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슙민] 형 시리즈 1. 본문
※수위 있습니다.
모텔 입구에서 만난 네 사람 모두 그런 듯한 얼굴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싸운 윤기와 태형, 그리고 내심 기대 중인 얼굴의 정국과 그런 정국의 옷을 붙든 채 울 것 같은 지민까지. 서로 인연이 아닌 사람들끼리 모였다는 게 우습다는 얼굴.
윤기와 태형은 벌써 7년 차 커플이었다. 서로 볼 만큼 봤고 지겨울 법도 하다 했지만 태형이 덜컥 클럽에서 만난 정국과 스와핑 약속을 하고 올 줄은 꿈에도 몰랐던 윤기는, 도착지도 모르고 운전을 하다가 모텔에 도착해서야 사실을 알았다. ‘오늘 우리 스와핑 할 거야.’ 태형의 이 말에 ‘…뭐?’ 하더니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핸드 브레이크를 올린 윤기가 욕을 지껄였다.
“오랜만에 모텔 오자더니 스와핑? 너 나랑 장난하냐? 네가 제정신이 박힌 새끼면 나한테 이렇게 못해,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을 새끼.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지… 아.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지. 이거 완전 상또라이 아냐.”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욕을 뱉는 윤기 옆에서 태형은 굽혀올 법도 했지만, 그는 그런 기색이 전혀 없었다. 다만 앞을 보며 평소 같은 말투로 느릿하게 말을 뱉을 뿐.
“누가 형이랑 헤어지재? 난 안 헤어질 건데. 그냥, 형은 한 음식만 계속 먹으면 질리지 않아? 난 존나 질려.”
형은 주식, 쟤는… 별식? 아항. 해맑게 웃는 태형의 말에 기가 막힌 윤기가 차라리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이 개새끼야. 네 마음대로 해라. 난 오늘로 너랑은 끝이니까. 윤기는 복수라도 하듯 차문을 쾅, 닫고 먼저 나와 버렸다.
한편 정국과 지민은 이런 말도 우습지만 커플도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정국을 따라다니는 지민을 오늘 아무 말도 없이 데려온 참이었다. 자신과 어딜 가자고, 먼저 정국이 데이트 신청을 해준 건 처음이어서 지민은 설렌 얼굴로 그를 따라나섰었다. 그러나 모텔 입구로 서슴없이 들어가는 정국을 지민이 차마 따라가지 못하자 정국이 다시 나와 ‘형 병신 같이 뭐 해요? 안으로 가자고.’ 하며 손목을 잡아끌고 들어갔다. 먼저 도착한 정국과 지민이 입구에서 기다릴 때, 정국은 그제야 ‘조금 있다가 두 명 더 와요. 우리 파트너 바꿀 거예요.’ 하고 말해주었다. 놀란 지민의 얼굴 뒤로 타이밍 좋게도 윤기와 태형이 도착했고 지민은 소심한 제 성격 탓에 입도 벙긋 못하고 끌려오듯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정국과 태형이 서로를 아는 척 하며 서로의 허리를 붙들고 룸으로 들어갔고 복도엔 윤기와 지민 두 사람만 남았다. 지민의 손엔 태형이 건네준 다른 룸 키가 들려 있었고, 그걸 본 윤기가 입술 새로 욕을 짓씹는다.
1) 형 아파요…
윤기는 룸으로 들어오자 열이 뻗친 듯 제 모자를 벗어던졌다. 짜증스럽다는 듯 침대에 앉아 헝클어진 민트색 머리를 대충 정리하며 신발장에서 우물쭈물 대는 지민을 향해 ‘야, 너도 거기 서 있지 말고 들어 와. 정신 사나우니까.’ 하고 말했다. 그 말에 지민이 주섬주섬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그리고 방 한 구석에 서 있던 지민은 이것도 혼이 날 것 같아 침대 한쪽 구석에 조심스럽게 앉는다. 윤기는 여전히 짜증스러운 얼굴이었다.
“아, 내가 저딴 걸 애인이라고 7년을…, 아오. 김태형 저 시발 놈을 어떻게 죽여야 잘 죽였다고 소문이 날까.”
“…….”
“야, 넌 이거 알고 왔냐?”
지민을 향해 갑자기 날아온 질문에 지민이 화들짝 놀라더니 고개를 작게 저었다. ‘그럼 저 방 새끼들이 문제네.’ 제 머리를 감싸 쥔 윤기를 지민이 바라본다. 그나마 자신만 모르고 온 것이 아니라는 게 지민의 단 한 가지 위로였다.
윤기와 지민은 서로 할 말이 없었다. 목적 없이 만난 두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한창 열을 내던 윤기는 이제 좀 진정이 되는지 냉장고에서 맥주를 가져와 땄다. 그리고 입가에 대려다 옆에 있는 지민이 문득 생각났는지 팔을 뻗어 지민에게 맥주를 건넸다.
“마셔.”
술이 잘 오르는 체질이라 고민하던 지민이 결심한 듯 캔을 받았다. 맥주 한 캔으로 고민하고 있는 자신조차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런 지민을 뒤로 하고 윤기는 다시 냉장고로 가 술을 골랐다. 있는 게 뭐 맥주뿐이야, 하고 구시렁대던 윤기는 결국 지민의 옆에서 맥주를 땄다. 서로와 건배를 하면서도 어이없는 상황에 윤기의 입술에서 헛웃음이 터졌다.
서로 이름과 나이 등 시답잖은 질문이나 하고 ‘그럼 형이네요….’, ‘…그러게. 내가 형이네.’ 같은 의미 없는 말들을 나누며 맥주를 몇 캔이나 깠을 때였을까. 옆방에서 윤기의 귀로 익숙한 웃음소리와 함께 신음성이 들려왔다. 아항, 하, 하으, 좋아, 으응. 말이 별로 없던 두 사람이었기에 더 크게 들리는 듯한 소리에 지민의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지민의 옆에서 설마하며 제 귀를 의심하던 윤기가 확신이 들자 결국 욕을 뱉는다.
“…아 시발….”
태형의 신음소리였다. 모텔이 겉으로 보기에 시설은 좋아보였는데, 의외로 방음이 약한 모양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옆방에 들어간 게 잘못이라면 잘못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부터 이런 짓을 하겠다고 오기로 모텔에 들어온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7년차 애인의 신음소리를 옆방에서 듣는 기가 막힌 상황에 윤기는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신음소리에 맞춰 태형의 표정이 눈에 그려질 듯 선했다. 이런 목소리를 낼 땐 이런 표정이라든지. 들려오는 태형의 신음보다 더 싫은 건 그런 걸 생각해내는 제 자신이었다.
“흐으,”
윤기를 한층 더 당황하게 만든 건 옆에서 터진 지민의 울음소리였다. 돌아보니 지민은 한 쪽 팔을 아예 눈에 묻은 채로 몸까지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다른 손으로 들고 있는 맥주가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해 윤기는 그것부터 테이블에 옮겼다. 이걸 위로를 해야 하나,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도 윤기뿐이었다. 들썩이는 등을 토닥이자 지민에게서 조그맣게 질문이 흘러나왔다.
“제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아냐. 너 예뻐.”
“거짓말….”
지민이 고개를 들었다. 붉어진 눈가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게 처음 본 사람인데도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눈물로 울렁이는 눈과 취기에 발갛게 오른 볼, 물기 어린 입술. 윤기는 순간적으로 ‘…진짜 예쁜데?’ 하고 생각한 자신이 짐승 같았다. 옆방의 태형이나 정국과 제 자신이 다를 바가 별로 없어 보였다. 생각을 떨쳐내려 고개를 저은 윤기는 다시 한 번 더 말했다.
“아냐. 진짜 예뻐, 너.”
“그럼 저 안아주시면 안 돼요?”
“…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윤기를 바라보며 지민이 훌쩍이면서 다시 말했다. 저랑, 자요. 네? 당황스러움에 눈만 깜박이는 윤기를 보자 지민이 다시 울상이 된다.
“형도 저… 저 싫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야, 우린 그러면 안 돼.”
“뭐 어때요. 전정국 나쁜 새끼….”
욕이라곤 할 것 같지 않았던 입술에서 욕이 나오자 윤기가 더 당황스러워 했다. 야, 야. 아무리 그래도…. 그러나 더 이상은 말을 잇기가 힘들었다. 거의 입술 박치기에 가깝게 지민의 입술이 윤기의 입술에 닿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입술을 막상 대 놓고는 아무것도 못한 채 가만히 있던 지민이 입술을 떼버린다. 어떻게 된 건지 지민의 얼굴은 더 울상이었다.
“모르겠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부끄러움을 타는 건지 말을 끝낸 지민의 얼굴이 빠르게 붉어졌다. 그런 지민을 보던 윤기가 빙긋 웃는다. 7년차 연애에 이런 반응이 오랜만이었던 터라 신선했다. 윤기의 웃음에 부끄러움에 열이 솟아 다시 지민의 눈에서 눈물이 터졌다.
“웃지 마요.”
“하, 알겠어. 그런데 너 귀여워서 웃은 거야.”
윤기의 말에 지민의 놀란 눈에 눈물이 뚝 멈춘다. 윤기는 시시각각 변하는 지민의 표정이 흥미로웠다. 입을 맞춰보면 또 어떻게 변할까. 이번엔 윤기가 지민의 뒷머리를 잡고 깊게 입을 맞춘다. 지민이 입술을 열며 눈을 감는다. 윤기의 무게에 지민이 침대 위로 쓰러지고 위에 윤기가 올라탄 모양이 됐다. 이쯤 되니 윤기도 마음이 동하는 게 사실이었다. 밑에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으로 스르르 눈을 감는 지민이 예쁘기도 예뻤고.
다시 고개를 숙여 혀로 입술을 쓸어주며 들어가 안에 있는 혀끝을 건드리니 지민이 윤기의 목을 안으며 어색하게나마 혀를 얽어왔다. 적극적으로 안겨 오지 못하는 것이 아직 마음 속 무언가 걸리는 모양이다. 윤기는 모든 걸 잊으라는 듯 지민의 혀를 감아올렸다. 말랑말랑한 게 감겨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질척하게 엉켜드는 혀 속에서 두 사람의 낮은 신음소리가 목을 울렸다. 지민의 손이 윤기의 가슴께의 티셔츠를 자신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진득한 키스 후 윤기가 고개를 들어 입술을 떼려는데 지민이 그런 윤기의 혀를 따라 올라와 윤기가 작게 웃었다. 하는 짓 하나하나가 귀여웠다. 웃으며 지민의 입가를 손으로 문질러 닦아 주자 어색한 듯 눈만 동그랗게 뜬 채 손길을 받고 있는 것까지도, 씹어 먹고 싶을 만큼.
“어디서 이런 게 굴러들어 왔대.”
윤기의 혼잣말에 지민이 눈을 접으며 웃었다. 윤기는 이쯤에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와. 이거 난 년이네.
천천히 지민의 겉옷부터 옷을 벗겼다. 가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쉬는 숨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천천히 벗겼다. 윤기가 옷을 벗기는 순간에 지민은 숨을 멈췄다. 그리고 다 벗기고 나서야 큰 숨을 들이쉬었다. 긴장해서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추는 게 흥미로웠던 윤기는 제 가학심의 수준에 새삼 놀라고 있었다. 알아서 끼를 떠는 태형에게 그간 익숙해진 게 사실이라 지금껏 이런 즐거움은 생각도 못했는데, 하나하나 건드릴 때마다 하나하나 반응해오는 게 숨길 수 없이 웃음이 났다. 조그마한 것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지민을 괴롭히고 싶었다.
지민은 그런 윤기 덕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무엇보다도 눈을 계속해서 맞춰오는 게 제일 숨이 막혔다. 윤기가 옷을 벗겨내고는 지민의 것을 손으로 감싸자 지민은 자신도 모르게 학, 하고 숨을 삼켰다. 그러면 윤기의 시선이 어김없이 자신에게 닿는다. 하나도 놓치지 않으리라는 그의 시선에 지민은 제 손가락을 입술로 물었다. 소리를 내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었지만 윤기가 웃으며 입안에 지민의 것을 넣었을 땐 파드득대며 아…! 하고 비명에 가까운 신음소리를 터뜨리고 말았다. 윤기가 밑에서 바라보는 표정이 웃고 있는 것만 같아 지민은 눈을 꾹 감아버렸다. 혀 놀림에 따라 몸을 움찔대는 지민을 바라보다 좋아? 하고 웅얼대며 물어오는 윤기의 목소리에 견디다 못한 지민이 두 손을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거기서 말하지 마요, 제발…. 윤기가 숨으로 웃는 소리가 들렸다. 윤기는 선단을 혀로 굴리다 입술을 떼곤 손으로 상하 운동을 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 옆 협탁 서랍을 열자 젤이 보였다. 뚜껑을 열어 망설임 없이 지민의 밑에 뿌리자 차가웠는지 으응, 하는 신음소리와 함께 몸을 떨었다. 조금만 참아. 하고 말하는 윤기에 지민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그와 동시에 밑으로 윤기의 손가락이 들어온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지민의 입에서 흐윽, 하는 비명이 터지자 윤기가 아파? 하고 물었다. 지민이 도리질을 치자 윤기가 그제야 질척이는 손가락을 뒤에서 천천히 돌렸다. 으응, 응, 흡… 으응. 아직 좋은 것도 아닌데 그 느낌이 생생해서 지민은 자꾸 입으로 신음이 샜다. 윤기가 손가락을 하나하나 늘려나가자 지민의 숨이 가팔라지면서 얼굴이 붉은빛으로 달아오른다.
어느 정도 풀어졌다 생각했는지 윤기가 손가락을 빼고 티슈로 닦아내더니 침대 헤드에 앉는다. 그리고 제 허벅지를 탁탁 치며 지민을 불렀다. 이리 와, 여기 앉아 봐. 몸을 일으키던 지민이 그럴 줄은 몰랐던 듯 놀란 표정이다. 혀, 형 허벅지에 앉아요? 윤기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아기 안기듯 윤기에게 등을 보이고 앉으려 해 윤기가 웃으며 주저앉고 있는 지민을 돌려세워 마주보고 앉힌다. 안아달라며. 너랑 자달라며. 돌아앉으면 어떡해. 지민의 당황한 눈동자가 눈앞에서 보이는 게 즐거웠다. 윤기는 말을 덧붙였다. 아, 돌아앉아도 할 수는 있겠다. 그런데 아직 아냐. 아직 그 자세 아냐. 그것도 나중에 하자. 지민의 얼굴이 펑 터질 것 같은 것이, 윤기는 마치 어디까지 지민의 얼굴이 열이 오를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해보는 사람 같았다.
윤기가 천천히 지민의 손을 잡아 자신의 것을 붙잡게 한다. 제 커다란 손 대신 지민의 부드럽고 통통한 손이 제 예민한 부분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동안 윤기는 내리깐 눈으로 지민과 계속 눈을 맞췄다. 눈앞에 윤기를 두고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듯 표정의 변화가 변화무쌍한 게 흥미로웠다. 짓궂은 입꼬리가 올라간 윤기의 표정을 가만히 보던 지민이 윤기와 눈이 맞자 눈을 가늘게 뜨며 헤죽 웃는다. 장난기 가득한 윤기의 표정이 귀엽게 느껴졌던 탓이다. 그러나 지민의 웃는 표정을 보던 윤기는 올라갔던 입꼬리를 슥 내렸다. 야, 너 웃는 거… 미쳤다. 미쳤네. 네? …안 되겠다. 말을 끝낸 윤기가 손을 떼고는 지민을 더 품으로 당겼다. 자리 맞춰서 혼자 앉을 수 있어? 하고 윤기가 묻자 지민은 조금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곧 해볼게요, 하고 말했다.
지민의 뒤에 윤기의 것을 맞추고도 쉽사리 앉지 못하던 지민이 어느 순간 결심이 선 듯 천천히 앉기 시작한다. 으으… 흡, …흑, 하아…. 꽤 시간이 걸려 지민이 끝까지 앉자 윤기가 지민의 팔을 자신의 목에 둘러주고 조금씩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지민에게서 들리는 신음이 쾌감이라기엔 뭔가 달랐다. 거의 울음에 가까운 듯한 신음소리. 윤기의 목을 꽉 껴안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도 그랬다. 윤기가 이상한 느낌에 지민을 품에서 떼어 얼굴을 확인하니 울상인 얼굴엔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려 있었다.
그냥 울고 있으면 어떡하냐.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야지. 윤기의 한숨 섞인 말에 지민이 더 서러워진 듯 입을 삐죽거렸다. 형이 싫어할까봐…. 윤기는 그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내가 듣기 싫어한다고 아픈 게 안 아픈 게 돼? 그냥 아프면 아프다 해야지 내가 알고 뭘 어떻게 해줄 거 아냐. 아프면 아프다 해, 그냥. 도르륵, 눈물이 굴러 떨어지고 지민이 고개를 끄덕인다. 윤기는 영 입맛이 썼다. ‘싫어할까봐’ 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답이었다. 도대체 조그마한 머리통에 뭔 생각을 넣고 사는 앤지.
조심스럽게, 작게 허리를 쳐올리는데도 지민은 으응, 흑…, 흐으…, 하고 울음이 섞인 신음을 흘렸다.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윤기는 허릿짓을 멈추지 않았다. 지민이 제 입으로 아프다고 말해야 멈출 참이었다. 결국 지민의 입에서 한숨과 같은 말이 쏟아졌다.
“형, 아파요….”
그 말에 윤기는 입을 맞추며 지민의 것을 손에 넣고 천천히 만져 주었다. 천천히 지민의 숨소리가 차오르는 게 아무래도 아까보다는 나은 듯 싶었다. 그러자 장난스러운 가학심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전정국이랑 자봤어? 하고 귓가에 물으니 머뭇거리던 지민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달아올라 손가락을 입에 무는 게 질문이 지민에겐 너무 적나라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윤기는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물었다. 좋았어? 그러자 지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팠어요…. 윤기는 ‘그래, 그 새끼 무식하게 할 것 같이 생겼어.’ 하고 생각했다.
윤기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며 눈을 똑바로 마주한다. 지금은 어때? 아파? 지민이 대답 없이 고개만 절레절레 젓는다. 아프지 않으면 너도 허리 좀 돌려봐. 더 기분 좋을걸. 윤기의 말에 지민이 조심스레 허리를 움직여본다. 그러나 정확히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모르겠는 듯 잠시 돌리는 듯 하더니 이내 멈췄다. 그러자 윤기가 아예 지민의 허리를 잡고 박자 맞춰서, 이렇게 앞뒤로. 하고 움직여 준다. 그의 손길대로 움직이던 지민이 윤기가 손을 떼어도 그대로 움직인다. 그게 먹혔는지 서툰 몸짓으로 허리를 흔들던 지민의 표정이 점점 울상이 되어 간다.
흐아, 하, 우으….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지민의 얼굴에 윤기가 좋아? 하고 묻자 지민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더 소리 내. 네 목소리 좋아. 윤기의 말에 지민이 어쩔 줄 몰라 하자 윤기가 입술에 댄 손가락부터 떼, 하고 말했다. 말은 잘 들어서 손을 퍼뜩 내렸지만, 이번엔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 지 몰라 허공을 헤맨다. 그런 지민의 손가락을 하나씩 깍지 껴 잡아주는 윤기였다.
빨갛게 달아오른 지민의 숨이 할딱대고 있었다. 형, 저, 흡, 으응…. 하아, 이제 그만…, 으응, 형 그만해요…. 지민의 목소리를 모른 척 하고 윤기는 묵묵히 움직였다. 자신의 말이 먹히질 않자 지민이 으흑, 하고 울 것 같은 소리와 함께 고개를 떨어뜨렸다. 쾌감을 못 이겨 도리질치는 지민의 손에 힘이 들어가 윤기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좋은 거야. 왜 그만하라고 해. 달래는 듯한 윤기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지민은 도리질만 쳤다. 팔에 힘을 넣지 못하고 자꾸 앞으로 고꾸라지려는 지민을 안고 침대에 눕힌 윤기가 머리를 쓸어 넘겼다. 여유로운 척 했지만 자신도 이미 한계였다. 윤기는 지민을 품에 넣고 꽉 끌어안았다.
빨라지는 숨소리와 함께 겹쳐진 두 사람의 움직임이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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