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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같은 나도
[랩뷔국] 막장드라마 04.w.몽블랑 * ‘우리 아가… 아파. 많이. 너에게 말한 적도 없을 거야. 계속 말하지 않으려고 했어. 부담스러울 테니까.’ ‘선천적인 심장 기형이래. 나도 처음엔 몰랐어. 얼마 전에 숨소리가 이상한 것 같아서 병원에 데려갔었는데, 그때 검사하면서 알게 됐어. 하늘이 무너진다는 말이, 그때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백방으로 찾아다녔어. 우리 아가 심장 낫게 해줄 수 있는 곳. 해외에도 없는지, 대학 병원 교수님한테 빌고 또 빌었어. 그런데 어디에서든 다 그러더라… 손을 쓰기엔, 너무 늦었대.’ ‘하다못해 심장 이식도 알아봤었어. 나, 나라도 주려고 했었어. 나라도 줘서 우리 정민이 살 수 있으면…. 그런데 어른 심장은 아가한테는 너무 크대. 정국아. 우리 아가 아직 이렇게나 작..
[랩뷔국] 막장드라마 03.w.몽블랑 “태형아.”“…남준이 형?”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얼굴에 태형이 놀란 얼굴을 하다 눈을 접고 웃는다. 남준이 걸어와 그런 태형을 껴안는다.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안겨 조금 당황하던 태형도 이내 웃으며 남준의 등을 토닥였다. 실로 몇 년 만에 만난 것인지도 모를 두 사람이었다. ‘안녕?’ 항상 사탕을 건네주던 남준의 어린 시절이 기억났다. 그럼 히이, 하고 웃으며 겁도 없이 모르는 사람에게서 건네받은 사탕을 까 입으로 직행시키는 태형이 있었다. 그런 태형을 신기한 듯 웃으며 보던, 어렸던 남준. ‘태형아. 나 미국 가게 될 것 같아.’‘미국? 와아.’‘너도 공부 열심히 해서 미국으로 가자.’‘나? 난 그럴 머리가 아냐. 형도 알잖아.’ 배시시 웃던 태형의 얼굴을 어딘가..
[랩뷔국] 막장드라마 02.w.몽블랑 ※ 수위 약하게 있습니다. * 딩동, 하는 초인종이 울렸다. 집안을 대충 정리해두고 소파에 누워있었던 게 잠시 잠이 들었던 듯 했다. 깜짝 놀라 튕기듯 일어나 인터폰을 받아보니 화면에 뜨는 사람들은 더 놀라운 사람들이었다. “아 어머님, 오셨어요.” 정국의 어머니였다. 정국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정국을 힘들게 기르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할 말을 가감없이 모두 하는 성격으로 결혼식 때도 태형의 부모에게 ‘저희 애가 남자랑 결혼한다 그래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남자는 전 좀 별로예요. 그런데 데려온 걸 보니 애가 좀 기집애같이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더라고요.’ 하고 말해 태형도, 태형의 부모..
[랩뷔국] 막장드라마 01.w.몽블랑 세상은 변한다. 변한다는 사실 말고는 모든 게 변한다. 과학은 발전하고 사람들의 의식도 변화하며 그에 따른 사회 현상들도 달라진다. 그중에서도 작금의 생명과학 기술이란 실로 놀라운 것이어서 남자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졌다. 임신과 출산에 있어 현재 수수께끼란 없었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아이를 갖는 것은 물론, 남자가 아이를 임신하는 것, 또한 동성 간의 임신도 가능해진 세상이 되었다. 그로 인해 여자와 남자는 아이를 갖는 데 있어 모두 똑같은 권리와 똑같은 의무를 동시에 지게 되었다. 이것은 기존의 성 역할을 뒤집어엎는 센세이셔널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일반적이지는 않듯 현재로서도 다들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이 훨씬 많았다. 그것이 비용적으로나..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20. (完) 1층으로 숨어든 경찰들은 빌딩이 텅 비어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이렇게까지 조용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필요 이상으로 조용한 탓에 거꾸로 누군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던 경찰들을 허무하게 만들 정도였다. 윤기는 그런 그들에게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라고 말했다. 윤기의 말을 듣던 김 형사가 ‘걔네가 어디에 있을 줄 알고 꼭대기 층부터 가래?’ 하고 물었다. “걔네 꼭대기 층에 있을 겁니다. 나 믿으세요.”“아니 도대체…. 참 나.” 김 형사는 구시렁거리면서도 엘리베이터 층을 누르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에 서서 윤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김태형이 한 그 말은 거짓말 아닐 겁니다. 절대로.” 꼭대기 층은 정국의 사무실만이 있었다...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9. 날이 흐렸다. 깜깜한 아침은 눈을 뜨기가 힘들다. 정국은 억지로 일어나 침대에 앉았다. 온몸이 근육통이 찾아온 것처럼 찌뿌드드했다. 이유 없이 머리도 아파오기 시작해 인상을 찌푸린 채 몇 초 간 정지한 채 앉아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이라기엔 어불성설이었지만 ‘이대로 하루가 끝났으면.’ 하고 생각했다. “…일어나야지.” 중얼거리며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기분이 더 별로였다. 오히려 일어서자 들어간 것 없는 뱃속까지 울렁거려왔다. 머리가 아프니 속도 좋지 않은 것 같았다. 부엌으로 나와 냉장고를 열어도 안은 텅 비어있었다. 두통약이라도 있을까 했지만 약은커녕 물조차 한 통도 없었다. 어차피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으니 당연했지만 오늘은 뭐라도 있었으면 싶은 마음..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8. 태형은 늦은 밤, 자신의 사무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정국이 자신을 멀리함으로써 모든 일들을 정국 모르게 뒤에서 보아야 하니 일이 끝나는 시간이 더 늦어졌다. 피곤한 얼굴이었지만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복도를 걷던 태형의 앞으로 익숙한 사람이 들어와 서 태형은 걸음을 멈췄다. “형님.” 앞에 서 있는 건 승철이었다. 항상 말이 없고 묵묵히 행동하는, 어쩌면 저와 닮은 모습에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끼는 부하였다. 그런 것을 알고 있던지 평소 말이 없을 뿐 저에게 말을 거는 것을 어려워하지는 않았던 승철이었는데, 오늘은 제 앞에서 머뭇대는 것이 여간 이상하지 않다. “무슨 일이야.”“…….”“박승철.”“잠깐 시간 있으십니까.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7. 상태가 안정됨에 따라 일반 병실로 옮겨진 지민은 도통 깨어날 줄 몰랐다. 깨어나서 잘 먹고 잘 쉬어야 상처도 하루빨리 아문다고 했는데, 매일매일 잠만 자는 지민은 그저 말라만 갔다. 그걸 매일매일 와서 오늘은 깨어날 거라는 희망고문에 시달리다 돌아가는 정국도 점점 수척해지는 건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푸석해진 얼굴로 밤늦게 돌아가려는 정국을 붙든 건 석진이었다. “이봐요, 전정국 씨.”“…뭡니까.” 피곤에 찌든 정국의 얼굴이 석진을 바라본다. 석진이 붙든 게 꽤나 귀찮다는 표정이었다. 석진은 그런 정국의 표정을 무시한 채 제 할 말을 이어나간다. “요즘 잠은 좀 자요?”“네, 잡니다.”“근데 얼굴이 왜 그래요. 밥은 먹어요?”“…….”“일도 안 하고 이렇게 병원에만 있..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6. 몸이 어느 정도 낫자 태형은 다시 회사로 복귀했다. 아직 몸이 욱신거리는 건 있었지만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렇게 맞아본 것도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몸을 추스르고 언제나처럼 이사실로 올라가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는데, 갑자기 비서가 다가와 자신을 황급히 말린다. 태형은 영문을 몰라 곤란한 얼굴로 제 행동을 막는 비서를 빤히 쳐다보았다. “무슨 일입니까.”“그게…, 저기….”“…말씀하세요.”“이사님께서 말씀이 있으셔서요….”“네.” 태형은 비서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렸던 비서에게서 들려온 말은 태형의 심장을 바닥으로 끌어내린다. “이사님께서 실장님은… 앞으로 사무실에 들이실 일 없을 거라고….” 태형에게 미안한 듯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숙이는..
[슙민/국뷔] 인어공주 이야기 15. 윤기는 빠르게 자세를 낮췄다. 또 총알이 날아올지도 몰랐다. 낮은 포복 자세로 지민에게 기어가 지민의 목에 손을 대고 맥을 살폈다. 아직은 뛰고 있지만 환부에서 흘러나오는 피가 어마어마했다. 다인에게 손으로 눈을 가리게 하고는 절대로 떼지 말라 으름장을 놓고 윤기는 제 손으로 지민의 가슴에 손을 얹어 지혈을 시도한다.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조차도 안 할 수가 없었다. “형ㅅ… 형사님….” 색색대며 긁히는 지민의 목소리에 놀란 윤기가 ‘어어. 나 여깄어.’ 하며 고개를 든다. 하얗게 핏기가 가신 입술과 얼굴에 아이러니하게도 빨간 피가 튀어있었다. “손… 손 잡아주세요….” 윤기는 망설임 없이 지민의 손을 잡았다. 숨을 쉬기가 힘든 듯 색색댈 때마다 지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