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4. 본문

슙민국뷔 : 인어공주 이야기 (完)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4.

몽블랑11 2016. 11. 25. 18:52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4.




“다인이 끝날 시간 됐다. 나가자.”



윤기가 차키를 들고 지민을 쳐다본다. 윤기의 말에 발에 넣던 양말을 발목까지 급하게 올린 지민이 행여 자신을 두고 나갈까 옙!, 하고 급하게 따라나선다. 다인을 같이 데리러 나간 것이 벌써 며칠이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지민은 꼬박꼬박 자신의 외출 시간을 챙기고 있었다. 이렇게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애를 집에 박아뒀으니…. 윤기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 천천히 해, 하고 던지듯 말한다.



다인의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자 원장선생님은 통학 차량에 타고 아이들과 나가고, 남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다인은 그 중 한 선생님의 손을 붙들고 있다가 윤기와 지민이 보이자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오늘 또 뭘 만들었는지 팔에 짐이 한 가득이었다.



“안녕하세요, 다인이 아버님.”

“예, 안녕하세요.”



새로 왔다는 다인의 담임선생님은 남자인 듯 싶었다. 윤기는 남자 어린이집 선생님을 빤히 바라본다. 다인이 선생님의 손을 잡고 앞뒤로 흔들며 압빠, 우이 태태 샌샌님이야!, 하고 남자를 소개하자 그가 윤기와 지민 쪽으로 다가오며 눈을 접고 하얀 이를 보이며 웃는다.



“안녕하세요. 이제야 인사드리네요. 다인이네 반 새로운 담임으로 온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지민이 그런 태형의 해맑은 웃음이 마음에 든 듯 많이 힘드시죠, 하고 물었고, 태형은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저보다는 여자 선생님들이 체력적으로 더 힘드시겠죠. 저는 그래도 남자라.”

“애들 보는 게 남자한테나 여자한테나 쉬운 일은 아니죠.”



윤기의 말에 태형이 그렇긴 해요, 하며 손을 잡은 다인과 눈을 맞춰 웃는다. ‘그래도 다인이는 똑 부러지는데다 혼자 할 일도 잘해서 선생님들 많이 도와주는 편이에요.’하는 태형의 칭찬에 다인이 윤기를 보며 들었지? 하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해 하니 그 표정을 보던 지민이 터지고 말았다.



윤기가 다인을 향해 손을 내밀어 ‘이제 선생님이랑 그만 놀고 집에 가자.’ 하자 다인이 제 아빠 손으로 옮겨 잡고는 태형을 향해 조그마한 고사리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 잘 있어요. 우리 내일 봐요.”

“응, 다인이도 잘 가요.”

“네.”



녜- 하는 다인에게 손을 흔들어 태형이 인사하고 지민과 윤기가 같이 인사한다. 그리고 돌아서는 세 사람의 뒷모습을 사라질 때까지 응시하던 태형이 어느새 제 옆으로 다가온 다른 아이에게 눈을 맞추고는 이제 선생님이랑 들어갈까요?, 하고 말했다.



한편 차로 가는 동안 다인의 양 옆으로 선 지민과 윤기. 지민은 다인이 윤기의 손만 잡고 자신의 손을 텅 빈 것을 발견하고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자신도 자연스레 아이의 손을 잡고 싶은데 막 다가갈 줄은 모르는 제 성격이 어려웠다. 한편 다인은 제 눈가에서 왔다갔다하는 통통한 지민의 손을 본다. 손과 지민을 번갈아가며 올려다보던 다인이 지민의 손을 덥석 잡았다. 놀란 지민은 다인을 내려다봤지만 별 신경 안 쓰는 듯한 다인의 모습에 웃으며 자연스레 손을 편하게 고쳐 잡는다. 한 손은 윤기를, 다른 한 손은 지민을 꼭 잡고 제 자리에서 팔짝 뛰어오른 다인의 행동에 윤기는 그러다 다쳐, 하고 한 소리 하지만 지민과 다인은 눈을 맞추며 웃는다. 이래도 될까 싶을 만큼 평화로운 오후였다.



*



여긴 어딜까. 빛이 별로 없었다. 아니. 아주 어두운 조명이 붙어있다고 보는 게 좋겠다. 빨갛고 어두운 조명. 사진을 인화하는 암실보다도 어두워 보인다. 눈앞의 제 손가락조차도 명확하게 식별이 어려웠다. 눈을 깜빡이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자신은 커다란 침대에 누워있다 일어난 참이었다.



익숙한 향기. 화한 페퍼민트 향. 항상 이곳에서 나던 냄새다. 거대한 카펫이 깔려 있는 방을 가로질러 문으로 간다. 문고리를 붙들고 돌려보지만 문은 열리지 않는다. 어차피 그럴 줄 알았다. 문고리를 붙들었을 때부터 문의 거대한 무게가 전해졌다. 이 문은 자신이 잠들었을 때 누군가 잠가놓는다는 것도 안다.



창문도 하나 없는 곳에서 뭘 해야 하지, 하고 생각하다 이내 그래 일단은 씻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제 더러워진 몸을 지쳐서 씻지 못하고 잠들었다는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더러워 졌다고? 나는 왜 씻지도 못할 정도로 지쳤었지.



…뭐 아무렴 어때.



축축 쳐지는 몸을 끌고 샤워실로 들어간다.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아 으슬하던 몸에 따뜻한 물을 맞으며 밖으로 난 조그마한 창문을 쳐다본다. 이 방에 존재하는 유일한 창이었다. 흐릿한 눈을 들어 햇빛을 보자 하니 정오 쯤 된 것 같았다. 어제 새벽까지 뒹굴다 잤으니 늦게 일어나는 것도 당연했다. ……. 그래, 당연했다. 멍하던 머리가 조금은 맑아지는 것도 같았다. 물을 맞으며 욕조에 무릎을 안고 쭈그려 앉는다.



외롭다. 무섭다. 추웠다.



*



점점 커지는 물소리에 지민이 살며시 눈을 뜬다. 분명 샤워 중인 것은 제 자신인 것 같았는데, 눈을 뜨고 보니 자신은 이불 속이었다. 저도 모르게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켰다. 아니었다, 그 방이. 그 어두운 방에 갇혀 있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이었다. 지민은 긴 한숨을 뱉는다.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웠다. 앞머리를 넘기는데 제 손에 축축하게 식은땀이 묻어났다. 자신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는데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어 지민은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1층으로 내려오니 윤기가 뿌연 욕실을 뒤로 하고 머리에 수건을 얹은 채 깼냐, 하며 나오고 있었다. 물소리는 형사님이었구나. 고개를 끄덕이고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로 바닥에 주저앉으니 윤기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왜 그래, 어디 아파?, 하고 묻는다.



“아니… 아니요.”

“그럼 왜 그래. 혼 빠진 사람처럼.”

“……아무 것도 아니에요. 형사님 다 씻으신 거죠?”

“어.”

“그럼 저 씻을게요!”

“오냐.”



욕실로 들어가는 지민을 보며 제 고개를 갸우뚱하는 윤기는 이내 지민의 표정은 잊어버린 채 지민을 위해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



(윤기는 가끔 식사를 거르는데, 그 이유는 형사는 가끔 끼니도 거르고 일하는 게 스웩(SWAG)이라 생각해서다. 절대 먹기 귀찮아서, 혹은 차리기 귀찮아서가 아니라 형사는 그래야 한다고 믿는 윤기의 신념이었다. 오직 스웩을 위해.)



*



지민이 안전가옥 안에만 있는 때엔 윤기도 가끔은 서로 일을 하러 가는 날이 있다. 물론 가옥 안의 카메라가 경찰서로 VCR을 보내고는 있었지만 지민이 도망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 것 같았다. 지민은 그런 것들이 윤기가 자신을 조금은 믿어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게 고마웠다.



그런데 오늘따라 윤기가 늦는다. 이미 다인을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는데도 윤기는 집에 도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윤기를 기다리며 창밖만 바라보던 지민이 집 전화가 울리자 후닥닥 뛰어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 박지민?

“형사님! 왜 안 와요?”

- 내가 지금 시간을 못 맞출 것 같아서 그러는데, 혹시 조금 있다가 집 밖으로 나가서 어린이집 봉고차에서 다인이만 데려와 줄 수 있어?

“…저 혼자요?”

-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아… 이래도 되나 모르겠네. 고민하는 윤기의 목소리만큼 지민은 불안했다. 혼자서 밖을 나가는 건 제가 기억을 잃고 나서는 처음이었다. 윤기가 지금 열심히 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혼자 나가도 괜찮을까, 싶었다. 처음 만났던 날 윤기가 총이나 칼 맞지 않게 유리창도 못 내리게 할 정도였던 걸 생각하면…, 지민은 온몸에 소름이 쭉 돋았다.



- 아니 어린이집도 웃기지. 갑자기 오늘은 또 차를 태워가지고 보낼 건 또 뭐야.

“어어….”

- 할 수 있겠어? 아니면 그냥 다인이 골목에 잠깐 기다리라고 할까봐. 내가 데려가게.

“아니에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이 인적이 드문 골목에 5살짜리를 그냥 세워둔다니. 지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 그럴래? 그럼 부탁한다.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안 되니까 핸드폰 꼭 붙들고 있어. 아예 화면에 내 번호를 찍어두든지.

“그냥 형사님 저랑 통화하고 있으면 안 돼요?”

- 어… 근데 내가 지금 운전 중이라 길게는 어려운데.

“그럼 그냥 아무 말 안 하고 있어도 돼요. 그냥 전화만 연결되어 있는 채로 다인이 데리러 갈게요.”

- 그래.

“그럼 제가 다시 핸드폰으로 걸게요.”



지민은 핸드폰으로 윤기에게 전화를 걸며 신발을 신는다. 그리고는 어깨와 머리 사이에 핸드폰을 끼우고 운동화 끈을 묶었다. 잠시 후 윤기의 ‘전화 받았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지민은 알겠다며 안전가옥의 현관문을 열었다. 가슴이 잘게 두근거리고 저도 모르게 꿀꺽 침도 삼키지만 지민은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저 골목으로 나와 있어요.”

- 봉고차 왔어?

“아직이요.”



아직이라는 지민의 말과 함께 둘 사이의 말이 끊긴다. 그러다 길 끝에서 노란색 봉고차가 골목길로 들어선다. ‘지금 차 들어왔어요.’, ‘알았어.’ 하는 대화가 짧게 끝날 때쯤 지민의 앞으로 어린이집 차가 선다. 문이 열리고, 지난 번 봤던 다인의 담임선생님―태형이 차에서 내린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태형은 지민을 확인하고는 웃으며 차에서 먼저 내리고는 차 안에 탄 다인을 안아서 길에 내려주었다. 내린 다인은 이제 자연스럽게 지민의 손가락 두 개를 제 손에 말아 쥔다. 지민은 다인과 눈을 맞추며 ‘왔어?’ 하고 묻고 다인이 ‘응!’ 하고 대답했다. 태형이 지민이 나와 있는 것이 의아한 듯 묻는다.



“오늘은 아버님이 안 나와 계시고요.”

“아, 오늘 형사님이 바쁘셔서요.”

“형사님들이 바쁘시단 얘기는 별로 좋지 않은 얘긴데요.”

“그래도 곧 오실 것 같아요!”



지민이 제 전화기를 가리키며 웃자 태형도 웃으며 지민과 다인을 바라본다. 그런데 대화가 끊겼는데도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생각하는 듯 태형은 잠시 두 사람을 응시한다. 지민은 그런 태형이 무슨 말을 꺼낼까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생각에 잠긴 태형의 얼굴이 이상스레도 날카롭게 느껴진다 생각하는 지민이다. 그러나 태형은 이내 몸을 돌려 봉고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그때 바람을 타고 오는 어렴풋한 태형의 향기에 지민이 갸우뚱, 한다.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주는 향기.



“안녕히 계세요. 다인아, 내일 보자.”



태형의 인사와 함께 어린이집 차가 떠난다. 뭐지. 뭐였지. 이 향기, 익숙해. 기억해 내려고 하자 머리가 아파와 비틀거리는 지민의 손을 꼭 붙잡은 다인이 ‘삼촌, 아파?’ 하고 물어온다. 그 목소리에 한동안 조용했던 전화기에서도 ‘박지민, 머리 아파?’ 하는 윤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본 지민이 어설프게나마 웃으며 아니에요, 했지만 다인은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며 혹시라도 지민이 어떻게 될까 그의 손을 꼭 붙든 채 집으로 향한다.



다인과 집안에 들어와 숨을 돌렸을 즈음 윤기가 급하게 집안으로 들어섰다.



“괜찮아?”



지민을 향해 급하게 물어오는 통에 지민은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는 네, 네. 하고 대답한다.



“뭐 기억난 건 없고?”



윤기의 그 다음 질문에 지민의 몸이 굳는다.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고는 작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요…. 작게 중얼거리는 그 말에 윤기가 약간은 실망한 듯 아…, 그래. 하고 말한다. 윤기의 상황도 알고, 빨리 기억해 내 주는 것이 윤기를 위한 것인 줄 알면서도, 그런 윤기에 대한 서운함도 조금 고개를 든다. 자신의 아픔보다도 기억을 먼저 신경 쓰는 윤기가, 지민은 조금 서운했다.



한편으로는 윤기가 실망한 것을 알면서도, 지민은 지난 밤 꿈에서 꾼 것을 그에게 말할 수가 없었다.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기억의 조각인 걸 알면서도. 명확히 그곳이 어디인지, 어떤 상황인지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곳에서 제가 무엇을 했고 정도는 어렴풋이 감이 올 것 같았다. 그렇기에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평화로운 일상, 법치를 위해 살고 있는 윤기에게 자신의 기억을 얘기했을 때 과연 윤기는 지금처럼 자신을 봐줄까, 하는 생각. 자신이 아프다고 했을 때 손을 꼭 잡아주던 다인을, 또 자신에게 맡겨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그러지 않을 것 같기에 지민은 자신이 없었다. 이대로 자신의 과거가 기억의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



“어서와요.”



태형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 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회사에 없다는 정국이 자신의 집으로 오라는 쪽지를 남겼다며, 정국의 비서는 태형에게 집 주소 하나를 건네주었다. 태형이 정국의 집에 도착했을 때, 정국은 커다란 욕조에 몸을 담근 채였다. 따뜻한 욕조 물의 수증기 때문인지 태형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달아오르는 기분이 들어 목을 한 번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쉬시는데.”

“괜찮아요. 내가 부른 거니까.”



뿌연 물 색 때문에 정국의 몸이 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태형은 저도 모르게 정국과 눈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그런 태형은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정국은 이내 입가의 웃음기를 지우고 태형에게 보고를 재촉한다.



“왜 박지민 아까 안 데려왔어요? 내가 박지민 기다리는 거 알면서.”

“애를 내려줄 때 박지민이 민윤기와 통화 중인 듯 했고, 오히려 박지민이 혼자 있어도 접근하지 않으면 경찰 쪽에서도 안심하고 박지민을 좀 더 풀어주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날은 그냥 돌아왔습니다.”

“그래요….”



잠시 고민하던 얼굴의 정국이 욕조에서 몸을 일으킨다. 깜짝 놀라 빠르게 몸을 돌린 태형의 등을 바라보며 정국이 결국 웃음소리를 낸다. 정국의 웃음소리를 들으면서도 태형은 차마 돌아설 수가 없었다. 잠시 후 정국이 ‘이제 괜찮아요. 돌아도 돼요.’ 하자 태형은 조금 머뭇거리다 다시 정국을 향해 돌아선다. 로브를 입은 젖은 머리의 정국이 욕조에 얹어놨던 자신의 총을 들고 욕실을 나선다.



거대한 거실에 놓인 화려한 소파에 정국이 몸을 묻는다.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제 손에 이마를 기댄 정국의 옆으로 태형이 정자세로 섰다.



“김석진 쪽에 연락 넣어 주세요. 박지민 더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말해주라고. 기억난 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라고도 하고. 아까 보니까 머리 아파하는 것 같던데.”

“네.”

“그리고 면담 때 민윤기가 없으면 좋겠는데. 그것도 김석진한테 말해서 뺄 수 있게 해주시고요. 그리고 그 닥터 사람이 물러서 괜히 다른 짓 할 수도 있으니까 그 쪽도 잘 봐두세요. 이름이 김남준이던가, 그 환자.”

“알겠습니다.”

“…….”

“그럼….”

“아, 그리고.”



정국의 말에 인사하고 돌아서려던 태형이 고개를 든다.



“무방비 상태로 남한테 등 보이지 말아요. 서로 벗은 몸 보는 건 이제 대충 익숙하잖아요.”

“…주의하도록 하겠습니다.”



태형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나가는 뒷모습을 정국의 시선이 고집스럽게도 쫓아간다. 그가 문을 열고 몸을 돌려 정국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 문을 닫을 때까지. 정국에게는 김태형이란 사람이 흥미로웠다. 박지민과는 다른 의미로, 어쩌면 그보다 더 흥미로운 존재일지도 몰랐다. 처음엔 쓸모 때문에 곁에 두었지만, 이제 그보다도 그를 지켜보는 것이 점점 재밌어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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