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2.w.몽블랑 * 대전에 돌아온 정국의 몸 상태는 많이 나아졌다. 사실을 말하자면, 몸이 아직 가뿐하지는 않았으나 이대로 침상에 누워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왕좌라는 것은 누리는 권력 꼭 그만큼의, 혹은 그 이상의 책임을 지는 것이라서, 이 자리를 오래 비우면 꼭 조정에 커다란 일이 터졌다. 조정의 대신들은 각자 생각도 많고 그 생각들도 모두 다 달랐지만, 어떤 때엔 한 사람처럼 뭉쳐 행동하는 때가 있었다. 그 방향은 정국이 예상할 수 없는 어떤 것들이었다. 그 많은 정치판의 권모술수들은 손에 쥐일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으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곤 했다. 선왕은 왕권의 강화를 위해 공포정책과 회유정책을 동시에 썼는데, 그로 인해 현재 조정엔 왕권은 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1. w.몽블랑 * 정국은 어지러운 머리를 잠시 저었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조금 잦았다. 뭉근하게 달아오른 체온과 머리가 무거운 느낌에 책상 위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켰으나, 조금 맑아졌던 것 같던 시야는 이내 또 다시 부옇게 흐려졌다. 하아…. 한숨을 내쉰 제 숨이 뜨거웠다. 아무래도 무리한 모양이었다. 한숨 자고 나면 조금 괜찮아지겠지, 생각하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던 정국은,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꺼지는 의식을 잡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닥으로 빠르게 무너져 내리려는 정국을 곁에 있던 내시가 간신히 잡아채곤 그 무게에 저도 같이 주저앉은 채 당황해서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어의를 불러라! 어서!” * 정국이 다시 눈을 떴을 땐 한밤중이었다...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0.w.몽블랑 * 더 빛을 잃을 일 없을 줄 알았다. 더는 잃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바닥에도 바닥은 있는 모양이었다. 지난번 정국이 교태전에 들른 이후로, 지민의 눈은 빛을 잃었다. 태형은 교태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지민을 오랜 시간 설득해 후원으로 나온 참이었다. 따뜻한 햇빛과 색색들이 피어있는 꽃, 산들거리는 바람에도 지민은 참으로 무감했다. 연못 위로 자잘하게 부서지는 햇살이 눈이 부시지도 않은지, 지민은 그곳만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보니 지민의 얼굴이 얼마나 창백해졌는지 실감이 났다. 늘어뜨린 까만 머리와 대조되어 더 하얗게 보였다. 지민의 곁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태형의 눈에, 아이를 안고 있는 지민의 가슴께가 벌어진 것이 보..
[랩슙/랩슈] 가난한 사랑 이야기 썰 02.w.몽블랑 문을 열고 들어가니까 아직 영업시간 아닌데요, 하는 말이 들려. 남준이가 ‘어….’ 하고 말을 꺼내지 못하니까 업소용 청소기를 끄고 남준이를 바라보던 남자가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혹시 오늘 면접?’ 하고 물어봐. 남준이가 네, 하니까 시계 보더니 일찍도 왔네, 하고 말해. 뻘쭘해진 남준이. 룸에 앉아서 서류 건네주니까 남자는 서류는 대충 보고 남준이 얼굴부터 몸을 쭉 눈으로 훑어. ‘쓸만한 거 같은데….’ 하는 말에 뻣뻣하게 굳어선 침만 꿀꺽 삼키는 남준이. ‘오래 다닐 수 있어?’ 하고 묻는 말에 남준이는 고개를 끄덕여. 사실 페이만 괜찮다면 아무 상관도 없긴 해.“왜 일을 구하고 있는데?”“팔 부상으로 원래 일하던 곳에서 잘렸어요.”“원래 일하던..
[랩슙/랩슈] 가난한 사랑 이야기 썰 01.w.몽블랑 단칸방에서 사는 랩슈. 몸으로 벌어먹고 사는 두 사람. 남준이는 부품 공장 다녀. 3교대로 일하는데 하루 종일 계속 똑같은 일 하다 와. 그러다 보니 허리랑 어깨 이런 데 끊어질 거 같아서 윤기가 안마 자주 해줌. 윤기는 알바 돌아가며 뛰는 거지. 한 세 개 정도. 주말 밤엔 대리기사, 주중 야간엔 편의점 보고, 주중 주간에도 일하고, 쉬는 날엔 인력시장도 나가고. 아무튼 더 일할 수 있으면 최대한 일하는 타입이야. 이게 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니까 윤기는 좀 많이 피곤해 하는 편임. 남준이도 3교대 근무니까 마찬가지고. 둘이 집세+물세+가스비+전기세+식비+생활비 등등 반씩 나눠서 내. 교통비 같은 건 각자 처리하고. 근데 지난 달 가스비가 꽤나 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