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슙장편 (53)
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Behind DADDY 02. : 남준과 호석의 집을 먼저 찾았던 그 누군가w.몽블랑 * “아이고, 죽겠다…!” 성인 남자를 씻기는 게 이렇게 고된 일인 줄 몰랐다. 신장 차도 체격 차도 큰 두 사람이었지만, 몸에 힘을 넣지 못하는 윤기가 하느작거리는 탓에 성규는 윤기를 안고 땀을 뻘뻘 흘렸다. 덕분에 윤기의 머리까지 보송하게 말려 침대에 눕히고 이불로 윤기를 둘둘 말아놓은 성규가 거실로 나오자마자 바닥에 뻗었다. “아 배고파… 허엉, 목도 마르다.” 거기에 담배도 말렸다. 몸을 일으켜 냉장고를 뒤져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고 주머니에서 꺼낸 담뱃갑은 돛대를 남기곤 텅 비어버렸다. 에이씨, 하고 쓰레기통에 담뱃갑을 던진 성규는 윤기의 옷장에서 찾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슬리퍼를 직직 끌며 편의점으로 ..
[국슙] Behind DADDY 02. : 남준과 호석의 집을 먼저 찾았던 그 누군가w.몽블랑 그는 가끔 그날 밤을 떠올렸다. 위의 사주를 받아 그를 만났던 건 사실이었지만, 그날 처음 본 사람 치고는 그에 대한 기억이 또렷했다.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고 하는 편이 맞는 말일 것이다. 술에 취한 윤기를 호텔로 데려와 사진 기사들과 약속한 것들을 찍기 위해 그의 옷을 벗겼을 때 그는 자신도 모르게 휘파람을 불었었다. 침대 위에 쓰러진 얼굴도, 몸도 지나치게 제 취향이라 하룻밤 스쳐지나가는 인연이라기엔 아까운 사람이었다. 안 그래도 처음 만나던 자리에 조그맣고 하얗고 뽀얀 게 눈앞에 나타나 자기도 모르게 윤기와의 대화가 칭찬 일색으로 흐르던 터였는데, 이렇게까지 벗겨놨는데 손도 못 대는 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2016. 05. 19 - 2017. 01. 03 국슙 역키잡!으로 패기롭게 시작했던 글. 오래 써서 그런지 내보낸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지 아직도 제 안의 국슙이들의 전부인 대디. 중간에 바빠서 한 달에 두 편 올리고 그럴 때도 있었는데, 어쨌든 완결을 봐서 뿌듯하면서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던 뭐 그런 복잡미묘했던 완결 기분...이었었죠 ^ㅁ^ 많은 분들의 댓글을 받아보기도 했고 뭐 암튼 여러 모로 감사했던 글. 외전은 2017. 02. 07. - ING쓰는 중입니다. +) 외전은 텍파로 묶지 않을 예정입니다 ㅠㅅㅠ
오늘은 만날 사람이 있었다. 아주 중요한 만남이.정리가 필요했다. [국슙] Behind DADDY 01. : 27편, 윤기의 ‘중요한 약속’w.몽블랑 어려운 자리였다. 시간이 가까워올수록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윤기는 자신이 먼저 제안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마음을 가라앉히기가 어려웠다. 분명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하고 이 자리에 앉은 것이지만, 이것은 자신의 일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럴 지도 몰랐다. 카페의 입구로 들어선 정국의 이모를 보고 윤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윤기를 보자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에요, 윤기 씨. 잘 지내셨어요?”“저야… 이모님께서는 잘 지내셨고요.”“덕분에요.” 그녀가 앉고 난 뒤 자리에 앉은 윤기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정국의 이모는 걱정스레 말을 꺼냈다..
[국슙] DADDY 39. (完)w.몽블랑 * 응급실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안은 분주하고 시끄러웠다. 응급실 맞은편에 마련된 대기실에 힘이 쭉 빠져 등을 구부리고 앉은 윤기 아버지의 앞에 남준이 서자 그는 지친 눈을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너냐.” 그는 금방 고개를 돌려버렸다. 남준을 바라볼 기운이 없어 보이기도 했고,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남준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윤기 아버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아저씨.”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남준은 말을 이었다. “아저씨께서 저 때리신 거 불만 없습니다. 형을 안전한 길로 돌려놓고 싶으셨던 거 알아요. 안정적으로 편안하게 살아갔으면, 싶으셨던 거죠. 그게 틀린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아저씨가 단 한..
[국슙] DADDY 38.w.몽블랑 * “못할 것… 같다고.”“…….”“안 되겠, 다고.” 윤기의 눈동자로 정국의 눈에 가득 찬 겁이 보였다. 윤기라고 지금 상황이 자신만만하지는 않았다. 윤기라고 해서 정국과의 영원한 해피엔드를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외려 해봤기에, 겪어보았기에 더 두려운 건 어쩌면 윤기 쪽이었다. 다만 정국이 곁에 있기에 다시 해보려던 것뿐이었다. “…겁나는구나.” 그러나 정국이 자신을 놓아버리면, 윤기는 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금까지 이어 온 삶의 의미마저 사라졌다. 자신은 뭘, 기다려 왔을까. …도대체, 뭘. “…그래, 무섭지.” 윤기가 웃었다. 비에 젖어서 윤기는 우는 것처럼 보였다. 입꼬리가 올라간 입에서 울음소리인지 웃음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흘렀다. 정국은 윤기..
[국슙] DADDY 37.w.몽블랑 * 이른 아침이었다. 여린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가볍게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윤기 형인가? 하며 호석이 잽싸게 나섰다. 그런 호석의 손을 붙든 건 남준이었다. “조심하자니까. 아직 모르잖아.”“아냐, 아닐 리가 없어.” 호석은 전날 봤던 어린 남자를 철썩 같이 믿고 있었다. 남준은 그런 호석이 걱정스러웠다. 남준이라고 그를 아예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 반신반의에 가까웠고, 그보다는 그가 정국이길 바라는 것에 더 가까웠다. 그는 그간 지켜봐왔던 윤기를 보듬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었기에. 남준은 호석의 손을 잡은 채 그를 등 뒤로 하고 대문을 열었다. 그리고 대문 밖으로 보이는 익숙한 사람들에 한숨을 내쉰 남준이 놀란 숨을 집어삼킨 호석..
[국슙] DADDY 36.w.몽블랑 * 새벽녘에 윤기는 문득 눈을 떴다. 침대 옆이 비어 있어 벌떡 일어났던 윤기는 이내 멍해졌다. 옆자리엔 누군가 있던 흔적조차 없었다. 어제의 그 모든 일이, 결국 꿈이었나보다. 너무나 간절해서 환각에 가까운 걸 봤을지도 모른다. 하긴 저도 모르게 정신이 들면 맨발로 몇 시간씩 마당을 헤매고 있을 때가 많았으니, 이젠 병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다 어제 정국의 꿈을 꾼 건, 이제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즈음, 제 생명이 귀한 줄 아는 머릿속이 죽고 싶지 않다고 보내는 마지막 발악일지도 몰랐다. 이렇게라도 정국을 보고, 조금 더 살아있으라고. …깨고 나면 더 살고 싶지 않을 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그때 정국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얼굴..
[국슙] DADDY 35.w.몽블랑 * 호석과 남준이 대문 밖으로 멀리도, 빨리도 갈 필요가 없었다. 정국이 문 앞에 대어뒀던 차는 그대로였고 정국은 그 차에 타지도 않고 있었다. 단지 정국은, 대문 앞 한 구석에 고개를 숙인 채 쭈그려 앉아있었다. “…정국 씨.” 호석이 부른 자신의 이름에 정국이 고개를 들었다. “…정국 씨….” 정국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었다. 호석이 안쓰럽게 정국의 이름을 부르자 더 서럽기라도 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린 정국은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흐트러지고 젖은 숨소리와 간헐적으로 들썩이는 등이 정국의 울음이 그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호석은 정국의 옆에 쭈그려 앉아 가만가만 그의 등을 토닥였다. 호석을 말리려던 남준도 차마 그것까지는 막지 못했다. 정국은 그렇게 한참동안을 서럽..
[국슙] DADDY 34.w.몽블랑 * - 정국아, 저기… 윤기 씨에 대한 건 뭐 좀 찾았니?“…아니요. 뭐가… 더 찾을 것도 안 나와요.”- 저런…. 힘들겠네, 우리 정국이.“…아니에요.”- 아니기는, 목소리가 풀이 죽었는데. 제주도 거기 갔던 곳에는 아직 집 주인 안 돌아왔대?“편지 남기고 왔었는데, 아직 연락 없었어요.”- 정국아, 여행이라도 가보면 어떨까. 몇 개월째 윤기 씨 찾는 일에만 매달리고 있잖니. 그러면 사람이 지친단다. 언제까지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벌써부터 지쳐 나가떨어지면 곤란하지. 그렇지 않아?“…여행이요….” * 분명 여행이라고 이모에게 말은 했지만, 정국은 결국 제주도로 와 버렸다. 벌써 몇 번째 제주도행인지 몰랐다. 그곳에서 잃었기에 그곳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마치 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