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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 같은 나도
[국슙] DADDY 17.w.몽블랑 * 윤기는 전날 저녁 들어오지 않았던 그대로 출근을 한 모양이었다. 정국은 퇴근 후 씻고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는 윤기를 소파에 앉아서 불편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윤기는 그런 정국을 모를 리 없는데도 내내 묵묵히 침묵을 지키다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야 정국의 옆에 앉아서 왜 그래, 하고 물었다. “…….”“전정국.”“오늘 아침에 전화 받은 그 남자 누구에요.”“거래처 팀장.”“어젯밤에 그 사람이랑 같이 잤어요?”“…어.”“한 방에서?” 정국의 질문에 윤기는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내쉰다. 그 얼굴이 지치고 피곤해 보여서 정국은 잠시 그만둘까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의 윤기는 무언가 이상했다. “…응.”“지금까지,”“이제, 그만 물어보면 안 될까.”“…왜요.”..
[국슙] DADDY 16.w.몽블랑 * 정국은 OT를 다녀온 후로 거의 매일 같이 학교에 나갔다. 개강 후 2주일간은 거의 술을 안 먹고 들어오는 날이 없었다. 술자리마다 불려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대학생이 되었으니 당연했지만, 윤기는 밤늦게 들어오는 정국을 보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정국은 카톡을 통해 어떤 일로 늦는다고 꼭 말해주고 밥 챙겨 먹었냐고 말해주지만, 주위에 자신과 10살 이상은 차이나는 그 반짝반짝한 어린 아이들과 함께 있을 정국을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씁쓸해지는 것이다. 그들과 어울릴 정국이 밉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정국의 옆에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 대디 나 오늘 선배들이랑 과 행사 준비해요 ][ 늦게 들어가서 미안해요 ][ 나는 잘 들어갈 테니..
[국슙] DADDY 15.w.몽블랑 ※ 수위 있습니다. 약하게…? * 졸업식 날이 다가왔다. 전날 미리 주문해서 맞춰놓은 꽃다발을 찾으려 꽃집 앞에 차를 잠시 세운 윤기의 손에 이내 화려한 꽃다발이 들려있다. 여러 가지 꽃이 자연스럽게 내미는 싱그러운 꽃향기에 윤기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올라간다. 학교 근처에 차를 세우고 윤기는 정국의 학교 담장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학교 교문으로 들어서기 전 공연히 멈춰서 제 옷차림을 바라보다 미세하게 먼지가 묻은 바지 끝 쪽을 털어냈다. 작은 것까지 너무나 크게 보여서 윤기는 자신의 옷에 커다란 얼룩이라도 묻은 것처럼 정장 바지를 세세히 살폈다. 학교 강당으로 들어서니 2층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보인다. 계단으로 걸어올라 가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어 2층의 앞..
[국슙] DADDY 14.w.몽블랑 *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말 그대로 조금씩. 정국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생긴 저녁 시간에 두 사람은 산책을 나섰다. 따로 걷던 두 사람의 손이 스치고, 몇 번 손이 스쳤을 즈음 정국이 윤기의 손끝을 잡았다. 그리고 슬금슬금 올라와선 윤기의 손바닥 전체를 감싸 안듯 손을 잡는다. 윤기는 작게 웃으며 모른 척했고 정국도 헤헤, 하고 웃으며 넘겼다. 그 모든 순간들에 떨린 심장의 울림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도, 잊고 싶지도 않은 감각이었다. * “전정국이~”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에서 치근댄다. 태형과 지민의 청소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던 정국은 무심한 얼굴로 다가오는 태형에게 제 옆자리를 내주었다. 헤죽헤죽 웃는 얼굴이 제 옆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것을 보며 정..
[국슙] DADDY 13.w.몽블랑 * 도로를 달리던 윤기의 차가 도로변에 급하게 멈춰섰다. 방향등 표시도 없이 차로를 바꾸고 길 한 쪽에 급하게 서고 나서야 주의등을 켜자 지나가는 차들에게서 곱지 않은 시선과 말들이 날아왔지만 윤기는 그대로 핸들에 팔을 대고 이마를 묻었다. 쓰러졌다고 했다. 그렇게 건강했던 정국이, 쓰러졌다고. 태형에게서 온 전화를 받고 무슨 정신이었는지 모른다. 이런 기분은 정국이 어렸을 때 한밤중에 고열을 냈던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보건실에 창백한 얼굴로 정신을 잃은 채 누워있던 정국을 보고 윤기는 혼이 나갈 뻔 했다. 마치 정국이 큰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주저앉을 뻔했다. 별 문제는 없다는 말과, 만약을 위해 그래도 진찰을 받아보시라는 보건교사의 말이 없었다면 아마 윤기는 분명 ..
[국슙] DADDY 12.w.몽블랑 * 결국 윤기는 정국의 삼촌의 집에서 정국의 짐을 모두 가져왔다. 정국의 짐을 가져간다고 미리 얘기를 해두었는데도 집은 텅 비어 있었다. 주인 대신 기다리고 있었다며 관리인이 문을 열어주는 집으로 들어가며 윤기는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혹시 정국도, 이런 일을 겪었을까. 방 한 구석에서 창고처럼 쌓여있는 정국의 짐들처럼, 그렇게 이 집 한 구석에서 ‘버려진’ 시간들을 버텼을까. 윤기는 무거워진 마음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 윤기의 집으로 돌아온 정국은 예전과 같았다. 아니, 예전과 달랐다. 사실 윤기는 같은지 다른지 알 수가 없었다. 정국은 웃었다. 밝았다. 항상. 정국을 평소 어두운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건 아니었지만, 항상 밝기만한 정국은 윤기에게 묘한 ..
[국슙] DADDY 11.w.몽블랑 * 윤기는 모니터를 응시하면서도 핸드폰을 힐끔거렸다. 일을 하는 도중에도 자꾸 핸드폰에 시선이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다. 벌써 정국이 그 집으로 간 지 한 달이 넘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전화가 없다는 건 정말이지 이상했다. 누구든 한 번쯤은 전화를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정국의 삼촌이든, 정국이든. 핸드폰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굴리던 윤기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 쪽에서라도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지금 뭐라고 말씀….”- 걔 가출했다고요. 벌써 집에 안 들어온 지 꽤 됐어요. 지금 짐도 다 우리 집에 있는데 치우지도 못하고 나 참.“혹시 학교는,”- 아, 끊으세요. 걔만 생각하면 골치 아프니까.“그럼 정국이가 갈 만 한 데라도,”- 몰라요. ..
[국슙] DADDY 10.w.몽블랑 *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제 구두가 보이질 않았다. 윤기가 사준 것 중 정국이 간직하려고 하는 물건 자체가 몇 개 없어서 더 눈에 잘 틔었다. 제 방을 몇 번이고 뒤졌지만 나오지 않았다. 삼촌과 숙모에게 없어진 물건이 있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말할 수가 없었다. 마음속에 짚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도 말할 수가 없었다. 마치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려는 사람 같아서, 정국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래도 며칠 후엔 돌려주지 않을까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구두는 제 방에 돌아오지 않았다. 사촌들은 그날 이후로 정국과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그건 삼촌과 숙모도 그러했는데, 자신들이 정국을 불편해하는 건지, 아니면 정국이 자신들을 불편해 할..
[국슙] DADDY 09.w.몽블랑 * 별로 원한 것이 없었다. 바란 것도 없었다. 그저 머릿속 한 구석에서 막연하게, 정국이는 예쁘고 바른 사람이 되겠지, 내가 사랑했던 그 사람처럼,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윤기는 정국이 실제로도 그런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점점 그를 닮아가고 있는 모습까지도 윤기의 막연한 바람과 같았다. 그래서 이건 전혀 아니었다.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고백이라니. ‘좋아해요.’ 그저 윤기는 다시 제대로 정국과 이야기해 보고 싶던 것이었다. 정국의 ‘엄마’의 빈자리에 대해. 그리고 지난 번 정국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말의 의미에 대해. 그러나 윤기가 말을 꺼내자마자 답답함을 이길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국은 좋아한다 말했고, 말을 입 밖으로 낸 순간 정국의 표..
[국슙] DADDY 08.w.몽블랑 * 정국이 초등학교 다닐 때쯤, 학교에서 온 전화를 받고 앞뒤 없이 학교로 달려갔던 어느 날이었다. 윤기가 교무실 문을 열고 맨 처음 마주한 건 담임 교사와 부장 교사, 그리고 모르는 아이와 그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 그리고 정국이었다. 두 아이 모두 얼굴에 꽤나 생채기가 나 있었다. 저도 모르게 정국의 상처에만 눈이 가는 제 자신을 다잡으며 윤기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고 말했었다. 담임 교사는 아이 둘이 싸웠다며, 이 아이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는데, 정국은 그게 아니라고 했다고 했다. 그래서 정국에게 그럼 이유가 뭐냐고 물었더니 정국이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란다. 몇 번을 물어도 입을 열지 않아 ‘선생님한테 설명을 해주지 않으면 선생님이 정국이가 억울한 곳이 ..