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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같은 나도
[국뷔] 늦게 피는 꽃 03.w.몽블랑 ※ 나름 수위 있습니다. * 태황태후와의 독대도 오랜만이었다. 제 아비가 죽은 이후로는 태황태후에게 문안도 가지 않던 터라, 태자는 오랜만에 보는 태황태후와의 독대가 불편했다. 저 표정 없는 얼굴을 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자신을 불렀을까. 예상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태자의 나이가 차고도 남았으니, 이제 태자에게도 짝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태자는 싱긋 웃음을 흘렸다. 내 틀린 적이 없지. “안 그래도, 들여오신 아이가 있다 들었습니다.”“그렇습니까. 이제 곧 보시게 될 겁니다. …그건 그렇고.” 태후는 옆에 놓인 함에서 비단을 두른 문서를 꺼냈다. “내 태자를 예까지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드디어 길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길일이..
[국뷔] 늦게 피는 꽃 02.w.몽블랑 * 다음 날부터는 궁중의 예법 강의가 이어졌다. 태형은 태황태후의 명으로 얼굴에 쓰인 붉은 천을 벗지도 못한 채 그들의 강의를 들어야 했다. 그들의 강의 방식은 혹독했다. 태형과 예법을 가르치는 선생, 그 공간엔 언제나 단 둘이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태형은 가르친 것을 하나라도 틀릴 시엔 매질을 당했다. 이번도 그랬다. 하루 종일 높은 사람에 대한 절을 배우고 반복해서 절을 했던 태형은 이제 자신이 오늘 몇 번째 절을 하는 것인지도 셀 수가 없었다. 그저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일어서지도 앉지도 못할 즈음, 절을 끝내고 힘이 풀려 제대로 일어서지 못하고 저도 모르게 주저앉자 굵지도 크지도 않은 매가 찰싹, 하고 날아와 땀에 젖은 허벅지에 착 감겼다. 상처 ..
[국뷔] 늦게 피는 꽃 01.w.몽블랑 태형이 처음으로 궁으로 발을 들인 지 6개월이 지난 지금, 궁 안은 어느 새 하얗게 눈이 내리는 계절이 되어 있었다. * 처음 궁으로 왔던 날엔 더운 날에서 선선해지는 때로 넘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들지 않은 꽉 막힌 가마에서 내리자마자 비틀대는 태형을 아무도 잡아주지 못했다. 그는 태형은 황제을 모시기 위해 태어난 아이이며 그렇게 길러진 사람이었기에, 누구도 함부로 몸에 손을 댈 수 없었다. 그의 얼굴도 아무도 쉽게 보지 못하도록 그의 얼굴은 붉은 천으로 가려진 채였다. “괜찮으십니까?” 남준이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태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어 남준은 그의 말을 믿기 어려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를 빨리 그가 묵을 궁으로 안내하고..
[국뷔] 형 시리즈 2. (完)w.몽블랑 ※ 수위 있습니다.※ 깁니다.(...) 모텔에서까지는 좋았다. 반나절 간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쉼없이 사막을 걷다 마침내 오아시스의 끝자락이라도 발견한 사람들처럼 급하게 서로의 옷을 벗기고 침대를 뒹굴며 즐긴 것까지는. 이제야 짝을 만난 사람들처럼 서로를 갈구하던 두 사람은 그날의 그 시간을 충분히 즐겼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잠깐의 환락 이후, 윤기와 자신 사이에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태형의 생각과는 달리 윤기는 먼저 지민을 태우고 차로 모텔을 떠나버린 후였다. 텅 빈 윤기의 차 자리를 보면서 어이가 없어진 태형이 멍하니 서 있었다. 후드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그런 태형을 지켜보던 정국은 ‘박지민도 없네. 둘이 나갔나. 전화해봐요.’ 하고 심드렁하게..
[랩뷔국] 막장드라마 10.w. 몽블랑 * 해는 이미 진 지 오래였다. 소파에 앉아 제 손톱을 물어뜯던 태형이 문득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본다. 이미 10시 반이 넘은 시간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산부인과 이름이 적힌 종이봉투에 시선을 두다 이내 떼어냈다. 켜놓은 TV 소리는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는 백색소음이 되어 공간을 부유하고 있었다. 다시 입술로 손톱을 가져가던 태형이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흠칫 몸을 떤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배에 손을 갖다 댔다. 의사가 말한 것이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임신은 위험한 것이라 임신 내내 조심해야 하지만, 특히 초기엔 여자든 남자든 더욱 위험한 것이라 했다. 언제든 조산의 가능성이 있어 몸조심을 하라 했음에, 태형은 제가 깜짝 놀란 것으로 혹시나 ..
[랩뷔국] 막장드라마 09.w.몽블랑 * 태형은 남준의 회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드문 VIP용의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위로 올라가는 버튼을 누른다. 다른 엘리베이터완 달리 VIP층만 운영하는 덕에 빠른 엘리베이터가 내려와 태형의 앞에서 문을 열었다.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들어가 태형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남준이 있는 층을 익숙하게 눌렀다. 남준의 사무실에 들락날락한 지도 벌써 한두 달쯤 되니 이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었다. 출입문이 닫히고 엘리베이터는 빠르게 올라간다. 상무실의 문 앞엔 언제나 그렇듯 차분한 옷차림의 호석이 서 있었다. 호석은 항상 고개 숙여 인사하며 상무실의 문을 열어주지만, 태형은 그의 앞을 지나갈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호석의 어두운 갈색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그의 시선이..
[랩뷔국] 막장드라마 08.w.몽블랑 ※ 중간에 수위 있습니다. * “아빠… 안녕?” 지민이 물을 떠온 사이 정민이 정신이 들었는지 지민을 향해 웃었다. 다신 못 볼 것 같았던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저를 향함에, 지민은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것을 어금니를 꽉 물어 참는다. 아이가 깨어났다고 마냥 기뻐하기엔,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몇 번이나 있을지에 대한 공포가 지민을 누르고 있었다. 무서웠다. 두려웠다.하지만 지금은, 다시 깨어나 준 아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어선 안 된다. 물통을 제 옆에 놓고 지민이 침대 옆에 앉아 바늘 상처투성이인 아이의 손을 조심스레 잡는다. 입가에 조심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속삭이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민이 아이에게 물었다. “정민이도 안녕. 잘 잤어?”“응, 잘 자써.”“숨 쉬는..
[랩뷔국] 막장드라마 07.w.몽블랑 * ‘정국, 정국아. 정국아…!’ 한 새벽의 고요함을 깨며 울려온 핸드폰 소리에 이름도 확인하지 못하고 전화를 받은 정국의 귀로 다급한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정국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의 이름만 불러댔다. 넋이 나간 지민의 목소리에 정국은 머리를 스치는 예감에 심장이 떨어진다. 옆자리에 잠이 든 태형을 확인한 정국이 슬며시 침대에서 나와 안방 문을 닫았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정민이 무슨 일 있어?”- 내가, 내가 전화 안 하려고 했는, 했는데… 정민이, 정민이가…. 정민… 하으, 제발 와줘…. 정국아, 정국아….“정신 차려, 박지민. 네가 지금 이렇게 정신이 나가서 어쩌겠다는 거야.”- 흐으, 으으….“…지금 갈게. 지금 갈 테니까 기다려. 얼마 ..
[랩뷔국] 막장드라마 06.w.몽블랑 * 정국이었다. 틀림없이 제 남편인 정국이 맞았다. 안겨있는 사람의 얼굴은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가로등 빛을 맞고 있는 정국의 얼굴은 3층에 입원해 있던 태형의 눈에 얄궂을 만큼 잘 보였다. 붙박인 듯 그곳만 쳐다보다 간신히 돌아섰다. 안색이 안 좋아진 태형을 붙잡아주는 사람은 없었다. 입단속을 철저히 시킨 정국의 어머니 덕에 태형은 부모님도, 그 어떤 친한 사람도 부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킨 정국의 어머니 또한 그림자조차 비추지 않았다. 지극히 혼자였다. 저 혼자 수술 후의 고통을 견뎌야 했다. 정국에게는 친구와 2주 간 여행을 갈 거라 말해뒀었다. 정국은 누구와 가느냐조차 묻지 않았다. 그저 잘 다녀오라던 정국의 웃는 얼굴이 제게 이런 배신감을 안겨줄 ..
[랩뷔국] 막장드라마 05.w.몽블랑 ‘얘, 집에 있니? 나 좀 보자. 외출할 준비하고 기다려라.’ 불쑥 걸려온 정국의 어머니로부터의 전화는 어디로 나갈 건지 말해주지도 않은 채 외출 준비하라고 말만 남긴 뒤 끊겼다. 벙찐 얼굴로 핸드폰을 들고 서 있던 태형은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소파 등에 머리까지 기댄 태형이 천장을 바라보다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형 오늘 못 만날 거 같아’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 - ‘왜?’ ‘정국이 어머님이 부르셔’‘오늘 만났으면 하신대’ - ‘아’- ‘아쉽다’- ‘시간 될 때 연락해’- ‘꼭’ 남준의 메시지에 태형은 ‘응’ 하고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하기 어려운 상대를 만나러 가야 하는 태형의 표정은 무겁기만 했다. *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