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국슙 (67)
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1. w.몽블랑 * 정국은 어지러운 머리를 잠시 저었다. 요즘 들어 이런 일이 조금 잦았다. 뭉근하게 달아오른 체온과 머리가 무거운 느낌에 책상 위에 있는 차를 한 모금 들이켰으나, 조금 맑아졌던 것 같던 시야는 이내 또 다시 부옇게 흐려졌다. 하아…. 한숨을 내쉰 제 숨이 뜨거웠다. 아무래도 무리한 모양이었다. 한숨 자고 나면 조금 괜찮아지겠지, 생각하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던 정국은,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꺼지는 의식을 잡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그리고 바닥으로 빠르게 무너져 내리려는 정국을 곁에 있던 내시가 간신히 잡아채곤 그 무게에 저도 같이 주저앉은 채 당황해서 커다랗게 소리를 질렀다. “어의를 불러라! 어서!” * 정국이 다시 눈을 떴을 땐 한밤중이었다...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0.w.몽블랑 * 더 빛을 잃을 일 없을 줄 알았다. 더는 잃을 수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바닥에도 바닥은 있는 모양이었다. 지난번 정국이 교태전에 들른 이후로, 지민의 눈은 빛을 잃었다. 태형은 교태전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지민을 오랜 시간 설득해 후원으로 나온 참이었다. 따뜻한 햇빛과 색색들이 피어있는 꽃, 산들거리는 바람에도 지민은 참으로 무감했다. 연못 위로 자잘하게 부서지는 햇살이 눈이 부시지도 않은지, 지민은 그곳만을 계속해서 응시했다. 밝은 햇빛 아래에서 보니 지민의 얼굴이 얼마나 창백해졌는지 실감이 났다. 늘어뜨린 까만 머리와 대조되어 더 하얗게 보였다. 지민의 곁에서 그를 내려다보던 태형의 눈에, 아이를 안고 있는 지민의 가슴께가 벌어진 것이 보..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8.w.몽블랑 * 제 신분을 밝힌 남준의 말에 석진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무비사 정랑께서 여기까진 무슨 일이십니까.”“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 특별 경연 행사에 저희 병사들이 참석하게 되었는데 행사 진행 일정과 일시가 궁금하여 찾아왔습니다. 예조 관할이라 들었는데 정확히 어디 여쭈어야 하는지 몰라 이렇게….”“그 일이라면,” 석진도 얼마 전 들은 이야기였다. 실무 담당이 어디 좌랑이었던 것 같은데, 누구셨더라…. 잠시 후 누군가가 떠올랐는지 석진은 아, 그분이시라면, 하고 말을 꺼냈다. 그런 석진의 말을 남준은 꽤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자르며 들어왔다. “데려다 주시면 안 될까요?”“예?”“예조는 처음이라서요.” 석진이 눈을 깜빡인다. 눈동자가 따뜻한 갈색이었다...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7.w.몽블랑 ※ 국민 수위 조금 있습니다. * 주상전하께서 납셨습니다, 하는 궁녀의 말에 대군을 안고 있던 지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정국이 교태전 안으로 걸어들어 오는 게 보여, 지민은 놀란 얼굴로 궁녀에게 아이를 넘겨주고는 정국을 향해 예를 올렸다. “전하께서 오실 줄 모르고….” 지민은 제 머리며 차림을 급하게 매만졌다. 오늘 아무것도 꾸민 것이 없었다. 오늘 아침도 몸을 꾸며주는 궁녀들이 지민에게 이런 것 저런 것을 대보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정갈하게만 묶인 머리와 단정하기만 한 옷이었다. 입술연지 하나 묻히지 않았다. 지민은 제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했다. 오랜만에 저를 찾은 지아비에게, 조금이라도 예뻐 보여도..
[국슙] Behind DADDY 04.: 민윤기, 전정국 그 뒷이야기w.몽블랑 * 처음엔 별 생각이 없었다. 지민이 무언가를 착각했겠지, 하고 넘겼다. 윤기가 지금 조금 불안해 하기는 해도, 자신이 곁에 있으면 언젠가 윤기도 괜찮아질 거라고, 지금 윤기는 서서히 괜찮아지고 있는 거라고, 그렇게 정국은 믿고 있었다. 정국은 복학을 했다. 수업이 없으면 칼 같이 집에 왔다. 윤기는 공강 시간마다 집에 오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었지만 정국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대디랑 있는 게 더 좋아요. 정국의 말에 윤기는 힘없이 웃었었다. 그러나 막상 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고 과제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정국은 조별 과제로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시간이 늘었다. 집에만 붙어 있는 윤기가 신경 쓰여 윤기에게도 밖에 나갈 것을 ..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6.w.몽블랑 * 입궁하는 박 대감의 발걸음이 거칠었다. 그는 곧바로 교태전으로 향했다. 이번 지민의 주기에 정국이 교태전을 찾지 않았다 하였다. 어의와 호위가 꽤나 왕에게 강력하게 얘기했던 것 같았으나, 정국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고. 중전의 아비로서, 그리고 이 나라의 중신으로서 자존심도 상했고 속도 상했다. 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불편한 얼굴로 교태전에 들자 박 대감이 올 줄 몰랐던 지민이 놀란 얼굴로 그를 맞았다. 아버지, 하고 부르는 지민과 고개를 숙이는 태형을 포함해 올리는 인사를 모두 무시한 박 대감은 지민을 향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뱉었다. “중전마마, 잠깐 저와 하실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네….” 방에 들어가자 침통한 얼굴의 박 대..
[국슙] Behind DADDY 04.: 민윤기, 전정국 그 뒷이야기 병원에서 윤기가 눈을 뜬 뒤로, 정국은 한순간도 윤기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떠나지 못했다고 보는 편이 나을지 몰랐다. 그날. 비가 쏟아지던 날. 아버지의 눈앞에서 정국의 손을 놓쳤던 윤기는 아직도 그 손의 감각이 선연했다. 정국의 손이 제 손 안에서 빠져나가던, 그 서늘한 느낌이. 그 과거는 윤기의 꿈속에서 여러 번 반복됐다. 놀란 듯 발작하며 잠을 깨는 것이 하룻밤 사이에도 여러 번이었다. 제가 곁에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윤기를 알기에 보호자용의 보조침대에서 잠드는 정국은, 윤기가 그렇게 깰 때마다 같이 잠을 깼다. “하아, 하아… 정국, 정국아….”“으응… 대디…?” 윤기의 목에선 쇳소리만 났다. 의사가 아직 목의 상처가 ..
※ 추천 BGM : Max Richter - Path 5 (delta)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4.w.몽블랑 * 그날 밤, 홀린 듯 윤기를 제 침소로 끌어들인 정국은 제 자신조차 그날 밤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정국이 단편적으로 드문드문 기억하는 것은, 칼같이 단정했던 대전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새하얗게 흐트러져 가쁜 숨을 내쉬던 윤기와, 그를 도망가지 못하게 꽉 붙들고 미친 사람처럼 거친 움직임을 반복하던 자신, 그리고 그 품안에서 벗어날 생각도 못한 채 정국에 맞춰 흔들리다 이내 허리와 허벅지를 떨며 무너지던 윤기, 정도였다. 기억들이 연속되지 않은 채 편린처럼 머릿속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었다. 정국에게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향이었다. 아니, 그보다 꽃향기나 과일의 향, ..
[국슙 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03.w.몽블랑 * 여느 때와 같이 아이와 함께 오후 시간을 보내는 지민이었다. 따뜻해진 봄 햇살을 맞으며 아이는 지민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고, 그런 아이를 토닥이며 바라보던 지민 또한 몸이 나른하다 생각했다. 벌써 햇살이 이렇게 따뜻해질 때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꽤 공기가 달아올랐다는 느낌이 들어, 앉아 있던 의자에서 보료로 자리를 옮기려던 지민은, 일어섬과 동시에 다리가 풀려 아이를 든 채 그 자리에 주르륵 주저앉았다. “아, 흐읍…!” 놀란 태형이 마마, 하고 부르며 다가왔지만 지민은 다급하게 ‘다가오지 마시오!’ 하고 거부했다. 단호하면서도 당황스러워 하는 지민의 목소리에 놀라 그 자리에 멈춘 태형에게, 지민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색색대는 숨을 애써 감..
여러분 저한테 어제, 그리고 오늘되게 신기한 일이 있었어요.바로 바로바롸바로, DADDY가 중국어로 번역되는 일입니다! 워후~ (안철수 짤) http://weibo.com/6145880954/EwiqlvMJt ↑여기!웨이보에서 Sattineywu님께서 DADDY를중국어로 번역해 주고 계신데요,올려도 될지 모르겠지만제가 제일 앞부분 조금만 보여드릴게요! 앞에 게 제가 쓴 DADDY 원문이고, 뒤에 것이 Sattineywu님께서 번역해주신중국어판 DADDY예요!벌써 1편을 전부 번역해서 올리시고2편 번역하고 계신 것 같더라구요.너무 신기한 것...♥너무 신기해서 1편 사진 파일다운 받아버렸어요 ㅠㅠ♥ 진짜 너무 신기해서(계속 이 말만 하는 중)어설픈 중국어 실력으로맨 마지막 문장까지 맞춰봤는데,때로는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