이제 그 선배랑 안 놀아요.'
짐니의 말에 그 선배? 하고 눈을 굴리던 윤기는 지난 번 그 새끼를 말하는 것임을 눈치채고 잘됐네, 하고 간단히 말함.
'잘 된…건가…? 이제 그 동아리 아무랑도 안 놀아요. 내가… 다가가면 다들 피해서…. 선배가 나한테 걸레 같대요.'
걸레라는 말에 윤기의 미간이 찌푸러짐.
'뭐?'
'내가… 내가 끼부려서 그런 거래요. 내가 잘못했대요. 내가 눈웃음 치고… 여기 저기 만져도 가만히 있을 땐 언제고 왜 반항하냐고… 사람 갖고 놀지 말라고 했어요….'
'그 새끼 정신 못 차리고…!'
'근데 나 그랬어요.'
짐니 말에 윤기가 뭔 말이냐는 듯 날카롭게 시선을 돌림.
'나 체온 그리워했던 거 맞아요…. 형이 그리워서 사람 손길 많이 원했어요. 형 같은 사람 나타났으면 해서… 귀여워 해주면 형 생각 나서….'
'…….'
'형도 나 더러워요…?'
짐니의 눈물 가득한 얼굴에 윤기는 말문이 막힘. 자신을 그리워 했다고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더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음. 윤기가 고개를 젓고 짐니가 슬프게 웃음. 다행이다…. 하고 작게 말하면서.
그런 짐니가 가엾고 안쓰러워서 덥석 키스한 윤기. 짐니는 취한 와중에도 놀란 눈을 했다가 이내 탁 풀려서 윤기의 혀놀림에 맞춰서 혀를 움직이기 시작함. 그 느낌이 너무 익숙한데 너무 낯설어서 윤기는 계속 계속 짐니 입안에서 혀를 굴림. 짐니는 취했다 치는데 윤기 자신은 정신 멀쩡한 상태에서 이게 뭐하는 건가 싶다가도 따뜻하고 말랑한 짐니에 멈출 수가 없음.
그대로 윤기는 짐니를 옆에 있던 침대로 안고 가 눕힘. 짐니는 윤기 팔을 들고 파들파들 떨면서도 뒤로 물러서지 않음. 급하게나마 로션을 짐니 뒤에 펴바르고 윤기가 급하게 들어가니 관계가 오랜만인 짐니가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스러워 함. 손이 헤매다 잡히는 이불만 꽉 잡은 채 끄윽…하고 숨을 못 쉬고 있어 윤기는 그런 짐니 안에서 가만히 있으면서 본인도 숨을 돌리며 짐니 손에 키스함.
숨이 돌아온 짐니가 윤기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윤기는 그제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함. 부드러운 허벅지도 그 몸도 그 팔도 어깨도 전부 다 오랜만이어서 윤기는 그 모든 곳을 키스하고 싶은 욕심에 입술을 갖다대면, 짐니는 윤기의 입술이 닿은 그 모든 곳이 간지러워서 몸을 비틂.
짐니가 잘 느끼는 자세를 알고 있으니까 윤기는 자세를 바꿔 짐니가 느끼는 부분을 쳐올림. 달라질 바 없는 몸이 솔직하게 반응하기 시작함.
발그레한 얼굴과 허스키한 신음이 주는 익숙함이 어딘가 모르게 예전과 달라짐. 짐니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윤기는 느낌. 예전엔 항상 보들보들한 분내나는 애기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제 밑에서 신음을 터뜨리고 있는 짐니의 얼굴에서 어딘가 모를 슬픔이 비침. 그런 짐니가 안쓰러워서 윤기가 몸을 겹쳐서 품 가득히 짐니를 안고 입을 맞춤.
쾌락에 취해서 열에 들뜬 몸을 어쩔 줄 몰라하는 짐니가 윤기한테 너무 예쁨.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음. 눈물이 맺힌 눈가에도 입을 맞추고 붉게 달아오른 입술에도 입을 맞추고 꽃잎처럼 물든 볼에도 입을 맞추고. 그냥 이게 오랜만의 관계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윤기가 함. 하룻밤의 쾌락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그저 스치는 인연일 뿐이라고. 그런데도 온몸을 다해 받아주는 짐니에 대한 마음을 윤기는 어쩔 수가 없음. 누군가를 바라보며 미칠 것 같은 마음은 정말이지 오랜만이었음. 그리고 이전에 느꼈던 그 마음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윤기 자신에게도 싱기함.
'좋아…? 응…? 후우….'
'응…. 우응… 후읏, 응….'
사정하지 못하게 속도를 조절해 가며 움직이던 윤기가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자리를 고쳐잡고 빠르게 쳐내니까 짐니는 거의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지름. 근데 그나마도 목이 쉬어서 잘 나오질 않음. 입술 밖으로 타액이 흐르고 짐니는 거의 사고가 불가능한 상태임. 신음소리도 제 의지를 벗어남.
'아으… 아아…! 혀아… 아부으… 으흐….'
같은 형태가 되어 나오지 않는 말들만 뱉어내는 짐니에 윤기는 웃고 싶지만 본인도 급한 상태라 그럴 여유가 없음.
'안에… 해줘, 읏! 아네에….'
하고 애원하는 짐니를 이길 수가 없어 안에 하고 나온 윤기. 그대로 기절하듯 잠이 든 짐니의 뒷처리를 해주고 본인도 잠이 듦.
새벽에 소스라치게 놀라 깬 짐니. 윤기가 떠난 이후로 이런 일이 꽤 잦음. 평소처럼 우울해지려던 찰나 옆에 있는 윤기 확인하고 어제 일들이 생각남. 짐니는 어제 윤기가 하룻밤 상대로 자신을 생각했대도 상관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함. 어제 윤기는 자신을 진심으로 정성 들여 안아줬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생각함. 마음으로는 다시 만나고 싶다고, 아직도 좋아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고 윤기를 더 욕심 낼지도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는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함. 그렇지만 이게 단 하룻밤이라면 이대로 끝인 게 너무 아쉬워서 잠든 윤기 얼굴을 계속해서 바라봄. 잠들지 않으려던 짐니는 몇 시간을 윤기만 보다 아침 나절에 자기도 모르게 잠듦.
다음 날 아침 윤기는 태태의 전화로 잠을 깸. 그때까지 윤기는 태태에 대한 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태태의 전화에, 화면에 뜨는 이름에 심장이 철렁할 정도로 놀람. 그래서 일단 생각 좀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태태의 전화를 받고 끊었는데 처음엔 전화벨 소리에 안 깨던 짐니가 두 번째 전화에 깨서 '누구에요…?' 하고 물어본 거임. 윤기는 당황해서 욕과 함께 전화를 끊음.
짐니는 윤기의 말투와 당황하는 모습에 태형이구나…. 하고 생각함. 그리고 그런 윤기의 모습에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안절부절 못함. 그치만 미안하다고 말하기는 죽어도 싫음. 그게 짐니 마지막 자존심.
그와 동시에 어젯밤에 윤기와 함께한 것으로 윤기와의 인연이 끝이겠구나 하고 혼자 생각함. 이대로 윤기는 태태에게 돌아갈 거라고. 미련은 없었지만 이제 끝이라는 게 짐니한텐 많이 슬픔. 그치만 이러고 있는 게 태태한테 못할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짐니는 더 이상 질질 끌 수능 없다고 생각함.
윤기가 짧게 메시지를 보고 우리 같이 태형이 좀 만나야겠다, 하고 말했을 때 짐니는 당황스럽고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윤기의 말을 거스를 수는 없었음. 고개만 끄덕함.
태태를 만나러 간 자리에서 짐니는 어쨌든 빨리 어젯밤 하루를 두 사람의 오해로 만들어 주고 싶었음. 실수로 만들어주고 싶었던 짐니는 태태를 만난 자리에서 말을 두서없이 꺼냄. 근데 윤기가 말을 막고 짐니 손을 잡아줌. 짐니는 그런 윤기 손에 온 신경이 다 쏠려서 윤기만 쳐다봄.
윤기랑 태태랑 얘기하는데 윤기를 바라보는 태태의 눈이 참으로 희한함. 알겠다는 눈이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밉다는 눈이기도 했는데, 그 저변에 체념이 보임. 어차피 그럴 줄 알았어, 하는 식의.
태태가 먼저 떠나고 윤기와 둘이 남은 짐니. 짐니도 윤기도 쉽게 말을 꺼내질 못함. 윤기는 지금 태태랑 끝나서 허탈하고, 짐니는 체념 상태였다가 윤기와 태태가 눈앞에서 헤어지는 걸 봤기 때문에 좀 혼란스러운 상태였음. 그러다가 짐니가 먼저 정신을 차림.
'형 지금 태형이랑 헤어졌어요…?'
'…보면 모르냐.'
'그럼 지금 솔로에요?'
'…놀리냐?'
인상을 쓰는 윤기 얼굴에 아학- 하고 웃은 짐니가 죄송해요, 하고 말했음. 윤기는 방금 전까지 쓰레기니 뭐니 해서 사실 좀 기분이 나빴는데, 그 기분 나쁨 사이로 약간의 후련함이 있음. 태태와 사귀면서 생겨났던 그 만성적인 마음 고생들을 이젠 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윤기 눈치를 보다가 짐니가 윤기가 잡고 있는 자기 손을 들어올림.
'근데 형 내 손 왜 잡았어요?'
그 말에 윤기가 확 빼려고 하니까 지민이가 손을 꽉 잡아서 못 빼게 함. 윤기가 뭐야, 하고 말하니까 짐니는 웃고 있음.
'형아, 나 아직도 싫어요…?'
조심스러운 짐니의 질문에 윤기가 갑자기 뭐냐는 식으로 쳐다봄. 근데 짐니는 윤기만 쳐다보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음. 윤기가 대충 몰라, 하니까 짐니가 빨리 대답해봐요, 하고 재촉함. 그러니까 윤기가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음.
'…그때 일들은 내가 잘못했어. 정말로… 미안해.'
'나도… 나도 잘못했어요. 내가 먼저 형한테 잘못하고… 형도 상처 받고…'
'…….'
'그럼 우리 서로 잘못했으니까 그만하고 돌아갈래요?'
자연스럽게 묻는 듯 했지만 짐니는 사실 이게 거절 당할까봐 무섭고 두려움.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윤기 눈치를 봄. 윤기는 자기 눈치를 보는 짐니한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음. 이렇게 봐도 저렇게 봐도 이렇게나 예쁜 애를 도대체 자기가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 됨.
'…싫어요?'
윤기가 대답이 없으니까 지민이가 한 번 더 물어봄. 이미 눈이 울망울망한 게 조금 있으면 터질 거 같음. 윤기는 한숨을 내쉼. 돌아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이대로 끝내는 게 좋을지 망설여짐. 돌아가는 게 너무 이기적인 것 같아서.
'…싫은 거에요…?'
그치만 울먹거리는 짐니가 윤기는 너무 가슴이 아픔. 얘가 뭐라고 울지 않았으면 좋겠고 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음. 윤기는 결국 짐니를 품에 꽉 안음. 갑자기 안긴 짐니가 놀라서 눈이 커지고 흐르던 눈물이 윤기 어깨에 뚝뚝 떨어짐.
'좋아해. 많이.'
'…….'
'그래서 내가 돌아가도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
'…흐읍,'
'그런데 네가 우는 게 싫어. 안 울었으면 좋겠어.'
'…….'
'...돌아가고 싶어.'
윤기 품에 안겨서 짐니가 윤기 어깨에 얼굴을 묻고 펑펑 움. 윤기도 그런 짐니를 달래면서 눈물이 날 거 같음. 두 번 다시 짐니를 아프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윤기는 천천히 짐니 등을 토닥여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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