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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DADDY 27.w.몽블랑 * 정국은 태형을 만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 만났던 술집으로 태형을 불러낸 정국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늦은 태형을 맞이했다. 밖이 추운 듯 코트에 손을 넣고 몸을 있는 대로 웅크린 채 술집으로 들어선 태형이 정국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 있어?” 태형이 동그란 눈으로 정국에게 물었다. 정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나 말고 우리 일이야.”“우리?”“일단 너 술, 마실래?” 평소대로 정국이 태형에게 물으며 술을 주문하려는데 태형이 손사래를 쳤다. “나, 나 술 오늘 안 마시고 들어갈 거야.” 그러자 정국이 놀란 얼굴을 한다. 그 정국의 놀란 표정이 뿌듯해서 태형은 히이, 하고 웃었다. “오늘 형이랑 술 안 마시기로 약속하고 나왔어. 나 진짜 술 안..
[국슙] DADDY 26.w.몽블랑 * 해가 지고 있었다. 정국은 천천히 집으로 걸었다. 주황과 노랑빛으로 물드는 거리의 풍경을 바라봤다.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빴다. 그들을 의미 없이 응시하던 정국이 이내 다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 시간부터는 머릿속에 부유하는 생각이 많았다. 정국은 문득 자신이 윤기에게 부드럽게 끌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면 윤기는 사람을 홀리듯 하얀 달빛을 머금은 얼굴로 애가 닳은 표정을 한 채 매달려 왔지만 낮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인 듯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되어도 괜찮은 걸까. 정국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괜찮고 말고는 더 이상 상관없었다. 그저 그렇게 끌려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정국은 멍하니 걷다가 이내 무..
[국슙] DADDY 25.w.몽블랑 * 제 집으로 데려와 침대에 윤기를 눕힌 석진이 그제야 생각난 듯 아씨, 하고 제 머리를 흩뜨렸다. “나 진짜 어린애랑 사귀는데, 말도 못했네!” 오늘의 고민상담자는 나였는데. 석진은 뭔가 억울한 듯 고민하더니 이내 잠든 윤기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조곤조곤 옆에서 잠든 윤기를 향해 자장가 같은 혼잣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이름은 김태형인데, 어… 나 회사 때려치고 레스토랑 하잖아. 그런데 거기에 손님으로 온 거야. 문 열고 들어오는데… 완전 뒤에 후광이…. 그 tv에 나왔던 차문남? 걔보다 예쁨. 그래서 내가 엄청 추근덕거렸는데, 나를 안 싫어하고 걔가 막 웃는 거야. 되게 예쁘게. 그래서 나는 우리가 되게 쉽게 사귈 줄 알았어. 근데 원래 사귀던 애가 있대. 걔 ..
[국슙] DADDY 24.w.몽블랑 * 이런 상황을 자신은 바라왔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반이었다. 태형은 지민에게 제 옆의 누군가를 보란 듯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그렇지만 한편으로 지민을 만나고 싶지 않기도 했다.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새로운 연인과 길을 걷다 이전 연인을 만나는 건 사실 생각해본 적도 없는 선택지였다. 길의 저 만치에서 골목을 돌아 나오는 지민을 봤을 때, 한눈에 그를 알아본 자신이 멈칫거리는 게 꼴사나웠다. 태형은 자신의 옆 사람의 손을 더 꽉 잡았고, 그에 제 옆에 선 사람은 응? 하는 말과 함께 자신을 쳐다보았다. 태형은 굳은 얼굴로 앞만 보고 걸었다. 정확히는 지민만 보고 걸었다. 자신보다 더 늦게 자신을 알아본 지민은 시선을 잠깐 들더니 태형과 시선을 마주하고는 이내..
[국슙] DADDY 23.w.몽블랑 * 윤기에게 전화가 걸려온 것도 오랜만이라 생각했다. 정국은 덤덤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로 두서없이 평범한 말들을 꺼내놓는 윤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것 같아 정국은 괜히 불안해졌다. 용건도 없는 것 같은 전화였지만 왜인지 끊지 못한 통화였다. 그러나 그 끝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 너에게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어.- …정국아.- 나 결혼해.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그 가사가 떠올라 정국은 피식 웃고 말았다. * - 김태형.“엉.”- 나와. 나 지금 니네 집 앞.“…엉?!”- 빨리 나와. 끊는다.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던 태형이 시계로 눈을 돌렸다. 시곗바늘은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으며 태형..
[국슙] DADDY 22.w.몽블랑 * 정국이 변호사가 건넨 서류를 받아봤던 그날이었다. 정국은 그게 윤기가 자신을 맡게 된 그날 작성된 서류인 줄 알았다. 그래서 윤기의 아버지가 혹여나 정국을 기르는 것이 윤기의 앞길을 막게 될까봐 작성한 것인 줄 짐작했던 것이다. 봉투에서 서류를 꺼내자 봉투 안엔 꽤 두툼한 양의 사진이 남았다. 정국은 먼저 서류로 눈을 돌렸다. 정국이 처음 놀랐던 건 서류의 작성 날짜였다. 서류의 작성일은 이제 1년 조금 더 지나 있었다. 즉 자신과 윤기가 사귀고 있을 때 작성된 서류라는 얘기였다. 자신이 윤기와 함께 하며 행복해 하고 있던 그때, 윤기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떤 약속을 하고 돌아왔던 걸까. [ 합의서 1. 모든 것은 윤기는 정국이 법적인 성인이 되는 시기를 기준으로 잡..
[국슙] DADDY 21.w.몽블랑 ※ 본 편은 다소 수위가 있고 다소 폭력적임을 알려드립니다. * 호텔 카페에 앉은 윤기는 멍하니 제 앞의 커피잔을 내려다 보았다. 정국이 집을 떠나고부터 잠을 제대로 못 잔 지가 벌써 2주가 넘었다. 그 2주 사이에 아버지는 자신과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 그리고 윤기에게도 본인과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정국이 성인이 되면, 윤기 자신도 2년 내로 결혼을 할 것. 절대 정국이 윤기의 인생을 낭비하게 하지 말 것. 어쩌면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아버지와의 계약은. 그러나 아버지는 마치 그날만을 기다린 사람처럼 일을 착착 이행시켜 나갔다. 이 자리까지 나와 있는 제 자신이 허수아비 같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불만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무역 대리 민..
[국슙] DADDY 20.w.몽블랑 * 변호사에게 찾아가라며 윤기는 정국에게 연락을 해왔다. 남은 유산 문제가 있다는 말에 정국은 어리둥절했다. 지금까지 유산이란 존재에 대해 몰랐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모의 존재와 유산까지, 정국은 조금 제가 모르고 있던 게 새삼 많다고 느꼈다. 윤기가 준 변호사의 명함을 들고 로펌을 찾은 건 수업이 끝난 어느 날의 오후였다. “이게 정국 씨 앞으로 남겨진 유산이고, 이쪽은 그 공증 서류입니다. 지금까지 윤기 씨가 관리해 오셨고 10년 넘게 예치해둔 덕에 금액에 이자가 조금 붙었어요. 금액에 비해 많지는 않지만 확인해 보시고요.”“이제 정국 씨도 성인이 되시면서 공증도 고지된 대로 소유권을 넘겨받기로 되신 겁니다. 나머지 법적인 절차는 저희가 해드리겠습니다. 고지도 해 ..
[국슙] DADDY 19.w.몽블랑 * 어쩌면 날벼락이었다. “정국아, 인사드려. 네 이모 되는 분이셔.” 정국은 학교에서 돌아와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여인을 보았다. 그 뒤로 소파에 앉아있는 윤기도 보였다. 아직 대디가 퇴근할 시간이 아닌데? 하고 정국이 갸웃거리고 있을 때, 그녀는 정국을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라 자신의 입을 막고 고개를 떨궜다. 정국의 놀란 시선이 그리로 옮겨지고, 귓가로는 윤기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저 목소리가. 윤기가 제게 한 말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정국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여인은 정국이 굳어있자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눈물만 주룩주룩 흘렸다. 정국은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국슙] DADDY 18.w.몽블랑 * 정국은 저도 모르게 새벽녘 잠을 깼다. 밤중에 잠을 깨는 일이 거의 없던 터라 갑자기 눈이 뜨인 게 스스로도 황당할 지경이었다. 정국은 뭐야, 하고 주위를 살피다 다시 베개에 머리를 놓는다. 뭐야, 왜 깬 거야….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의식이 멀리로 날아가려고 할 때쯤이었다. 쿵, 하고 벽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국이 뭐지, 하고 흐릿하게 생각할 때쯤 한 번 더 쿵, 하고 울렸다. 정국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정국은 그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분명 안방 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살며시 문을 열어 본 정국은 당황스러움에 문을 열고 윤기에게 다가섰다. “대디?” 윤기가 침대 시트를 꽉 붙든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시트를 쥔 손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너무 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