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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같은 나도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5. 서로 출근해 밀린 서류를 작성하는 윤기의 뒤로 윤기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팀장이었다. 자신의 자리로 손짓하는 그에 윤기는 자리로 일어나 팀장에게로 향했다. 예, 하면서 팀장의 앞에 섰는데 그의 표정이 영 탐탁지 않아 보인다. “윤기야.”“예.”“우리가 지금 박지민이 데리고 있은 지 얼마나 됐냐.”“두 달 좀 넘는 것 같습니다.”“별다른 소식 있냐.”“없습니다, 아직은. 저쪽도 조용한 것 같고.”“별다른 소식이 생길 건 같냐?” 팀장의 말에 윤기가 한숨을 내쉰다.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저도.” 윤기의 대답에 팀장의 입에서도 깊은 한숨이 터졌다. 안 그래도 위에서 압박이 들어온 터였다. 안전가옥을 유지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4. “다인이 끝날 시간 됐다. 나가자.” 윤기가 차키를 들고 지민을 쳐다본다. 윤기의 말에 발에 넣던 양말을 발목까지 급하게 올린 지민이 행여 자신을 두고 나갈까 옙!, 하고 급하게 따라나선다. 다인을 같이 데리러 나간 것이 벌써 며칠이 지난 것 같은데 여전히 지민은 꼬박꼬박 자신의 외출 시간을 챙기고 있었다. 이렇게 밖에 나가고 싶어 하는 애를 집에 박아뒀으니…. 윤기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어 천천히 해, 하고 던지듯 말한다. 다인의 어린이집 앞에 도착하자 원장선생님은 통학 차량에 타고 아이들과 나가고, 남은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배웅하고 있었다. 다인은 그 중 한 선생님의 손을 붙들고 있다가 윤기와 지민이 보이자 열심히 손을 흔들었다. 오늘 또 뭘 만들었는지 팔에 짐이 ..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3. 퇴원 후 처음으로 석진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드디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에 방방 들뜬 지민은 두다다다 소리를 내며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온다. 그 소리에 윤기가 시끄러웠던 듯 ‘아 쫌!’ 하고 소리를 지르고 지민은 입으로는 죄송해요, 하면서도 싱글벙글댄다. 그런 지민을 이해하는 윤기였지만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냅백을 지민의 머리에 눈을 가릴 만큼 꾹 눌러 씌운다. 모자 아래로 눈을 내리깔아 윤기를 쳐다보며 장난을 치는 지민의 머리를 웃으며 쓰다듬어 주었다. 병원에 차를 갖다 댄 윤기가 모자를 눌러 쓴 지민을 데리고 빠르게 병원 안으로 들어간다. 간호사에게 접수를 하고 안내에 따라 석진의 진료실로 들어선다. 윤기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한 석진이 지민에게 웃..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2. 안전가옥으로 오는 길에 지민과 윤기는 한바탕 말싸움을 해야 했다. 기분이 좋아진 지민이 창문을 열고 유리창에 머리를 살짝 내밀고 바람을 맞고 있었는데, 그것을 윤기가 올려버린 것이었다. 잽싸게 내밀었던 머리와 팔은 뺐지만 기분이 상한 지민이 입을 삐죽였다. 그런 지민을 보던 윤기가 ‘정신 차려라.’ 하고 한마디 한 것이 둘의 싸움의 시작이었다. “너 지금 드라이브 나온 거 아니다.”“바람 정도는 맞아도 되잖아요.”“괜히 네 얼굴 보였다가 총이나 칼 맞지 말고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아 무슨 말을 또 그렇게 해요?”“너, 기억을 잃어서 잘 모르나본데 네가 있던 조직이 꽤나 큰 조직이었다고. 지금 너 말고는 다들 감방 갔어, 인마. 지금 네가 기억을 살려서 최대한 경찰..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01. 현장은 급박했다. 항구에 협조를 얻어 환히 밝힌 불빛 아래로 경찰과 조직원들의 싸움이 난무했다. 간신히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며 몸을 날리는 윤기였다. 정보는 확실했다. 조직의 규모와 당일 거래 일정을 손에 넣은 경찰 측은 몇 시간 전부터 진을 치고 기다렸던 것이다. 끝은 예상대로 일방적인 경찰의 승리였다. 일당들의 수갑을 채우고 경찰차에 태운 윤기가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든다. 상황은 정리되어 가는 듯 싶어 지나가던 순경을 붙들었다. “대가리도 잡혔어?”“아직인 것 같습니다. 수색 중에 있습니다.”“얼굴이라도 봐야지, 이렇게 거물이면.” 범인들의 운송차량—일명 닭장차에 줄줄이 손목이 묶여 실리는 조직원들의 기다란 줄을 바라보며 윤기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 어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