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5.w.몽블랑 * 집으로 가는 동안 남준은 평소 같은 것을 물었다. 오늘은 별 일 없으셨습니까. 저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혹시 제가 없는 동안 누가 괴롭히진 않으셨습니까. 마지막 질문에 석진은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무비사 정랑께서 매일 퇴근길을 기다리던 저를, 괴롭힐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그럼, 그간… 제가 보고 싶지는 않으셨습니까.” 웃고 있던 석진의 웃음이 저도 모르게 사라지며 발걸음이 멈췄다. 그를 따라 남준의 발걸음도 멈췄다. 남준도 웃고 있지 않았다. 주먹을 쥐었던 남준이 제 손의 힘을 풀며 억지로 웃어 보이려 애썼다. 그러나 제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아무 말도 없는 석진이 답답했다. 남준은 다시 석진에게 물었다. “저를 좋아한다고 하셨..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4.w.몽블랑 * 지민은 읽고 있던 책을 스르륵 내려놓았다. 방금 제가 읽은 게 제대로 읽은 것이 맞는가 싶었다. 지민은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마른침을 삼키며 애써 누르곤, 다시 집중하여 제가 읽던 전 구절부터 읽기 시작했다. ‘…각인을 맺은 상대가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어 생사의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상대방도 그에 준하는 일을 당하게 된다. 각인이라는 것은 두 사람의 운명이 함께 묶이는 일이라서 서로의 생사에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하여 한 쪽이 병에 걸리면 다른 한 쪽도 시름시름 앓게 되거나, 한 쪽이 목숨을 잃을 경우 다른 한 쪽 또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대부분 함께 목숨을 잃지만, 간혹 한 쪽만이 살아남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서로에 대한 각..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3.w. 몽블랑 * 남준은 평소처럼 예조로 향하려던 제 발걸음을 우뚝 멈췄다. 퇴청하는 문밖으로 석진의 옷자락이 보인 것 같아서였다. 남준은 제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했다. 꿈인가, 저 앞에 보이는 이 아름다운 이의 얼굴은. 꿈인가. 대문 앞에서 남준을 기다리고 있던 석진의 눈이 남준을 향했다. 그 꽃 같은 자태에, 저를 바라보는 맑고 둥근 눈망울에, 남준은 커다란 보폭으로 뛸 듯이 걸어가 석진의 앞에 섰다. “예까지 어찌 오셨습니까.” 남준의 얼굴이 기분 좋은 설렘으로 싱긋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석진으로 하여금 한 마리의 커다란 개를 떠오르게 했다. 상냥한 얼굴로 웃어주는 커다란 강아지. 석진은 그런 남준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답..
JK : 형은 누구예요? SG : 알아서 뭐하게. 관심 꺼. JK : 알고 싶어서 그래요. 대답 해주면 안 돼요? (졸졸) SG : (딥빡) 세상 누구한테나 가시 세우고 다니는 고슴도치 윤기랑 해맑은 토끼 정꾸.w.몽블랑 +) 그리고 아주 조금 써 본 본 이야기 고슴도치는 사회성이 없다시피 한 동물이니까 혼자 살아왔고 앞으로도 혼자 있고 싶은 윤기. 원래 소매치기 하며 살았는데 그 빌어먹을 성격 때문에 전날 두목이랑 멤버들이랑 싸우고 나왔어. 더러워서 이 짓 안 해. 잘 먹고 잘 살아라, 시발새끼들아. 하고 그날 턴 돈 바닥에 던져버리고 나왔지만, 막상 아침에 눈 뜨고 나니 덮쳐오는 절망감. 시발 이제 뭐 먹고 살아…. 배운 건 도둑질뿐인데 저것도 영역 싸움이 있는 터라 소매치기로 벌어먹고 살 수가 없어..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2.5w.몽블랑 * 태형은 자상했다. 저를 어루만지는 손길 하나하나에서 지민은 태형의 상냥함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상냥함은 강제적이었다. 지민은 태형의 조심스러운 입맞춤에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때는 늦었다. 지민은 억울함에 다시 눈물을 흩뿌렸다. 모순이었다. 어째서 이런 자상함과 억지로 마주해야 할까. 지민은 이런 사랑을 받은 지 지나치게 오래였다. 제겐 차라리 거칠게 대해주는 것이 나았다. 이 모든 걸 잊게 해주는 게 나았다. 그러나 태형은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지민을 둘도 없이 소중하게만 안았다. 지민은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신이라도 잃었다면 좋았을 것을. 술이라도 진탕 마셨다면 좋았을 것을. 저를 상냥히 안는 제 호위의 연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