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2.5 본문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2.5
w.몽블랑
*
태형은 자상했다. 저를 어루만지는 손길 하나하나에서 지민은 태형의 상냥함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상냥함은 강제적이었다. 지민은 태형의 조심스러운 입맞춤에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때는 늦었다. 지민은 억울함에 다시 눈물을 흩뿌렸다. 모순이었다. 어째서 이런 자상함과 억지로 마주해야 할까.
지민은 이런 사랑을 받은 지 지나치게 오래였다. 제겐 차라리 거칠게 대해주는 것이 나았다. 이 모든 걸 잊게 해주는 게 나았다. 그러나 태형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지민을 둘도 없이 소중하게만 안았다. 지민은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신이라도 잃었다면 좋았을 것을. 술이라도 진탕 마셨다면 좋았을 것을. 저를 상냥히 안는 제 호위의 연모심은, 지민에겐 그저 생고문과도 같았다.
“흡… 으윽….”
지민이 자신의 눈을 바라보지 않자 태형은 지민의 고개를 조심스레 잡고 제 쪽으로 돌아보길 권했다. 지민의 아픈 눈동자가 끌려오듯 조금씩 저를 향하자 태형은 그 하얗고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보다 지민이 꽉 깨물고 있는 입술에 시선을 두었다. 붉게 피가 터진 것도 모르는지, 지민은 잘근대고 제 입술을 씹다시피 깨물고 있었다. 태형은 손을 들어 그 아랫입술에 갖다 대었다.
“마마… 그리 깨무시면 생채기가 나십니다.”
‘…빈, 숨 쉬세요.’
어째서 그랬는지 모른다. 하나도 닮지 않았는데, 왜… 왜 그 초야의 상냥했던 정국의 한 마디가 떠올랐을까. 맑은 얼굴로 웃으며 제 코끝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치던 정국의 그 목소리가 막을 새도 없이 들려옴에, 지민은 저도 모르게 태형의 옷자락을 쥔 손에 힘을 꽉 쥐고 터지는 울음을 누르지 못한 채 그리운 그 이름을 불렀다.
“전하… 학, 흐윽, 전하….”
“…마마….”
태형은 말을 잃은 채 울음을 터뜨리고 만 지민을 내려다보았다. 크게 울지도 못하고 소리를 죽인 채 눈물을 흘리면서도, 숨을 헐떡이며 정국을 부르는 지민을… 제 주군을, 태형은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흐으, 전하… 흑….”
제가 어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태형은 잠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태형은 하던 대로 지민의 손을 꽉 잡고 묵묵히 움직이는 일을 택했다. 제게 허락된 일은 여기까지였으니 지민에겐 원망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제가 감내해야 할 고통이리라 생각하며, 태형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져 피가 흐르는 것 같은 제 마음을 침묵 속에 삼켰다.
마음껏 부르십시오. 마음껏 그리워하십시오. 마마께서 마음껏 우실 수 있는 곳이라도 되었다는 위로로 제가 살아갈 수 있도록. 이 험하고 외로운 궐 안에서 마마께서 솔직하실 수 있는 곳이 제 품뿐인 것처럼 제가 착각할 수 있도록.
태형은 아까 지민이 그랬던 것처럼 꽉 깨물었던 제 아랫입술을 놓고, 어설프게나마 지민을 향해 웃었다.
그것이면 저는… 행복합니다, 마마.
*
+)
12편 뒤로 들어갈 속 이야기입니다. 원래 여기까지 한 편에 넣었어야 했는데 망충하게 그냥 올려서... 급하게 덧붙이고 있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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