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랩슈장편 (12)
외딴 섬 같은 나도
2015. 12. 25 - 2016. 01. 28. 한창 랩슈+불ㄹㅠㄴ에 발려서 '이거다!' 하고 썼던 글입니다. 쓸수록 넘누ㅏ 또 우울해졌던... ㅜㅜ 우울한 거 좋아하는 우울병자라 어쩔 수 없지만 암튼 이 글은... 그렇습니다. 쓰면서 저 혼자 되게 좋아했던 글(...) 넘나 제 취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House of Cards 11. (完)w.몽블랑 * 푸른 새벽, 나도 모르게 눈을 떴다. 잠을 깬 계기는 알 수 없었다. 무언가 소리가 났거나, 어떤 느낌이 들었거나. 번쩍 눈은 떴지만 잠시 잠에 취해있던 나는 어렴풋하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그에 어떤 예감에 급하게 침대 옆자리를 손을 휘둘러 뒤적였다. 따뜻했지만 비어있었다. 민윤기의 자리가. 침대에서 급하게 상체를 일으켰다. 어제 보여줬던 민윤기의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어딘가로 날아가 버릴 것 같았던, 세상에 미련이라곤 먼지만큼도 없어보였던 그 모습이. 그의 의자에 걸려있던 패딩을 한 손에 들고 방문을 열려다 문이 열려져 있음을 깨닫자 뒷목이 서늘해졌다. 버티라는 말에 슬픈 눈을 해보였던 그. 다짐을 받듯 한 번 더 버티라던 나의 말. ..
House of Cards 10.w.몽블랑 ※ 수위 약하게 있습니다. * 그로부터 멀지 않은 어느 날 오후였다. 유정은 내가 불러 낸 카페로 별 말 없이 나왔다. 한 마디 인사 없이 맞은편에 앉는 그녀를 보며 난 그 안에서 나를 본다. 어차피 나 또한 인사가 없었던 것이다. 우린 많이 닮았다. 외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의 성격에 관련된 이야기다. 욕심도 많고, 미친 듯 사랑받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도 서로에겐 지독히 무관심하고. 수많은 관심 속에서 살던 나도 채우지 못한 마음들이 그녀라고 채워졌을 리 없었다. 우린 결국 내면이 텅 빈 사람들이었다. 끊임없이 애정을 그러쥐려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갖지 못해서, 그만큼은 가질 수 없어서, 손가락으로 쥐고 힘을 주면 힘없이 바스라지는 마른 잎..
House of Cards 09.w.몽블랑 * (윤기 이야기) 정국에게서 만날 수 없겠냐는 연락이 왔다. 미술관에서 만나도 이상하지 않은데 굳이 불러내는 건 할 얘기가 있다는 거겠지. 이번엔 무슨 말일까. 지난 번 프리오픈 때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고소공포증이 생겼다 하던 너를 뒤로 둔 채 다시 한 차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조금 피곤해 하던 나에게, 정국은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으니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한산한 곳에 가서 쉬겠냐며 물었다. 사람들에 치이는 것에 지쳐 그러자고 했던 게 내 결정적인 실수였던 걸지도 모른다. 정국은 정말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복도로 발을 옮겼고 나는 그를 따라 빈 사무실로 들어갔다. 의자가 없어 책상에 기대어 서자 따뜻한 물 한 잔을 내미는 그에게 고맙지 않을 수 없..
House of Cards 08.w.몽블랑 * 내 또래의 남자들이 카페에 앉아있는 건 별로 이상하진 않았다. 흔하지 않기는 해도 없는 광경은 아니었다. 정국 또래의 남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자기들끼리보다는 여자 친구와의 동행이 많았다. 그러나 나와 어린 그가 앉아있는 건 굉장히 눈에 설었다. 정국이 눈에 틔게 희고 어려서 더 그럴지도 몰랐다. 그가 카페로 들어온 순간 모든 사람의 눈이 그에게로 쏠려 한동안 떼지 못할 정도로 그는 사람의 눈을 끄는 게 있었다. “오랜만이시네요.”“그러게요.” 비니에 무지티와 브랜드 있는 트레이닝복 바지, 목도리를 두른 야잠에 백팩과 운동화. 딱 그 나이대의 옷차림을 하곤 웃으면서 들어오는 그가 내 맞은편에 앉았다. 메뉴판을 밀어주자 괜찮다고 말해 와 나는 다시 그의 앞..
House of Cards 07.w.몽블랑 * 유정은 내게 민윤기와의 사이를 털어놓은 뒤 나를 한층 더 가깝게 여기는 듯했다. 아마 그녀 안에서 짐을 덜어놓은 것일지도 몰랐다. 그녀 안의 하나의 비밀이었을 테니까. 민윤기가 귀국해서 우리 사이의 조그마한 파동을 만들어놓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평생 동안 몰랐어도 될, 그녀는 평생 동안 말하지 않아도 될, 비밀. 물론 나와 민윤기의 비밀도 그러했지만, 나는 그녀와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다만 나에게 더 웃고 더 말하는 그녀를 충실히 받아줄 뿐이었다. 그리고 집에 잘 들어오지 않던 민윤기를 다시 만난 것도 그쯤이었다. 원래 자신의 집을 구할 때까지만 있으려던 그였기에 미술관 개관이 일정 시간 지나면 집을 나가겠지 했던 터라 그의 새로운 거처도 궁금해 하지 ..
House of Cards 06.w.몽블랑 * 더 이상 그곳에서 민윤기를 보고 싶지 않았다. 금방 끝난다던 민윤기의 말도 그때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갑자기 자리로 돌아와 그녀에게 집에 가자고 말하는 나에 황당하단 표정을 짓던 유정이었지만 그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어찌 된 일인지 금방 온다던 그는 자정이 넘은 지금까지도 집에 들어오지 않은 채였다. 아예 일찍이 잠에 들어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이 시간이 되도록 민윤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생각은 점점 더 의식을 깨워놓았다. 결국 먼저 잠이 든 유정을 옆에 두고 나는 캄캄한 거실로 나와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켰다. 의미 없는 시선을 던지며 채널을 바꾸던 나는 생각에 빠져 이내 그것마저 멈춰버렸다. 도대체 이 새벽까지 민윤기는 뭘 하고 돌아다니는 ..
House of Cards 05.w.몽블랑 * “이거 봤어요?” 유정이 내게 건넨 것은 민윤기가 이번에 디렉팅 하는 전시회의 프리오픈일 안내와 초대권 2장이었다. “오빠가 미술관 개관하기 전에 관계자들이랑 귀빈들만 모여서 프리오픈 한다고 당신이랑 나도 오래요. 와서 한 번 전시회 어떤지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끝나고 가벼운 만찬 같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갈래요?” 나는 유정에게서 표를 받아들고 물끄러미 살폈다. 민윤기가 계속 들고 다니던 포스터와 비슷한 디자인의 입장권이었다. 벌써 민윤기를 못 본지도 2주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개관일이 가까워져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전정국이랑 잘 되어가고 있어서 그런 건지. 그는 집을 들어오는 날이 드물었다. 들어와도 씻고 바로 나가는 정도. 그런 것조차도 ..
House of Cards 04.w.몽블랑 * 집에 유정이 없단 말에 신발장에서 거실로 올라오려다 도로 신발을 신고 나가려는 그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녀가 저녁 약속이 있다는 말에 기껏 이 시간을 기다렸는데 도망이라니. 나를 돌아보는 그의 눈동자 어딘가가 위태로웠다. 그는 볼 때마다 표정이 달랐다. 어떤 날은 화를 냈다가, 어떤 날은 사랑스러웠다가, 어떤 날은 이렇게, 깨져버릴 것 같았다가. "어디 가.""나 약속 있어.""무슨 약속. 방금 집에 들어왔잖아.""방금 생각났어. 정국이랑 약속 있어." 정국이라면, 지난 번 그 어린 남자였다. 빌어먹을, 또 그 새끼야. 그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나간다는 타이밍이 이상하잖아. 억지 부리지 마.""억지 아냐. 놔." 말을 듣지 ..
House of Cards 03.w.몽블랑 * (윤기 이야기) 꿈인가. 나는 꿈을 꾼 걸까. 침대에 누운 채 눈을 깜박여 보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어젯밤 입을 맞춰온 것이 정말 그였는지, 아니면 내가 너무나도 그를 원한 나머지 혼자서 만들어낸 환영인지. 민유정의 결혼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와봐야겠다 결심한 건 사실, '오빠'라는 직책에의 책임을 부모님께 보이는 것에 불과했다. 정말로 민유정의 신랑 같은 건 관심도 없었고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와 민유정도 내게 그런 관심을 바랄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제게 관심이 있다면 제발 내 인생에 관심 꺼달라고 머리 숙여 부탁한다면 모를까. 그런 민유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으며 자란 부모님의 기대주였던 나는 우리 가족을 부서뜨렸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